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시각, 구조적 문제로 접근"…민주당 대구시당, 홍 구의원 윤리심판원 회부
[더팩트|문혜현 기자]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지원금 지급을 반대하고, 이들을 "탈세범"이라 규정한 홍준연 대구광역시 중구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의 발언에 "성매매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덕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이와 관련해 "공인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자활 지원금은 탈성매매를 목표로 주어지는 것"이라며 "(자활 의지를 가진) 여성들에게 (지원금을) 못 주겠다는 건 성매매가 계속 이뤄지도록 방치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말 홍 구의원은 대구시 중구의회에서 류규하 중구청장과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금을 놓고 언쟁을 벌였다. 홍 구의원은 류 구청장에게 "성매매 자활대상자 41명에게 생계, 주거 명목으로 지급되는 시비 8억2000만 원은 피 같은 국민의 세금으로 토지개발에 방해가 되는 성매매 종사자를 처리하고자 하는 성매매 사업자, 토지개발업자, 대구시 공무원의 농간으로 이뤄진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구청장이 다른 의견을 내놓자 홍 의원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젊어서부터 땀 흘려 돈을 안 벌고 쉽게 돈 번 분들이 2000만 원 받고 난 다음에 재활해서 자활 교육을 받고 또 다시 성매매 안 한다는 그런 확신도 없다"며 "(성매매 여성들은) 전부 자발적으로 들어온 사람이다. 자발적으로 카드값 못 막아서 선금받고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여성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홍 구의원은 "저는 성매매는 분명히 불법이고, 성매매 여성들이 탈세를 저지른 탈세범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초 대구시는 대구 중구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을 폐쇄하고 아파트 등으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 과정에서 대구시는 지난 2016년 12월 '대구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까지 성매매 여성 71명이 자활상담에 참여했고, 이 중 41명이 자활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자활 지원 대상자는 생계·주거·직업훈련비 명목으로 10개월 동안 최대 2000만 원을 단계적으로 지원받는다.
이에 대해 윤 박사는 "혈세 낭비라고 하는 것은 옛날 사고방식"이라며 "자활해서 성매매에 다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서 자활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을 돕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에 대해선 "자활을 하려면 그동안 성매매를 해온 기간,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며 "지원 금액 자체가 높진 않지만 열과 성을 다해 자활을 돕고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자활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에서도 '성매매 여성을 왜 지원하느냐'는 말이 나오지만 모든 곳에 있는 취약자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지금은 비용이 들어갈지라도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없어져서 이 나라에 성 산업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부대표는 '탈세범 발언'과 관련해 "그러면 성매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세금을 잘 내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권 부대표는 "(성매매의) 모든 원인과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고 있다"며 "구조적인 맥락을 삭제한 채 여성들에게 돈을 주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난 이전에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구조에 대한 역사적 흐름을 봐야 한다"며 "'포주'라고 불렸던 성매매 중개업자와 '성 구매자'들도 있지 않나.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성매매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부대표에 따르면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탈성매매 의사를 나타내고 있지만 사실상 포주에게 묶여있는 '인신구속'과 같은 구조적 문제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성매매 구조 안에서 여성은 가장 '약한 고리'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권 부대표는 "(홍 구의원 발언은) 지난해 미투 운동으로 시작해 여성들이 말하고자 한 것을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정치인이 변화의 모습 없이 (성매매) 문제의 원인을 여성으로 돌리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구시 내 여성 단체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구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 구의원을 규탄하고 중구의회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핵심은 공권력이 성매매 집결지 업주들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고, 성매매 집결지를 방임, 유지해오며 여성인권유린의 현실을 외면해 온 역사에 반성하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또 다른 불행을 막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구의원을 향해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책적 의지로 힘을 써야 할 의원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대상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한 이가 의원으로 의정비를 받아가는 것이 혈세 낭비"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4일 사과문을 공식 발표했다. 또한, 지난 8일에는 홍 구의원을 당내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30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3시간 넘게 진행했지만, 최종 결정을 연기했다. 홍 구의원의 징계와 관련한 2차 회의는 다음 달 14일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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