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근 찬반집회…친박 시민들 육두문자도
[더팩트ㅣ서초구=송주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 씨 등 '국정농단 사태' 최종 선고를 앞두고 대법원 인근에서 찬반집회가 열렸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소식이 들리자 친박단체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반면, 오전부터 톨게이트 수납원의 승소를 지켜본 노동단체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우리공화당 등 친박 정당 및 단체들은 29일 오전 10시경부터 대법원이 위치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부근에서 박 전 대통령의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같은 시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역시 대법원 맞은 편에 모여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 확정과 구속을 촉구했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우리공화당 제141차 태극기집회이기도 한 이날 집회에는 15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와 석방운동본부 등 친박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함께였다. 서초역 내에는 "4번 출구로 나가시면 된다"며 집회 참석자 및 방문객 안내를 맡은 지지자도 있었다.
지지자들은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애초 잘못된 결정이었으며, 기소된 혐의 역시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현장에서 우비를 팔던 한 지지자는 "어느 단체 소속도 아니지만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해 여기에 왔다"며 "박 전 대통령은 이미 무죄다. 오늘 대법원 선고도 무죄로 뒤집힐 것"이라고 확언했다. 경상북도 문경에서 새벽부터 상경했다는 지지자는 "'사기 탄핵'을 자행한 똑똑하다는 법조인들이 뭘 제대로 하겠냐"며 "(대법원 선고와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싣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 옆에는 이 부회장의 유죄 및 구속을 촉구하는 민중공동행동,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20여 명이 집결했다.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조끼를 입은 이들은 선고 시각이 가까워지자 야외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으로 중계방송을 지켜봤다.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추가될 분위기로 흘러가자 미리 박수를 치며 자축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에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승소가 확정된 만큼 들뜬 분위기였다.
오후 2시 20분을 조금 넘긴 시각 대법원은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말 3마리' 뇌물 인정 여부가 관건이었던 이 부회장·최씨의 원심판결 역시 파기환송했다.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를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야 한다. 또 삼성이 최씨에게 제공한 34억 상당의 말 3마리와 동계스포트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원도 뇌물로 인정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해 이 부회장의 혐의는 더 무거워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태극기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판사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들렸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대법원 파기환송은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술수를 부리는 썩어빠진 X들"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지지자들은 '○○'라며 짧은 욕설을 내뱉거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허탈해 했다. 실형을 선고한 2심 선고를 뒤집을 기회가 생겼다며 서로를 북돋는 이들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한 지지자는 "탄핵부터 2심 판결까지 모두 말도 안된다. 다시 재판을 받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바로 옆 민주노총 등의 집회 현장을 지키던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폭우로 카메라 렌즈가 지저분해진 취재진에게 "그냥 가져가라. 오늘처럼 좋은 날이 또 어딨냐"며 안경닦이를 건넸다. 또 "오늘따라 대법원장님이 정말 좋다"고 가벼운 농담이 오가는 등 즐거운 분위기였다.
이날 대법원 선고가 끝난 후 친박 단체는 강남역까지 가두행진을 이어갔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은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상식, 정의와 공정의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정농단 사태' 선고는 국민적 관심이 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유튜브 등 생중계가 허가됐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세 사람은 대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일한 불구속 상태인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핵심 임원진과 외부 모처에서 선고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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