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장래희망 1위 유튜버. 최근 6세 유튜버 이보람 양의 가족회사 보람패밀리가 서울 청담동에 95억원 짜리 건물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자 일반인들을 허탈해 했다. 유튜브 신 갑부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등 사람들에 대한 유튜브의 영향력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한 TV방송 프로그램에서 유치원생이 유재석은 몰라봤지만 인기 유튜버를 좋아한다고 말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유튜브가 가히 TV영향력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왔다. 법조계도 이 흐름에 따르는 추세다. 변호사들도 자기 PR을 위해 유튜버로 변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기획보도 <변호사도 유튜버> 2편을 준비했다. 변호사들이 유튜브에 뛰어들게 된 사회적 배경 등을 알아본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변호사 유튜버 인터뷰해 유튜버를 하는 이유 등 이들의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편집자주>
강다니엘 전문 변호사 유튜버부터 로스쿨 교수까지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지난 4월 강다니엘이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자유로운 연예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놓고 가슴을 졸였던 많은 팬들을 위한 속시원한 영상 하나가 유튜브에 올라왔다.
◆ 강다니엘 전문 유튜버는 "나야 나" 남변
영상 속 인물은 자신을 "법률칼럼리스트 남기웅입니다"라고 소개하며 강다니엘이 L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의 핵심 쟁점은 "소속사의 전속계약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지, 강다니엘이 전속계약을 해지하려는 동기나 이유는 본 법률분쟁에 있어 승패를 가를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법률적인 설명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차분이 짚어주는 남 변호사의 영상에 강다니엘의 팬들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감사하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와~사이다 발언 감사합니다. 속이 다 시원하네요. 강다니엘이 꼭 노예계약서 작성한 엘엠과 이별하길 바랍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너무 속상했는데 변호사님처럼 이렇게 공정한 입장에서 정확히 목소리 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법원이 강다니엘의 전속계약효력정지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한 다음달인 5월 11일.
LM엔터테인먼트가 법원의 인용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가처분이의)하고, 본안판결을 통해 계속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해당(강다니엘) 사건의 경우 법률적 쟁점과 이에 대한 사실관계가 간명하고,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신청사건을 통해 이미 사실관계와 관련 법리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됐기 때문에,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해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면서 "이로써 강다니엘 씨의 전속계약분쟁에 대한 제 칼럼은 일단락되는 것 같다. 유튜브를 시작하며 처음부터 많은 분들이 제 영상을 봐주시고 격려해주실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 법에 관한 이야기, 저에 관한 이야기를 채널을 통해 보여드리겠다. 계속 찾아와 달라"는 글을 남겼다.
4년 전부터 법무법인 소속으로 본격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그는 전통적 역할의 변호사보다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서비스 사업의 경영자'로 자신이 성장하기를 희망했다. 또 법률서비스의 범위에 대해선 법률적 문제가 생긴 당사자를 조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법률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법률가의 공정한 시각을 제시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이런 취지에서 법률콘텐츠 제공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
남 변호사는 "어떤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선 결국 정확한 사실관계와 그에 대한 정확한 법리, 순차적인 논리구조의 전개 등이 전제되야 하기에 직접 (영상을) 편집한다"고 했다. "법률 이슈는 실제 판결이 나기 전까진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고,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경우 섣부른 의견 개진은 법률가로서의 공정한 시각이 아닌 제 생각과 의견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석달 전 강다니엘 사건에 대한 자신의 법률적 의견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데 대해선 "(강다니엘)팬들이 많이 응원해 줘 굉장히 보람을 느꼈다"며 "이 일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백종원씨의 엄청난 팬"이라며 "해당 분야(요식업 등)의 현실과 관련 법령의 한계에 대해 콜라보 영상을 찍어보고 싶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다음 달부터 가수 강다니엘과 LM엔터테인먼트의 전속계약 가처분 이의 신청 항고심이 시작된다. 서울고등법원 제25민사부는 9월 24일 첫 심문기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다니엘 전문 변호사 유튜버 남변의 활약이 기대된다.
◆변호사를 길러내는 로스쿨 교수 "정교주"
"제 별명이 정교주입니다."
