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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체냄새? '원인불명' 고속터미널역 악취, 하루 100만시민 '불쾌'(영상)

  • 사회 | 2018-03-31 05:00
고속터미널역 악취, 시민들 큰 불편. 한 시민이 서울 고속터미널역에서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있다. /고속터미널역=이진하 기자
고속터미널역 악취, 시민들 큰 불편. 한 시민이 서울 고속터미널역에서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있다. /고속터미널역=이진하 기자

서울 고속터미널역, '악취' 관련 민원 봇물

[더팩트|고속터미널역(서울)=심재희·이진하 기자] "고속터미널역에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 특히 비가 오면 더 심해진다. 한두 번 냄새를 맡은 게 아니다. 역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출퇴근길에 어쩔 수 없이 (고속터미널역을) 이용하지만, 매일 정말 불쾌하다."

40대 직장인 S씨는 매일 아침 서울 고속터미널역에서 환승해 회사로 간다. 수서역에서 3호선을 탄 뒤 고속터미널역까지 오고, 7호선으로 환승해 회사가 있는 내방역에서 내린다. 퇴근길은 반대다. 내방역에서 7호선을 타고 고속터미널역에 가서 3호선으로 갈아탄다. 그런데, 그는 매일 아침과 저녁 정체불명의 냄새에 코를 막는다. "하루이틀이 아니에요. 정말 시체 썩는 냄새 같아요.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 기분 나쁜 냄새가 계속 납니다." 그는 지난달 2월 <더팩트>에 고속터미널역 악취를 제보하며 가슴을 두드렸다.

하루 평균 100만 명이 이용하는 고속터미널역. 3호선, 7호선, 9호선이 있어 환승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하지만 '시민의 출퇴근 통로'에서 불쾌감을 주는 원인불명의 냄새가 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고속터미널역 이용자들 가운데 다수가 "특히 3호선 승강장 특정 지역에 가면 악취가 참을 수 없을 정도다"고 입을 모은다. "시체 썩는 냄새", "하수구 냄새", "정화조 냄새", "음식물쓰레기 냄새", "빗물 고인 냄새" 등 의견이 다양하다.

고속터미널역 승강장에서 악취를 느낀 시민들이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진하 기자
고속터미널역 승강장에서 악취를 느낀 시민들이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진하 기자

시민들의 제보를 받은 뒤 <더팩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에 '고속터미널역 악취' 내용이 있는지 먼저 확인했다. 실제로 냄새에 불쾌감을 느낀 시민들이 상당수였다. 시체 냄새, 정화조 냄새라는 주장이 있었고, 지난 겨울 천장에서 물이 샌 이후에 악취가 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실제로 지난 1월 28일 9호선 고속터미널역 내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다. 9호선 관계자는 수도관 파손으로 인해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으며 원인을 동파로 추정했다. 하지만 당시 물이 샌 이후 부터 냄새가 난 것은 아닌 듯하다. 고속터미널역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악취로 구설에 올랐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 지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취는 '원인 불명'이다. 올해 고속터미널역 악취에 대한 기사는 30일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

<더팩트> 취재진은 제보 내용과 SNS 의견 등을 종합해 3월 초부터 취재에 나섰다. 직접 고속터미널역을 찾아 냄새가 나는지 확인했다. 확실히 좋지않은 냄새가 취재진의 코를 찔렀다. 가장 심하게 악취가 나는 곳은 '3호선 상행(잠원 방면) 승강장 7-3 번문' 앞. 이곳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개찰구에서 승강장으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 앞이라 시민들의 불쾌함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악취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승강장 뒤로 갈수록 냄새는 더욱 강하게 났다.

해당 장소를 지나가면서 코를 손으로 막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머리를 흔드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서울고등학교 2학년이라 밝힌 최지환 군과 김하국 군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고속터미널역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 것은 몇 달 전부터인 것 같다"며 "학원을 가는 길이라 이곳을 자주 지나다니는 데 매번 냄새가 났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여성 L씨는 "원래는 앞쪽(1)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타는데, 오늘 볼 일이 있어 뒤쪽(7) 승강장 쪽으로 왔다"며 "뒤쪽 승강장에서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 같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 P양도 "동물의 냄새인지 시체 섞는 냄새인지 너무 불쾌하고 기분 나쁘다"고 악취에 고개를 흔들었다.

과연, 고속터미널 악취의 원인이 무엇일까.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퇴적물이 원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해당(고속터미널역, 3호선) 잠원 방면 방향 7-3 지점 승강장 하부에 생활 하수관이 들어있는데, 거기 슬러지(퇴적물)가 쌓여 있다"며 "(퇴적물이) 쌓여 있는 곳이 대략 10평 정도 되고 이곳에서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로 저희 공사에서는 올해 들어 두 차례 슬러지 제거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악취 제거를 위해서 향후에도 특수목적으로 슬러지를 제거할 계획이 있다"며 "이미 8일과 16일 해당 부서와 함께 합동점검을 야간에 진행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승강장 하부라 승객이 없는 야간에 작업을 해야 한다. 향후에도 발생되는 퇴적물들을 바로 제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최근 고속터미널 악취에 대해 '공지'를 했다고 강조했다. "25일부터 지하철 역사에 냄새 관련 안내문을 부착해 시민들에게 악취에 대한 것을 알리고자 노력했다"며 "문제가 발생한 역에 현재 5개의 안내문이 배치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더팩트> 취재진이 고속터미널역 안을 모두 확인한 결과 '악취 관련 안내문'은 5군데 붙어 있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에 대한 제보가 계속돼 '더팩트'가 현장 취재로 원인 파악에 나섰다. /이진하 기자
고속터미널역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에 대한 제보가 계속돼 '더팩트'가 현장 취재로 원인 파악에 나섰다. /이진하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악취 원인과 안내문에 대해 밝혔으나 시민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주로 보이고 있다. 원인을 알면서도 빨리 개선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악취 민원이 제기됐는데 최근에서야 안내문을 붙인 것도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속터미널역을 자주 이용한다는 20대 대학생 K씨는 <더팩트> 취재진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안내문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며 "악취가 난 것이 꽤 오래 전부터인데, 늦장 대처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0대 여성 R씨는 "퇴적물 냄새가 진짜 맞는지 궁금하다. 그러면 왜 해결을 못 하나"라며 "저도 시체 썩는 냄새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고 말했다.

현재 고속터미널역에 붙어 있는 안내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승강장 하부 악취 냄새는 관련부서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 등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하철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여전히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안내문을 붙인 시점 자체가 너무 늦었고,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해결도 안 되어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또한 <더팩트> 취재진이 더 자세히 살펴 보니, 악취가 3호선 쪽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었다. 7호선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는 무빙워크 쪽에서도 고약한 냄새가 났다. 이 문제는 무려 8년 전에도 제기됐던 것이라 서울교통공사 설명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지난 2010년부터 시민들이 7호선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는 구간에서 악취가 난다고 꾸준히 민원을 제기해왔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진하 기자
지난 2010년부터 시민들이 7호선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는 구간에서 악취가 난다고 꾸준히 민원을 제기해왔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진하 기자

그동안 수많은 시민들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 고속터미널역 악취에 코를 막고 불쾌해 했다. 몇 년 전부터 고속터미널역 곳곳에서 악취가 코를 찔러도 그냥 지나가야만 했다. 환승을 하지 않으면 출퇴근길이 막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쁜 냄새를 참으며 다닐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 이름과 달리 '고속'이 아닌 너무나도 느린 당국의 대처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속터미널 악취, 언제 사라질까.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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