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도서출판 애지刊)
[더팩트|강일홍 기자] 30여년간 대중문화 기자로 활동한 오광수 시인이 첫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도서출판 애지刊)를 발간했다.
'우리도 꽃처럼 피고 질 수 있을까/ 길고 긴 인생길, 피고 지며 살 수는 없나/ 한 번은 라일락이었다가, 이름 없는 풀꽃이었다가 가끔은 달맞이꽃이면 어떨까/ 한겨울에도 눈꽃으로 피어 동짓날 밤, 시린 달빛과 어우러져 밤새 뒹굴면 안 될까'('우리도 꽃처럼' 중에서)
4×6판 장제본으로 발행한 이 시집에는 '꽃'과 '땅으로 상징되는 아름다움과 덧없음, 오램과 깊음이 모두 녹아 있다. 해설을 쓴 유성호 평론가는 이번 시집이 "오광수의 시는 고통에 대한 자기 위안과 치유의 속성을 강하게 견지하면서, 어둑한 추억과 진정성 있는 고백과 함께 사랑과 그리움의 언어를 통해 삶의 성찰적 담론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했다.
중앙대 문창과 시절 후배들의 사랑과 질투를 받으며 '전설'로 회자되던 시인은 그동안 '비동인' 활동을 하며 꾸준히 시를 발표해왔고, 대중문화 관련 산문집과 시해설집을 낸 바 있다.
오 시인은 첫 시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신문사 문화부 풍경은 늘 책과 함께하고, 일주일이면 수백 권의 책들이 쌓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책 속에 파묻혀 지내다보니 책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었다"면서 "굳이 변명하자면 미디어 글쓰기를 하면서 제 시 쓰기를 게을렀다"로 말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오 시인은 1986년 동인지 '대중시'로 데뷔했으며 시집 '그들은 다만 걸었다' 등에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8년 12월 월간 '시인동네'에 발굴시인 특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에세이집 '가수 이야기'와 '낭만광대 전성시대', 시해설집 '시는 아름답다'를 펴냈다.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기획취재부장, 문화부장, 대중문화부장, 문화사업국장을 거쳤고 현재는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을 맡고 있다.
오랜 대중문화 기자로 활동한 이력이 말해주듯 대중 아티스트들, 즉 조영남, 조용필, 한영애, 이소라 가수들을 소재로 쓴 시편들도 이채롭다. 쓸쓸하지만 살 만한 세상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가인의 세계와 언어로 존재 갱신의 활력과 현재를 재구성해가는 시인의 세계가 다르지 않을 듯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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