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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제3자 인공수정에 혼외관계 자녀..."내 자식 맞나요"

  • 사회 | 2019-05-23 05:00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친생추정 공개변론을 열었다. /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친생추정 공개변론을 열었다. /뉴시스

대법원, 공개변론 결과 토대로 올 연말까지 결론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A씨와 부인 B씨는 1985년 결혼했지만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생기지 않았다. B씨는 남편인 A씨의 동의를 얻어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을 통해 1993년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두사람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A씨는 4년 뒤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자신의 무정자증이 치유된 것으로 생각하고 둘째 역시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그러나 A씨는 2013년 가정불화로 B씨와 이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두 자녀를 상대로 친자식이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A씨의 패소로 판결했다. 친생추정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1심과 2심의 판단은 차이가 있었다. 1심은 A씨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지만 부부가 같이 살았기 때문에 친생자 추정 원칙이 적용된다고 봤다.

민법 제정 당시 도입된 '친생추정'이란 부자관계를 확정해 자녀의 복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그동안 대법원은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명백한 경우에만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해왔다.

친생자 추정 원칙을 깰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제척기간인 2년이 지났다며 소 각하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첫째 아이는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A씨가 동의했기 때문에 친생자로 볼 수 있지만, 둘째는 친생자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갖췄으므로 양친자관계가 성립한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친생추정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진은 김명수 대법원장 /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친생추정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진은 김명수 대법원장 /뉴시스

A씨는 다시 상고했고, 사건을 넘겨 받은 대법원은 해당 사건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22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친생자 추정원칙에 대한 하급심 판결들이 서로 엇갈리면서 명확한 개념이 필요하다는 게 공개변론의 배경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친생자 관계 입증이 쉬워진데다, 인공수정에 따른 임신 및 출산이 늘어남에 따라 친생추정 예외의 범위를 좀 더 넓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작용했다. 물론 기존의 법리가 타당하다는 주장도 아직 거세다.

"불행한 가족관계 연장"vs"인공수정 동의했으면 책임져야"

"(친자가 아닌 것을 확인했는데도) 친자관계를 지속시키면 불행한 가족관계도 지속하게 된다. 인공수정 동의는 아이를 낳기 위한 의료행위에 동의한 것이지 친생자라는 법적 효력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친생자 추정에 대한 예외를 확대해야 한다."(원고측).

"인공 수정에 동의한 남편이 뒤늦게 친생자 추정을 부정하는 것을 인정하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 아내가 낳은 아이를 친자식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남편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권한을 주게된다. 친자 관계가 부정되면 보호 대상인 자녀의 신분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부부관계 파탄이 자녀의 귀책 사유는 아니지 않느냐."(피고측)

'금반언의 원칙'은 자신이 선행한 행위와 모순되는 후행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쉽게 말해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초청으로 각각 피고측과 원고측 참고인으로 공개변론에 나선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와 차선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현 교수는 "부모는 제소기간 내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생부와 자녀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통해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AID(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 방식의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친생부인이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차선자 교수는 "아버지의 친생부인 기회를 상실시키면 자식이 혈연부에 대한 알권리와 진실된 친자관계를 형성할 기회까지 단절시킨다"며 "의학기술 발달과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친생부인을 인정하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제공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제공

대법원의 요청으로 각 사회단체들도 서면으로 찬반 입장을 밝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친자관계 관련 상담 중 친생추정 규정으로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자녀의 복리와 인권보호 등을 고려한다면 법원이 예외 인정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변협은 "과학적 방법으로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명백히 확인될 때만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남편이 제3자 인공수정에 동의했다면 신의칙과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친생 부인 주장을 허용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공개변론 결과 검토해 올 하반기 36년만에 결론

'부부가 동거하여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를 임신한 경우에 친생추정이 적용되는 것이고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거의 결여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

1983년 이후 36년이 흐른 2019년 대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대법원은 이날 공개 변론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심리한 뒤 늦어도 올 연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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