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수증기로 옆 사람도 안 보여" …사고 현장 옆 어린이집도
[더팩트ㅣ백석동=이원석 기자] 사고 현장 500m 반경까지 진흙 바닥이었다. 노후된 온수관이 터져 흘러나온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도로를 덮은 흔적이다. 바로 근처엔 어린이집도 있었다.
4일 오후 8시 40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땅 속에 묻혀있던 850mm 열 수송관이 폭발했다. 이 배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것으로 지난 1991년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27년이나 된 노후 배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된 것이다.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5명 정도가 화상을 입었다. 숨진 송모(67) 씨는 차량으로 현장을 지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씨가 타고 있던 차량은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5일 오전 직접 찾은 현장은 온수관 복구 작업으로 분주했다. 공사 인력을 비롯해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다. 취재진도 몰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고양시병 국회의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도 일찍부터 나와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 성 장관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수습·조치하겠다"며 "이번 사고 계기로 (노후 배관) 긴급점검을 통해 당장 조치할 수 있는 부분 조치하고 또 정밀점검해서 시스템 자체 점검하고 대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상가관리인 A씨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고 발에 화상까지 입었다. 한쪽 발에 붕대를 감은 A씨는 <더팩트>에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물이 치솟았고, 수증기로 도로가 가득해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 옆 빌라에 거주하는 또 다른 목격자 이모(67) 씨는 "'펑' 소리가 나서 베란다로 내다보니 안개처럼 습기가 가득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물소리가 굉장히 컸고, 밤새 시끄러웠다. 사람들이 화상을 입고 응급차에 실려 갔다"고 했다.
근처 상가들은 침수 피해를 당했다. 물은 어느 정도 빠졌지만, 상가 내에도 진흙이 가득했다. 피해를 입은 상인 윤모(56) 씨는 굳은 표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출근하는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차량이 통제됐고 수습 작업으로 인해 길을 지나다니기가 어려웠다. 출근하던 박모(35) 씨는 "밤새 난리가 난 것 같다. 사망자도 있었다고 하는데 안타깝고, 안전 관리가 잘 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장 200m 인근엔 어린이집도 있었고 그 주변엔 지난 밤 사고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낮에 사고가 일어났다면 자칫 어린 아이들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민 이모(45) 씨는 "어린 아이들도 다칠 뻔했다니 불안하다"며 "밤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던 때였다면 사고가 얼마나 더 컷겠냐"고 했다.
주변 카페 등에선 이번 사고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이번 사고에 대해 주민들은 분개했다. 주부 송모 씨(56)는 "이런 사고가 또 나면 어떡하냐. 안그래도 과거부터 백석동 근처에서 사고가 많이 났다"며 "제발 좀 나라에서도 안전 관리를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사고로 인해 한 때 고양시 일대 온수 공급이 중단됐으나 현재는 복구됐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열공급 작업은 끝났고 배관 교체 작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lws209@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