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물 놓고 신경전…양승태 '개혁판사 모임' 정리 추진도 재확인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혐의의 핵심 인물인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의 증인 소환을 앞두고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상호 변호사는 전범기업 신일철주금, 미쓰비시의 소송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2인자로 알려졌다. 그는 함께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인연이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3차례 이상 독대해 강제징용 소송 대법원 재상고심 진행을 논의했다. 김앤장 고문을 지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과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 그는 건강을 이유로 한 차례 증인 불출석 후 7일 공판에 출석이 예정됐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20회 공판에서 양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김앤장에서 압수한 문건 등사를 허용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 전 원장 측은 검찰이 문건 속 일본 회사(신일철주금, 미쓰비시) 관계자의 발언 내용, 요청 내용을 삭제하고 등사를 허용했다며 전체 내용 등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양 전 원장 측이 이미 김앤장 압수물 원본 전체를 열람해 반대신문 준비에 아무 지장이 없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생활 보호, 영업상 비밀 보호를 위해 이를 제외하고 등사를 허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 전 원장 측은 한상호 변호사가 출석할 경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탄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증거라며 거듭 전체 등사를 요청했다.
또 이날 재판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개혁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임기 중 와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정리방안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정황도 거듭 확인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민수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 심의관(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03년 '사법파동'을 주도한 김명수 당시 수원지법 판사(현 대법원장)에게 트라우마가 있다"는 말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들었다는 검찰 진술을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양 전 원장이 "내 임기 안에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중심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정리해 후임 원장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양 전 원장 측 변호인이 "임 전 차장이 정확히 그렇게 워딩 했느냐"고 묻자 김민수 부장판사는 "정확하게 기억하며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잘라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이던 상고법원 설치를 반대한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정리방안이 양 전 대법원장까지 보고된 정황도 다시 확인됐다.
김민수 부장판사는 2016년 4월 박상언 당시 기획조정 심의관(창원지법 부장판사)이 보낸 이메일에서 "임종헌 차장이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보고했고 양 원장이 흡족해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봤다는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재확인했다. 김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정확한 사실이냐"는 반대신문에 "흡족했다는 표현은 몰라도 보고드렸다는 사실은 정확하다"고 답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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