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송은화의 낭중지추]검찰 개혁 '파격' 총장이 답일까?

  • 사회 | 2019-06-15 00:01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로 (왼쪽부터) 봉욱(54·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과 김오수(56·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54·20기) 수원고검장, 윤석열(59·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추천됐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로 (왼쪽부터) 봉욱(54·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과 김오수(56·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54·20기) 수원고검장, 윤석열(59·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추천됐다.

'천성관 쇼크' 반복되지 않기를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13일 제 43대 검찰총장이 될 후보자 4명을 추천했다. 봉욱(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김오수(사법연수원 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사법연수원 20기) 수원고검장,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공개된 후보 4명 중 단연 주목을 받은 사람은 윤석열 지검장이다. 전임 검찰총장의 경우 김진태(14기), 김수남(16기), 문무일(18기) 등으로 2기수씩 차이가 난 것과 비교하면 그는 문 총장과 5기수 차이로 벌어진다.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 조직에서 후보군의 사법연수원 기수가 19~23기로, 4기수나 벌어진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윤 지검장이 검찰 총장이 되면 후배가 총장이 되면 동기와 선배 기수들이 물러나는 검찰 조직의 관행에 따라 연수원 19~23기 고검장.지검장들이 대거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이 순간 불현듯 한 사람이 떠올랐다. 2009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검찰총장 내정자였던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2009년 7월 17일 오전 퇴임식을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검찰총장 내정자였던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2009년 7월 17일 오전 퇴임식을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천 후보는 전임 검찰총장(임채진) 보다 3기 아래인 12기여서 당시 기수를 파괴한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강남의 고가 아파트 구입자금의 출처와 부인의 명품 쇼핑 등 개인사를 둘러싼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총장 후보로 내정된지 24일 만에 비공개 퇴임식을 하고 검찰을 떠났다.

검찰총장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것은 2003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어서, 그만큼 여파가 컸다. 특히 천 후보가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되면서 검찰 관행에 따라 수뇌부 고검장급 8명도 이미 용퇴해버려 사상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윤 지검장과 천 후보는 매우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한 부분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한직에 있다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기했고, 검찰총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천 후보는 수원지검장을 하다 2009년 1월 51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고, 6개월 뒤 검찰 총장 후보가 됐다.

윤 지검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된 이후 2016년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해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를 맡았다. 그리고 2017년 5월 59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돼 2년만에 검찰 총장 후보가 됐다.

두 사람의 차이도 분명하다. 천 후보는 건설업체 사장으로부터 차량과 해외여행 비용, 부인의 가방까지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스스로 사퇴했지만, 윤 지검장에겐 이런 의혹들이 없다. 다만 윤 지검장이 총장에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되면 부인의 60억 가까이 되는 재산증식 과정을 놓고 야당의 집중공격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검찰총장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사진은 2017년 5월 22일 윤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첫 출근하던 날의 모습. /더팩트 DB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검찰총장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사진은 2017년 5월 22일 윤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첫 출근하던 날의 모습. /더팩트 DB

윤 지검장은 지난해 3월 말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서 윤 지검장이 포함된 법무.검찰 고위직 가운데 가장 많은 64억 3600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농단 사태부터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까지 핵심 수사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온 윤 지검장의 그간의 행보로 본다면 의외라는 반응이 많을듯 한데, 이 중 2억 4000여 만원을 제외한 62억원이 부인 재산으로 신고됐다. 윤 지검장은 2012년 53세의 나이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고, 문화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인의 존재는 언론 등을 통해서도 거의 공개 되지 않았다.

천 후보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해명한 답변에 대해선 검찰 내부에서도 이례적으로 매우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심하다'부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말까지 나왔다고 하니 궁금하다면 직접 찾아보기를 권한다. 더불어 천 후보가 파격 인사로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는 점이 윤 지검장의 경우와 닮아있다는 것이지 이외에는 다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겠다. 천 후보는 낙마 이후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김&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올해 3월에는 두산 사외이사로 신규 임용됐다.

검찰청법 제 12조 (검찰총장)

②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한다. ③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전문개정 2009. 11. 2)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진 검찰 총장 자리에 대한 법조문이다. 한 문장으로 설명돼 있지만 검찰총장은 검찰조직의 상징이며, 총장의 판단은 검찰 전체의 의사결정으로 여겨지는 만큼 중요한 자리임은 분명해 보인다. 누가 검찰총장이 될 것이냐에 검찰 내부뿐아니라 법조계, 정계와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검찰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조차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당연히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점들이 문제가 되는지, 이 부분들이 검찰 내외부 사안들과 연결돼 문제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등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부터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총장이 누가 되느냐가 검찰 개혁의 신호탄임은 분명하나, 검찰총장 한명이 바뀐다고 조직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순 없기 때문이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지난 4월 '2016년 부산지검 귀족검사의 공문서위조 은폐사건'과 관련해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간부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임 부장검사는 5월 31일 경찰에 출석하면서 "검찰 수뇌부는 공소장 바꿔치기 사건 등을 모두 알고서도 해당 검사의 징계를 미루었다. 대검 감찰제보시스템을 통해 내부 자체 개혁과 처분 등을 요구했지만 묵살 당해 경찰에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청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와 마이크 너머 자욱이 날아오는 돌팔매들을 보았다. 마음이 아리지만, 어차피 가기로 작심한 길이니 비명 대신 노래 부르며 가려 한다. 현재의 검찰에 대한 슬픈 노래(哀歌)이자 마땅히 있어야 할 그 검찰에 대한 제 사랑의 노래(愛歌)가 지금은 너무도 미약하지만, 언젠가 동료들과 함께 어우러져 함께 부르는 합창이 되는 날, 검찰이 진정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검찰로 우뚝 설 것이고 그날이 언젠가 오리라 굳게 믿는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녀의 바람처럼 검찰이 진정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검찰로 우뚝 서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검찰총장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사진은 2017년 5월 22일 윤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첫 출근하던 날의 모습. /더팩트 DB

송은화 happ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