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대진단·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서 제외…정기 점검 결과 '이상없음'
[더팩트ㅣ임현경 기자] 아무도 규정을 어기지 않았지만, 전기 난로에서 시작된 불씨는 18명의 사상자를 냈다. '소방의 날'인 9일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법률과 규정의 허점이 불러온 참사였다.
이날 오전 5시께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에 있는 국일고시원 건물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국내에 거주하던 일본인 1명을 포함, 모두 54∼79세의 남성으로 확인됐으며, 사상자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차 현장감식 결과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301호 거주자가 사용하던 전열기(전기 난로)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301호 거주자 A(72)씨는 앞서 경찰에 "오늘 새벽 잠을 자고 일어나 전열기 전원을 켜고 화장실에 다녀온 이후 전열기에서 불이 나는 것을 목격했다"며 "주변 옷가지와 이불을 이용해 불을 끄려 했으나 주변에 옮겨붙자 나도 대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초 발생한 제천·밀양 화재 참사를 계기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한 바 있다. 고시원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지만, 불이 난 국일고시원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1983년 완공된 해당 건축물은 건축대장에 '기타사무소'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2009년 지어진 건물은 소방서에서 받은 필증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다"며 "고시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해도 불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일고시원은 국가안전대진단은 받지 않았으나 지난 5월 다중이용시설 특별화재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안전점검을 받았다.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비상벨·완강기 등 기본 소방설비가 갖춰져 있어 규정상 문제가 없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탓에 화재 피해가 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2009년 이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2014년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하층 150㎡ 이상이거나 밀폐된 지상 공간에는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국일고시원에는 창문이 있어 그조차 대상에서 제외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법 규정상 오래된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은 10일 오전 10시 합동감식을 진행한다. 윤민규 종로소방서 지휘팀장은 이에 대해 "소방과 경찰, 전기, 가스 등 유관 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과 발화지점이 어디인지 등을 조사해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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