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 폭행 영상은 충격 그 자체 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폭행 사건이 <더팩트> 단독 보도로 알려진 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즉각 현장을 방문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병무청과 공동으로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전국 150개 특수학교를 전수조사키로 했고, 각종 매체를 통해 새로운 폭행 사건들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서울 인강학교 공립화와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더팩트>는 이번 서울 인강학교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장애인 인권유린 상황을 되짚어 보고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방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장애 학생 폭행 사건은 사회적으로 많은 숙제를 남겼다. 폭행을 당한 학생들, 잘못을 회피하는 학교 관계자, 눈물을 흘리는 학부모를 바라보며 대중들은 분개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고질적 문제들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위한 '튼튼한 울타리'가 정말로 필요한 시점인 데도 과연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특수교육대상자로 지정된 장애 학생 수는 9만 780명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 학생들에 대한 보호와 교육 여건 등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더불어 살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등 교육에 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 4명 당 담당교사 1명이 배치돼야 한다. 이 같은 계산에 의하면 전국에는 1만 8680명의 특수교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배정된 특수교사는 1만 3435명으로 법정 정원 확보율은 71.9%에 그친다. 문제가 된 인강학교의 수업 교원 1인 당 학생 수도 3.1명 수준이었다.
또한 사립 특수학교의 구조적인 문제가 오히려 폭력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 150개 특수학교 중 52.5%가 사립학교지만 이를 정부와 지자체가 아닌 사회복지재단에서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들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강학교의 관할 구역인 서울시는 사립 특수학교가 국공립 특수학교보다 두 배 가량 많다. 서울 내 총 30개의 특수학교 중 사립 특수학교는 19개다.
국내 특수학교는 국가와 해당 시·도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국공립 특수학교와 사회복지법인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립 특수학교가 있다. 인강학교는 인강재단이 설립한 사립 특수학교다. 사립과 국공립 특수학교 모두 정부에서 지원되는 예산을 통해 무상으로 교육되기 때문에 교육비 부담은 없으며 일반적으로 학교의 규모와 교육의 질이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립과 국공립 특수학교의 교사는 근속 연수가 다르다. 국공립은 교육청에서 특수학교 교사를 5년 단위로 다른 지역에 발령을 내는 반면 사립은 사회복지법인재단으로부터 채용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근속 연수가 대부분 10년에서 20년이 넘는다.
이에 사립 특수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도 있다. 특수학교 성격상 한 학교에서 초등부터 고등교육 과정까지와 이후 2년 간 직무교육에 해당하는 전공과도 교육하고 있기 때문에 내 아이가 한 선생님 밑에서 수업과 관리를 받는 게 아이 정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논리다.
반대로 근속 연수가 높은 사립 특수학교 교사들의 '매너리즘'을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다. 또 사립 특수학교 교사는 임용고시를 보지 않아도 자격증을 따면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사 자질의 문제가 우려된다.
인강학교 학부모들은 이 문제를 지적했다. 오랜 근속 연수가 아이들을 방치하게 된 악습으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특수교육대상자 자녀를 둔 학부모와 관련 단체에서 인강학교의 공립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인강학교 학부모 대표는 "사회복무요원만의 문제가 아니고 선생님 자질의 문제다"며 "그 집단에 소속돼 동태를 살피고 언어나 행동에 대해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집단의 문화에 맞춰 흘러가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수교사들도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관계자도 "장애학생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인강학교 등 문제가 된 사립 특수학교를 공립학교로 전환해야한다"며 "폐쇄적 분위기는 가해자 몇 명을 징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교사들이 견제받고 평가받을 수 있게 공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계에서는 특수학교가 갖는 폐쇄적인 구조를 지적하며 실효성 높은 대책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도 이번 인강학교 사건과 관련해 폭력에 노출된 장애 학생을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 하겠다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교육부만이 아니라 범부처간의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를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11일 입장문을 내고 "다음달까지 장애학생 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해 관련 민원과 공익제보 등을 통합 관리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문제는 아이들이다. 폭력에 노출된 장애 학생들이 전학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지만 다른 특수학교가 거주지와 너무 멀거나 학교의 정원 초과 등을 이유로 이마저도 어렵다. 인강학교가 위치한 서울시 도봉구만 봐도 인강학교를 제외한 특수학교는 단 하나도 없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 학생들은 정부와 교육부, 병무청 등이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장애 학생의 한 어머니는 <더팩트>의 보도로 장애 학생의 인권 실태가 사회적 관심을 받은 데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을 걱정했다.
"제도적으로는 공립학교 수를 늘리고 특수 교사를 법에 따라 충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다. 단지 몸과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 우리도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함께 살고 싶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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