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뇌물' 인정할까…경영권 승계 '묵시적 청탁'도 쟁점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29일 내려진다.
대법원은 29일 선고 기일을 열어 세 사건의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로 선고 기일이 잡히면서 박 전 대통령은 기소 2년 4개월, 이 부회장은 2년 6개월 만에 대법원 판결을 받게 됐다. 대법원 상고 이후로는 이 부회장은 1년 6개월(2018년 2월)만이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11개월(2018년 9월) 만이다.
세 사람 사건은 지난 2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뇌물 인정 범위를 놓고 하급심에서 판단이 갈린 만큼 전원합의체에서 통일된 결론을 내리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6월까지 6번의 심리를 진행했고, 29일을 특별 기일로 잡았다. 통상 대법원은 전합 기일을 매월 셋째주 목요일에 열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도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최순실·이재용 핵심 쟁점은 '뇌물'
이번 대법원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뇌물'이다. 이 부회장 측이 최 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건넨 36억원 상당의 말 세마리(살시도·비타나·라우싱)를 제공한 행위와 관련해 어디까지를 뇌물·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이 당시 존재했는지가 세 사건 모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1, 2심은 말 세마리가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이를 뇌물로 보지 않았다. 마필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액수는 원심의 86억원에서 36억원으로 50억여원 줄었고,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던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뇌물은 준 자와 받은 자의 하급심 판단이 갈렸던 만큼 29일 대법원 최종 결론에 따라 한 쪽은 파기환송돼 2심을 다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으로부터 87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면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징역 25년형은 확정되는 반면 이 부회장은 2심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2심 선고 때보다 형이 무거워지거나 실형 선고로 재수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대법원이 이 전 부회장 2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이 전 부회장은 집행유예가 확정돼 재구속 위기에서 벗어난다. 박 전 대통령은 줄어든 뇌물액을 기준으로 2심 재판을 새로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의 형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기존 어느 사건에서도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대법 전원합의체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등 새로운 부분을 뇌물로 인정하게 되면 세 사건 모두 파기돼 2심 재판이 새로 진행되야 한다.
◆경영권 승계 작업 '묵시적 청탁' 여부도 관건
경영권 승계 작업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는지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이 최 씨가 소유·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한 것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묵시적 청탁'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인정한 반면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두 사람 간 묵시적 청탁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두 가지 혐의에 대한 대법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 인정액은 최대 89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는 횡령 혐의와 연결돼 있다. 이 부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해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횡령액이 뇌물액이 되는데, 현행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징역 5년 이상으로 집행유예가 사실상 어렵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세 사건의 하급심 재판부는 '삼성이 최 씨가 실소유한 독일 코어스포츠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지급한 36억원은 공통적으로 뇌물 혐의로 인정했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크게 3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형 확정-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 이 부회장 형 확정-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 박 전 대통령-이 부회장 모두 파기환송 등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중 세 사건 모두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 대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수첩의 증거능력 등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증거 능력이 인정됐으나 이 부회장 재판부는 ‘전문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이 부족한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의 말은 받아 적은 것에 안 전 수석의 생각이 더해졌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은 부담스러운 판결을 뒤로 미루고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만 6월에 심리를 끝내고 판결문 작성에만 두 달여를 들인 대법원이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을 제외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대법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날이 아닌 9월 19일 추가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중 혐의 중 하나인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이번 선고때 판단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성향 대법관 5명 판결에 영향?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총 13명이 참여한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결론을 내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9명이 교체됐는데, 이 중 5명이 진보 성향의 민변, 우리법연구회 등 출신이다.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16대 김명수 대법원장도 문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명날 순으로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법원행정처장),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등 총 8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조희대, 권순일, 박상운, 이기택, 김재형 5명의 대법관이 임명됐다 .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어서 남은 문 대통령 임기 내 4명의 대법관이 추가로 바뀔 예정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중요성과 공익 등을 고려해 29일 상고심 선고를 TV로 생중계한다.
27일 진행된 국정농단 사건의 법정 방청권 응모는 88석 중 81명이 응모해 경쟁률 0.92대 1로 추첨없이 마감됐다. 앞서 2017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1심 첫 공판의 방청 경쟁률이 7.7대 1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happy@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