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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제 아이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 사회 | 2019-10-03 00:00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씨가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씨가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임세원 교수 살해' 피고인 어머니 눈물…"아들 피해망상 극심"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자신의 주치의였던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25년을 선고받은 박모(31) 씨의 어머니가 법정에 나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고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씨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기일에 박씨의 어머니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아들의 범행에 대해 "아들의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유족께 너무나 죄송해 어떻게 사죄해야할지 모르겠다. 천 번, 만 번을 사죄드린다"고 눈물을 흘렸다.

박씨의 질환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는 북받친 감정에 수차례 말을 잇지 못했지만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A씨는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엄마'라고 부르지 못했다. 그때부터 자폐성이 보였던 것 같다"며 "사회성이 떨어지다보니 학창시절 왕따를 당하고 학교폭력을 당했다. 요즘 (정신질환 관련) 서적으로 공부 중인데 그때 많이 맞아서 뇌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박씨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다니지 못했으며 군대에서도 폭력에 노출됐다. A씨가 수시로 부대에 요청해 아들이 관심병사로 지정되도록 노력해 만기 제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대 후 독립한 박씨가 환각을 볼 정도로 정신질환이 악화되자 2015년 임 교수가 근무하는 강북삼성병원에 입원시켰다. 이때 박씨는 처음으로 정신질환(조울증)을 진단받았다.

A씨는 아들이 별도의 예약없이 임 교수를 찾아가 살해한 경위를 어린시절 겪었던 폭력으로 피해망상을 일으킨 거라고 봤다. A씨는 "아들이 학교폭력 경험으로 항상 두려움을 안고 살아서 (사건발생일에) 칼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며 "갇혀 있는 것에 트라우마가 심해 선생님(임 교수)이 진료실에서 벨을 누르자 피해의식이 촉발돼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료 중이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 사건으로 그동안 제기돼 온 의료진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뉴시스
진료 중이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 사건으로 그동안 제기돼 온 의료진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뉴시스

박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정신질환이 매우 심각해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이해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피고인을 치료해서 진심으로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할 수 있게 해야한다"며 "정신질환자는 격리와 배척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점이기도 하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어머니 A씨 역시 "저도 몸이 온전치 않지만 (아들을) 관리할 사람이 저밖에 없다. 아들이 형기를 마친 후에도 제가 살아있다면 국가기관과 건강센터 협조 아래 아들을 잘 관리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정식 공판기일임에도 직전 기일을 포함해 3차례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박씨는 이날 출석해 수갑을 차고 재판에 임했다. 어머니의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눈을 감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박씨는 "중화인민공화국만세! 나는 공화당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을 진료 중이던 임 교수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박씨에게 징역 25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을 명령했다. 검찰은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박씨 측은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절차가 진행 중이다. 박씨의 2심 선고기일은 오는 25일 오후 2시2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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