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권고를 수용한데 따른 것으로, 이날 문 총장은 검찰 수장으로서 부실수사와 인권침해 등 검찰의 과거 일부 사건 처리에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며 피해자와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문 총장은 25일 대검찰청 검찰역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다 하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히는 것으로 지난 2년간의 임기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서 문 총장은 과거사위 활동 등은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위에서 선정된 개별 사건이 15건, 포괄적 사건 2분야가 결정됐고, 1년 6개월 조사가 있었다.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 민주주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총장으로서 매우 안타깝지만, 과거에 관한 문제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사과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 총장은 용산참사 생존자가 지난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서도 "뉴스를 보고 매우 가슴이 아팠다"며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으나, 검찰 입장에서는 과거사위가 가동 중이어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용산참사 사건 관련해선 당시 수사팀이 검찰과거사위 조사 결과에 반발하는 등 내부 논란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문 총장은 "내부에서 논의 중으로, 아직 어떤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고 밝히며 "임기가 29일 남았는데,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진 않았다.
문 총장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두고 "김 전 차관 사건 자체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더 부끄러운 것은 1·2차 수사에서 왜 이것을 못 밝혔을까"라며 "이는 검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당시 검찰 수사가 부실했음을 인정했다. 다만 이들을 문책 하지 못하는 이유로 "법률상 문책 시효가 있는데, 현행 법상으로는 (문책할 수 있는)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사과했다. 문 총장은 "실체 접근을 위해서는 검사가 증거를 면밀히 살폈어야 했고, 증거의 연결성을 따져봤어야 했는데 이를 따져보지 않은 과오가 있다"며 매우 부끄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이 사건에 대한 형사책임 부분은 고소가 되어 있어 수사에 착수했으니 곧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무일 총장은 과거사위 지난 활동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건을 100% 정리할 순 없겠지만, 100%를 완벽하지 못하다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국민적 지탄, 비난을 받아들여 더 나은 검찰로 나아가길 소망하고 기대한다"고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검찰은 과거사위가 재조사를 벌인 17건의 사건을 대검 청사 4층 역사관 내 전시물로 설치해 일반인에게도 공개할 계획이다. 2008년 개관 이후 7년 뒤 재개관한 역사관에는 1세대 검사로 알려진 이준 열사의 흉상을 비롯해 1980~1990년대 사용된 기계식 거짓말탐지기 등 검찰의 역사부터 검찰인의 삶과 정신, 그동안 검찰이 걸어온 자취 등을 한 눈에 볼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그런데 이 곳에 '검찰의 과거를 돌아보다'를 제목으로 한 과거사위 재조사 사건에 대한 조사 내용 및 검찰의 조치사항 등 검찰 오욕의 역사를 전시해 놓고, 더 나은 검찰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마음 속에 새기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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