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행복연구센터 "국민 20% 몸은 대한민국, 마음은 아프리카에"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지난해 9월 13일. 우리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전의 어떤 부동산 대책보다 강도 높은 규제안이 담겨 있었는데, 이날 우리 국민들의 행복감은 평소보다 9% 가까이 하락했다.
◈정부 9.13부동산 대책 발표, 국민 행복지수는 평소보다 -9%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 같이가치팀이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해 365일 24시간, 국민들의 안녕(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2018년 한 해동안 가장 행복하지 않았던 '워스트(Worst) 5' 중 3위는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날이었다.
이날 안녕지수는 4.75로, 발표 전날까지의 평균 안녕지수 값인 5.32, 일반적인 목요일 평균 안녕지수인 5.23점 보다도 크게 낮았다. 이 차이는 2018년 주요 사건들이 가져온 행복 값의 변화 가운데 가장 큰 것이며, '워스트 5위' 중 2위가 이 대책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9월 12일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점이다. 2018년 가장 행복하지 않았던 날 5위 중 2개의 순위가 부동산 대책 발표 전날과 당일이기 때문이다.
행복연구센터는 부동산 대책이 행복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면 주택 구매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연령대인 30~40대에 영향이 특별히 컸을 것으로 보고 2018년 9월 13일 목요일의 안녕지수를 9월의 다른 목요일(6일, 20일, 27일)의 안녕지수 평균과 연령대별로 분석해본 결과, 발표 당일 40대와 30대의 안녕지수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 최인철 교수는 "40대의 경우 9월의 다른 목요일에 비해 부동산 대책 발표 당일의 안녕지수가 9% 낮게 나타났고, 30대는 6.4% 낮은 반면 10대와 20대, 50대는 각각 4.25%, 4%, 1.23%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반면 "60대 이상은 대책 발표 당일 오히려 안녕지수가 14%가량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 같이가치팀은 2017년 9월부터 지금까지 센터가 개발한 행복 측정치인 '안녕지수'를 카카오 마음날씨 플랫폼을 통해 365일 24시간 측정해 왔다. 지난 1년 6개월간 1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한 번 이상 측정에 참여했고, 누적건수로는 300만 건 이상의 데이터가 축적됐다. 행복연구센터팀은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삶에 대한 만족감' 및 '스트레스' 등 10가지를 측정문항으로 구성해 응답자들이 0부터 10까지의 11점 척도에서 답하도록 했다. 이는 UN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발표하는 행복지수(주로 삶의 만족도 점수를 사용)와 비교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로, 이 조사에서도 11점 척도를 사용하고 있다. OECD 역시 삶의 만족도 측정을 위해 11점 척도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 행복(안녕)지수, 10점 만점에 5.8점
그렇다면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몇 점이나 될까? 10점 만점에 5.18점으로 '보통'이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UN세계 행복 보고서와 비교해서도 비슷한 수치다. UN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위는 핀란드였고,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최상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156개 국 중 5.87점으로 57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2018년 대한민국 삶의 만족도를 보면, 10점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5.6%, 9점대는 4.9%, 8점대는 9.6%로 응답자의 20%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북유럽 국민들의 평균 만족도 수준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반면 UN 행복 순위에서 가장 낮은 아프리카 국가 국민들의 평균 만족도 수준만큼의 삶의 만족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23.1%에 달했다.
최 교수는 "결론적으로 국민 20%는 몸은 대한민국에 있지만 마음은 핀란드 사람들과 같고, 국민 23%는 몸은 대한민국에 있지만, 마음은 기근과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듯한 상태로 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 월요병보다 더한 '목요병'이라는 복병
일주일 중 안녕지수가 가장 낮은 날은 언제일까? 흔히 말하는 '월요병'의 월요일보다 목요일의 안녕지수가 더 낮은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터 분석결과 '목요일'은 안녕지수 총점이 최하위일 뿐 아니라 스트레스도 가장 높았으며, 지루함, 짜증, 우울, 불안까지 최악의 요소들이 최고조에 달했다.
최 교수는 "주중에 한번 쉬어가야 한다면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쉬는 것이 최적임을 시사하는 결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본인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 쉬는 것 보다 목요일에 한번 쉬고 다시 일요일에 쉬는 식으로 휴일을 적절히 배치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인철 교수는 "나아가 이 결과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 같은 이벤트는 가급적 목요일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행복감이 낮았던 Top5 중 이틀이 목요일이었고, 그 중 하루는 수능이 있었던 11월 15일이었고, 또 다른 하루는 초강력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9월 13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개인적으로 중요한 집안 행사나 회사에서 회식일 등을 결정할 때 목요일은 피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해석된다.
또 '월요병'은 사실 일요일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일요일의 안녕지수는 5.26점으로 토요일 5.37보다 낮았고, 우울 점수는 목요일에 이어 2위로 월요일 3위보다 높았다. 지루함 역시 월요일에 비해 일요일이 높게 나타났다. 불금 효과도 존재했다. 목요일에 급격히 떨어진 행복감이 금요일에 급반등했고, 특히 금요일의 긍정정서 경험은 토요일과 거의 동일한 수준을 보였으며, 그 중 '즐거움'의 경험은 금요일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행복해지려면? 비교NO, 감사YES
감사가 우리 삶을 얼마나 바꿀수 있을까? 감사의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 행복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들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결과다. 최 교수는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행복을 증진시키기에 감사의 경험보다 간편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인의 감사 평균 점수는 7점 만점에 5.02점이었다. 4점대가 27.7%로 가장 높았고, 5점대 이상에 응답자의 55.1%가 분포해 한국인들이 비교적 감사를 자주 경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성별로는 사회.문화적 영향으로 인해 남성의 감사 점수가 여성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남성의 감사 점수(평균 5.08)가 여성 점수(5.01)보다 미세하게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10대 때 높았던 감사가 20~30대에서 하락해 최저 수준을 보이다 40대부터 반등해 60대 이상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고, 지역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으나 세종시의 감사 지수는 5.27로 평균인 5.02보다 조금 높았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지수를 측정하는 '사회비교' 지수는 어떨까? 대한민국 평균 사회비교 점수는 5점 만점에 3.38이었다. 능력비교는 3.14점. 의견비교는 3.61점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객관적인 능력보다는 주관적인 의견비교를 더 많이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최 교수는 "남들과 비교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삶의 의미를 덜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특히 능력비교를 많이 할수록 행복감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렇게 매년 행복 지도가 그려지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우리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행복하게 했던 사건들은 추억하고, 불행하게 했던 일은 반성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행복지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복지도는 매년 업데이트 될 예정"으로 "올해는 참가자들의 나이, 성, 지역에 따른 지도만 그렸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교육 수준, 연봉 수준, 결혼 여부 등을 고려한 보다 세밀한 지도가 그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런 내용을 담은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대국민 행복 연구 프로젝트는 'ABOUT H: 대한민국 행복 리포트 2019'라는 제목의 책으로 오는 15이 출간될 예정이다. 21세기 북스 관계자는 "이 책을 통해 경제지표나 정치.사회적 여론조사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행복'에 관한 대한민국의 진짜 마음 지도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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