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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돌아가면 죽는다" 루렌도 외면한 난민법, 헌재 가나

  • 사회 | 2019-07-19 16:01
앙골라의 콩고 이주민 박해를 피해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도망친 루렌도 가족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반년 넘게 인천국제공항 라운지에서 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 중 포토타임을 갖는 일가족 모습. /인천국제공항=송주원 인턴기자
앙골라의 콩고 이주민 박해를 피해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도망친 루렌도 가족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반년 넘게 인천국제공항 라운지에서 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 중 포토타임을 갖는 일가족 모습. /인천국제공항=송주원 인턴기자

루렌도 측 변호인 "헌법이 정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지난해 앙골라 경찰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루렌도 은쿠카(Lulendo Nkuka) 가족 측 변호인이 첫 항소심 공판에서 난민법을 헌법소원 심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이 문제를 제기한 난민법 조항은 제6조 5항으로, 난민신청에 관한 내용이다.

서울고법 제1-1행정부(고의영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 불복소송 항소심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루렌도 가족을 지원하는 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본 사건의 최대 쟁점이 되는 난민법 조항을 놓고 위헌법률 신청을 계획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의 난민법 위헌법률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재판을 진행하는 서울고등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게 된다. 이 제도는 법원에서 재판 중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의 소지가 있을 때 헌법 재판소에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제청하는 것을 말한다.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받아들여 심사하게 되면 법원 재판은 최종결정이 날 때까지 중단된다.

심판대에 오를 난민법 제6조 5항은 난민신청서를 제출하는 첫 단계에 대한 내용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청자가 난민인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법무부는 7일간 신청자의 임시 체류를 허가하고 기본적 의식주를 공급해야 한다. 체류장소는 신청자가 한국에 입국할 때 이용한 공항과 항구 내 특정 장소로 제한된다. 이 기간 동안 법무부는 난민 인정심사에 회부할지 결정해야 한다. 난민인정에 있어 첫 관문인 만큼 중요한 조항이다.

제6조 5항은 당사자인 난민 신청자에게 불리하다는 평이다. 해당 조항을 그대로 옮겨 보면 "출입국항에서 하는 난민인정 신청의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로 난민심사 절차와 준비해야할 자료에 대한 세부정보가 없다. 해당 법률 시행령에서야 "난민신청을 받은 청장, 사무소장과 지체 없는 면담 조사", "난민신청자는 탑승 항고기명 또는 선박명, 인적사항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등 복잡한 절차를 상술하고 있다.

대부분 난민 신청자들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 도망쳤다는 배경을 고려하면, 현행법만으로 한국 난민심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박해가 발생한 날짜와 시간대 등 세부적인 사항을 집중적으로 심사하는 한국 난민심사 특성을 고려하면 해당 조항의 보완은 시급하다. 한국 난민심사의 지나친 엄격함은 법조계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전수연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난민 심사 시 박해를 당한 구체적 장소와 날짜를 집중적으로 캐묻는 등 마치 강력범죄자를 취조하듯 심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루렌도 가족을 지원하는 이 변호사 역시 "전체적인 맥락이 아닌 특정 장소와 날짜를 따지는 '말꼬리 물기' 심사"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와 함께 루렌도 가족 항소심을 지원하는 이주언 변호사는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나 "법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것을 지켜야 한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 현행 난민법은 그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위헌법률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난민신청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불회부 사유 역시 시행령 제5조 1항에서야 사회적 질서 위협, 거짓 증언 등의 이유로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주언 변호사는 "법률에서는 제6조 5항에만 포괄 위임해버리고, 시행령에서야 구체적인 사항을 기재하는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법률유보 원칙이란 인간의 기본권에 직결된 법률은 반드시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법무부 1심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도 드러났다. 법무부 측은 루렌도 측의 불복 소송 1심에서 루렌도 가족이 앙골라에 거주할 당시 살았던 집 임대인이 "루렌도 가족은 수개월 전부터 계획적으로 한국행을 준비했다"고 말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1심에서 패한 루렌도 측 변호인단이 항소심을 앞두고 직접 집주인을 인터뷰한 결과 그는 이러한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인에 따르면 임대인은 한국대사와 만난 사실이 있지만 루렌도 가족이 언제 열쇠를 반납하고 방을 뺐다는 정도만 전했다. 명의만 집주인일 뿐 임차인이 들어가는 대문도 달라 교류도 거의 없었다고도 전했다.

법무부 소속기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소송대리인은 이날 재판에서 "얼마 전 원고 측 항소이유서를 읽어 봤는데 임대인(집주인)의 진술 번복을 확인했다"며 "저희도 의아한 입장"이라고 1심 보고서 내용에 번복 사항이 있음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수개월 전부터 한국행을 계획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 법무부 불회부 결정을 유지했다.

콩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문과 성폭행 등에 시달린 루렌도 일가족 6명은 1월 난민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루렌도 부부는 4남매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라운지 소파 위에서 반년 넘게 노숙 중이다. 루렌도 가족을 지원하는 변호인단은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냈지만 4월 25일 패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23일이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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