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지 옮기고 여행 다녀…"단순한 간병인 아냐"
[더팩트|문혜현 기자] 세상을 떠난 공무원 남편 대신 연금을 받던 아내가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가 되면 사실혼 기간 받은 연금을 환수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60대 여성 A 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군무원이던 A 씨의 남편은 지난 1992년 사망했다. A 씨는 남편이 숨진 뒤 25년간 유족연금을 받아왔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 2017년 A 씨가 남성 B 씨와 사실혼 관계라는 제보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 확인 결과 A 씨는 2014년 10월 B 씨가 사는 건물로 주소지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들은 강원도의 한 건물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한 방에 두 사람의 옷가지가 걸려있고 화장실에 칫솔이 같이 놓여있는 등 사실혼 정황이 포착됐다. 현관 입구엔 A 씨의 며느리가 "엄마, 아빠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항상 엄마, 아빠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아시죠?"라는 내용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지역주민 7명은 "이들이 4년 전부터 부부 행세를 하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연금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에 손도장을 찍었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사실혼 관계가 발생한 시점부터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공단은 A 씨가 B 씨의 건물로 주소지를 옮긴 2014년 10월부터 수급권을 상실했다고 보고 유족연금 3800여만 원을 환수하라고 2017년 12월 고지했다.
그러자 A 씨는 "B 씨와 사실혼 관계가 아니다"며 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그는 "월 80~100만 원의 돈을 받고 B 씨를 간병해줬을 뿐"이라면서 자신의 간병인등록증과 B 씨의 진단서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가 맞고 연금 환수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조 판사는 "A 씨의 며느리가 '엄마, 아빠'라고 편지를 쓴 것은 A 씨의 가족이 이들을 부부로 인정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또한 "함께 여행을 가고 간병인이 환자의 주소지로 주소를 옮긴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A 씨가 단순한 간병인이 아니었다"며 연금 환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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