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추진위와 '보상 문제' 대립…"강제 집행, 갈취 당했다"
[더팩트=전농동|문혜현 기자] "추위와 싸우는 게 가장 힘들다."
14일 최악의 미세먼지가 자욱한 쌀쌀한 날씨 속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의 폐건물 2층 옥상에 올라앉아 목에 쇠사슬을 건 최창욱(50) 씨는 이같이 말했다. 재개발이 결정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폐건물 옥상에는 전날(13일) 오전 9시부터 '588집창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관계자 5명이 올라가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시작된 강제 집행으로 살던 집, 점포를 나온 것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던 최 씨는 "당초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영업 보상으로 1000만 원, 세입자와 업주들에게 영업 보상비 1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직원들이 강제 집행을 신고하고 나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등은 옥상에 오른 최 씨가 전봇대와 연결한 쇠사슬을 목에 걸고 뛰어내리겠다고 밝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실제 취재진이 이날 오전 방문했을 때 폐건물 옆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에어 매트리스가 설치돼 있었다.
최 씨는 "협상 요건은 공사 중단"이라며 "재개발 추진 관계자에게 8400만 원을 갈취당했다. 건설사와 연계된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무자비하게 내쫓겼다"고 하소연했다.
폐건물 앞 길가 한 쪽엔 청량리 4구역 재개발지구 세입자들이 '단결·투쟁'이 적힌 조끼를 입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재개발 구역에 살림집이나 점포를 가진 세입자들로 "강제로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재개발 합의 당시 제시한 보상 금액보다 턱없이 낮은 보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산 A(73) 씨는 "(합의와 달리) 100~200만 원만 받고, 쫓겨난 사람들은 쪽방촌에 살고 있다"며 "전기가 끊기고 가스까지 나가 살기 힘들다. (강제 집행할 때) 사람 취급을 안 했다. 살림살이도 못 갖고 나온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이들은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었다.
해당 지역은 재개발 초기부터 보상금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량리 일대는 지난 1994년 서울시 도심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고, 2015년 동대문구가 관리처분인가를 내리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 지역 재개발은 롯데건설이 맡아 시행하고 있다.
청량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비대위 책임자와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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