자신을 교수가 아닌 교주라고 칭하는 건국대 로스쿨 정연덕 교수. 그의 삶은 유튜브를 시작하고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8월 29일 시작했으니 며칠 뒤면 만 1년이 된다. 정 교수는 "영상 하나 찍는데 10분, 편집 20분, 업로드 20분. 꼬박 1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지금이야 1시간이면 콘텐츠 하나를 올릴 수 있지만 "처음에는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뭐하고 있나 싶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아이템 기획부터 진행, 촬영, 섭외, 편집 등 모든 과정을 혼자서 다 하다 보니 버거울 때도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게 유튜브로 돈 얼마나 벌었냐인데, 그동안 70만원 정도 벌었다. 출연자들에게 별도의 출연료를 주는게 아니다 보니 밥이나 차를 사고 있는데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적자"라고 했다. 심지어 로스쿨 준비생, 고등학생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오는 이메일에 일일이 답변하다 보니 힘들고 지칠 때도 많지만 "도움을 받았다거나 고마워하는 사람들의 연락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의 이력은 보통의 로스쿨 교수들과 달랐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해, 서울대 법학과 석.박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공대생 때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변리사 자격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서울대 법학대학원에 가게 됐다고 했다. 당시 정보가 없다 보니 이것저것 도전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1학기부터는 대학 최초로 수업에 유튜브를 접목한다. 정 교수는 2020년 1학기부터 학부 수업에서 '유튜브 개설과 관련 법률'이라는 강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또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라며 "유튜브 관련 법적 문제, 명예훼손 등의 내용을 비롯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전 위주의 수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미국변호사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까닭은?
'Yoo Jin KIM' 채널의 김유진 씨는 자신을 '미국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채널 컨텐츠와 편집을 '마음가는 대로' 하고 있지만, 구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상을 제작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미국 뉴욕과 조지아주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는 김 씨의 채널에서 인기 영상은 '새벽형 인간'에 대한 것이다. 다른 채널에서 많은 변호사들은 자신의 공부법, 연봉 등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녀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이유'라고 시간을 특정했다. 어떻게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날 수 있는지, 왜 이 시간에 일어나는지 등을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제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평일 시간표와 스케줄을 궁금해 하셨다"며 "매일을 일찍 시작하다 보니 하루가 엄청 길다"는 말로 영상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침 7시에서 오후 5시까지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이 시간은 고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2시간 동안 책을 보든 언어를 공부하든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퇴근 후에는 야근을 하거나 운동, 약속, 쉬는시간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은 다이어리에 세세한 일정까지 다 기록하고, 그 일을 마치면 체크하며 성취감을 만끽한다고 밝혔다.
◆ 변호사는 아니지만 공부하고 연구하는 '법알못' 채널
"(아직)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어떤 법률적 도움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없다. 고맙다면서 주시려는 분이 계신데 절대 주지 말라. 마음만 받겠다."
법알못가이드, 박남주 씨는 "채널의 전문성을 위해 법률사무소의 자문과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자료를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감한 최신의 사회적 이슈도 채널에서 다루고 있다. 최근 구혜선·안재현 부부의 폭로전이 진흙탕 싸움의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는데 대해, 박 씨는 22일 '구혜선·안재현 진흙탕 폭로전을 계속하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이혼은 협의, 조정, 소송을 통해 이뤄지는데, 협의.조정 절차에서 한쪽이 이혼에 반대하는 경우 소송으로 따져볼 수 밖에 없다"며 "두 사람 모두 나중에 있을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결혼의 파탄 이유가 상대에게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현재 두 사람 행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밖에도 '유튜버 탈세가 쉬운 이유 직접 세금을 내보니 알겠다', '구독자에게 혼인 신고 당했다', '유튜브 투잡뛰었다고 법률사무소에서 짤렸다' 등등 구독자들이 흥미로워 할 만한 콘텐츠들이 많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12만명이 훌쩍 넘었으며 '법' 관련 채널 중에서는 꽤 유명하다. 초보 유튜버들이 궁금해 하는 '영화 유튜버의 저작권'이라든지 '무료 폰트 아무거나 쓰다가 수 백만원 뜯깁니다' 등 저작권 문제들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들 외에도 변호사를 비롯한 전 대법관, 로스쿨 교수, 졸업생 등 정말 많은 법조계 종사자들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었다. 결국 자신을 PR하거나 본인의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이유가 가장 많았다. 변호사 중에는 광고나 마케팅을 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 편집에 회당 50만원 가량을 지불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어차피 광고 집행을 위해선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직접 출연하게 되면 얼굴도 알리고 홍보도 되기 때문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변호사 되는법', '26살 사법고시를 9개월 만에 뚫은 패턴 공부법'. '녹취 증거 이것만 기억하자', '억대연봉 변호사는 어떤차를 탈까, 외제차 타면 여자들이 넘어올까' 등 주제도 법률적 지식 제공부터 다소 자극적인 소재까지 각양각색이다.
전문가들은 '유튜버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직 종사자들조차 유튜버에 도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변호사 신분이기 때문에 보통의 유튜버들에 비해 이들에 대한 제한은 적지 않아 보인다. 해당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법' 관련 콘텐츠를 제가하는 유튜버들은 한정된 주제 안에서 자신의 색을 마음껏 드러내기 위해 아이템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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