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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고 임세원 교수 애도 물결…"모든 의료인 폭력 노출"

  • 사회 | 2019-01-03 00:58

자신이 진료하던 정신질환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이목이 쏠리며 진료실 안전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평동=문혜현 기자
자신이 진료하던 정신질환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이목이 쏠리며 진료실 안전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평동=문혜현 기자

폭력 사건 비일비재…"주위 사람들 미리 알았다면"

[더팩트|평동=문혜현 기자] 자신이 진료했던 정신질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대한 이목이 쏠리며 의료인들의 안전 대책 마련 지적이 나온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진 안전 보장과 병원 폭행.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 교수는 2018년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중이던 환자의 흉기에 의해 사망했다. 고인과 같은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 대부분이 환자와의 유대 관계를 최우선에 두고 있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더팩트>는 2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을 통해 환자 진료에 대한 두려움과 제도 개선을 듣고자 했지만, 대부분은 사회에서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고사했다.

최명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임 교수를 사망에 이르게 한 환자의 상황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라면서도 "그 환자가 입원 후 퇴원한 지 꽤 있다가 다시 찾아왔기 때문에 선생님(임세원 교수) 입장에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가해자에 대해 "치료가 완전히 다 이루어지고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며 "지속적인 치료가 더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환자 주변인들이 있었을 가능성을 두고 "환자가 가족이나 주위에 살해 의도를 밝혔다면,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고 의사에게 어떤 형태로라도 전달했다면 어땠을까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숨진 임 교수에 대해서도 안타까움과 함께 존경을 표했다. 최 교수는 "(임 교수는) 참 훌륭하신 분이다"라며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다른 의료진을 생각한 임 교수에게 존경을 표했다. 임 교수는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있던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완전히 대피했는지를 살피기 위해 두어 번 뒤를 돌아본 것이 병원 내 CCTV로 확인됐다.

최명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명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환자가 가족이나 주위에 살해 의도를 밝혔다면,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고 의사에게 어떤 형태로라도 전달했다면 어땠을까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건이 발생한 강북삼성병원. /문혜현 기자

임 교수 사건을 계기로 병원 내 의료진 안전 강화에 대한 요구 또한 거세지고 있다. 사건 당시 임 교수는 진료실에 있던 콜벨을 눌렀지만, 1층에 있던 보안요원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제대로 보호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가 병원 측에 확인해본 결과 강북삼성병원에는 1층에 총 3명의 보안요원이 있고, 이들이 병원 전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과에는 콜벨이 있지만, 모든 진료실에 콜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의사협회도 의료인들의 안전과 함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진료 중 발생하는 폭행, 사망사고는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폭행 사건이 응급실 내에서 300건, 전체 의료현장에서 800건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경찰에 접수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실제로 이러한 사건은 더욱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정 대변인은 "(폭력 사건으로) 경찰에 신고하게 되고 사건이 진정되면 현장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동생 임세희 씨는 2일
고인의 동생 임세희 씨는 2일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보장)과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과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또한, 의료법상 포함된 '반의사불벌죄' 문제도 제기됐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사법 절차로 가지 않을 수 있는 단서 조항이다. 정 대변인은 "경찰이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진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법적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현장 안전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의료진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정 대변인은 "가장 심각한 건 환자 보호자가 의료인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다는 점이다"라며 "TV, 드라마에서 의사를 부정적으로 비추고 있는 경향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의사에 대한 일탈 행위를 전체 의사의 행위로 잘못 인식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날 오후 유족들은 슬퍼하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과 의료진의 안전을 먼저 우려하고 있었다. 고 임 교수의 동생 세희 씨는 "유족의 뜻은 귀하고 소중했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보장)과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과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빠와 같은 이 분야(정신의학)에서 일하는 분들은 자신의 진료권 보장과 안위도 걱정하지만, 환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질환을 빨리 극복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 힘든 직업을 선택하고 지속한다고 본다. 그분들이 현명한 해법을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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