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분석 자료 바탕한 실험…"충분히 가능" 반론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 의혹 중 큰 논란 중 하나인 딸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에 압도적 비난이 쏟아지지만 이를 반박하는 의견도 나온다. 주로 이과 계통 현직 교수인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논문은 실제 난이도가 그리 높지않아 고등학생이라도 작성 가능하고 제1저자 선정은 책임저자의 권한이라는 주장이다.
기생충 전문가로 유명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필명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국 딸의 논문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이 논란이 제기되기 전에는 경향신문에 조 후보자 내정을 강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쓴 적도 있어 주목된다.
서 교수는 "(문제가 된 2010년 당시 입시는) 수시가 확대되고 학생종합부로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돼 각종 스펙이 입시에 반영됐고 논문도 그 중 하나"라며 "특목고에선 아예 학생들한테 방학 때 교수랑 연구해서 논문 쓰라는 걸 숙제 비슷하게 내줬다. 학부모들이 아는 교수를 찾기 시작해 연구 좀 하는 과학 쪽 교수들이 다 연락을 받았고 일을 했으니 논문에 이름을 실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여기서 나쁜놈은 누구일까"라고 되물으며 "제도를 잘 이용한 조국 딸과 부인? 논문을 같이 써준 교수? 아니면 특권층에 유리하게 입시판을 짠 정부? 아무리봐도 난 세번째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문을 안 써본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서울의대 교수들 등 논문을 제법 써본 사람들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조국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조 후보자 딸의 논문이 당시 SCEI(과학인용색인 확장판)급인 한국병리학회지에 실린 것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서 교수는 "사이언스, 네이처 등 국제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이면 모르겠지만, 병리학회지에 실린 그 논문은 엄청난 실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한국병리학회지는 국내학술지이며 현재 SCIE급에서 탈락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해당 논문은 이미 수집해놓은 데이터를 이용했고, 2~3일 정도 실험을 하면 가능한 수준이다. 2주 인턴 기간이면 충분한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학생이 어떻게 논문을 썼겠느냐"는 비난에는 "논문을 꼭 1저자가 쓰는 건 아니다. 학위가 필요한 경우라면 대학원생에게 초고를 맡기고 1저자를 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주저자가 쓰는 경우가 많다"며 "조국 딸은 논문을 쓸 능력도 없었겠지만, 써야 될 이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논문 저자에 고등학생 이름이 올라간 것도 의구심 대상이다. 서 교수는 "저자는 일을 하면 들어가는 것이지 거기에 어떤 특별한 자격이 필요없다"며 "논문 공저자들이 무슨 엄청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잠깐 현미경을 봐줬거나, 장비를 쓰게 해줬다 같은 이유만으로도 공저자가 되는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서 교수는 "심지어 동아리활동까지, 고교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입시를 위해 이용되는 현실에서 2주를 바쳐 연구를 한 걸 입시에 이용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며 무슨 적폐인 것처럼 얘기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시간을 투자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일은 나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 볼링 그린 주립대학교 공공보건학과 이진하 조교수(조지아공과대 박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 논문에 쓰인 데이터는 2002~2004년 수집돼 1차 분석됐고 2007년 논문 출간을 위한 2차 분석 과정에 조 후보자의 딸이 참가했다. 쟁점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저자 등재는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IRB)에 제출된 연구계획서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진하 교수는 IRB가 적용되는 것은 연구의 가장 어려운 단계인 1차 자료 분석 단계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미국 국립보건원 지원을 받은 박사 후 과정 때 진행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 HIV/AIDS 연구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자신의 SNS에 "당연히 데이터는 현지의 캠프와 정부기관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미국으로 왔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며 "지금 조 후보자 딸이 저자로 등록되면 안된다는 주장은 제가 수행한 연구도 아프리카 현지 의료진만 저자로 등록돼야 한다는 것인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저자 등재 문제도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2차 데이터 분석을 연구책임자의 요구대로 해냈고 영문 논문까지 작성했다면 연구책임자는 조 후보자 딸을 충분히 1저자로 인정할 수 있다"며 "제1저자는 논문에 공통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동의하거나 책임저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니 고등학생 인턴이 어떻게 1저자냐고 분노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이 SNS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자신의 SNS에 "논문을 보니 참고문헌 빼고 본문은 글자수도 많지 않은 3페이지 정도고 분석방법은 딱 한 문단, 결과도 3문단으로 제시했다. SPSS로 통계처리했고 이미 수 년 전에 확보한 기존의 데이타를 썼다. 윈도우 컴퓨터로 통계 돌려 간단히 결과낸 내용"이라며 "국내저널에 내는 큰 의미없는 논문, 인턴이 참가해서 내놓은 분석결과로 쓴 논문이라면 지도교수가 1저자, 책임저자를 다 하기는 껄끄러웠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이 논문의 지도교수이자 책임저자였던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기여를 100% 했다고 얘기는 할 수 없지만 저자들 중에서 조국 후보자 딸이 가장 많은 기여를 했다"며 "책임저자가 1저자를 결정을 하니까 오히려 나하고 몇 마디 나누고 나중에 서브 미션하는 거 도와주고 이런 사람을 1저자로 한다면 그게 더 윤리 위반"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이 문제의 진상을 규명할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소위원회 예비조사 이후 30일 이내에 본 조사를 실시할지 결정한다. 본 조사 착수가 결정되면 외부 인사를 1/3 포함해 90일 내로 조사를 마쳐야 한다. 연구부정 판단을 내리면 징계위원회가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하지만 논문 작성이 11년이 지난 일이라 조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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