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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지구 멸망? 노스트라다무스부터 소행성 충돌까지 '지구종말설'

  • 사회 | 2017-09-13 14:00

2017년 9월23일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지구종말론'이 퍼지고 있다. /픽사베이
2017년 9월23일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지구종말론'이 퍼지고 있다. /픽사베이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2017년 9월23일, 지구가 멸망한다."

잊으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지구종말론이 또다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번엔 2017년 9월 23일이 종말 '디-데이(D-day)'다. 지구종말론은 세기말이었던 1999년 가장 위세를 떨쳤고, 가장 최근으로는 2012년과 2015년에도 퍼졌다.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지구종말론의 과거 사례와 과학적 근거 그리고 9월23일 종말론의 실체를 살펴봤다.

9월23일 지구종말론이 제기된 가운데 지구와 달 행성X 태양이 일직서에 서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픽사베이
9월23일 지구종말론이 제기된 가운데 지구와 달 행성X 태양이 일직서에 서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픽사베이

◆ 9월23일 종말론, 소문의 시작

9월 23일 종말론의 시작은 미국 종교학자 데이비드 미드가 지난해 출판한 '플래닛X-The 2017 Arrival'이라는 저서다. 미드는 저서에서 "'행성X'로 불리는 니비루가 지구 방향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며 "2017년 8월 지구와 근접하고 이로 인해 지구에 쓰나미,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 인류의 절반이 멸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행성인 니비루가 먼 우주에서 날아와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주장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된 내용으로 영화 '딥 임팩트', '아마겟돈' 등의 소재로 차용된 바 있다.

미드는 8월21일 99년만에 가장 큰 개기일식 현상이 나타나 태양이 가려지고 지구는 어둠 속에 빠져 기온이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드는 "이런 현상들이 행성 충돌의 전조증상"이라며 "그로부터 정확히 33일이 지난 9월23일, 지구는 니비루와 충돌해 완전히 멸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8월21일 미국 북서쪽 끝 오리건 주에서 동남쪽 끝 사우스 캐롤라이나까지 미국 대륙을 관통하는 역사적 개기일식 현상이 일어났다. 미국 대륙을 관통하는 개기일식은 1918년 6월8일 이후 99년 만에 처음으로 미드의 주장과 일치한다. 이후 미드의 지구종말론은 급속도로 퍼졌다. 미드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목성 4배 크기의 행성X가 지구에 근접할수록 지구 중력 등에 영향을 미쳐 지구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마침내 멸망을 맞이한다. 미드는 "행성X가 지구에 근접했다며 그 증거로 늘어난 지진 횟수, 싱크홀 등을 꼽았다. 미드는 지구종말론과 함께 지도층의 은폐설을 제기했다. 그는 "고위층이 지구종말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 NASA "행성X는 없다…종말, 터무니없는 소리"

미드의 지구종말 주장에 과학계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지구종말 가능성은 0%라고 강조하고 있다.

NASA는 2012년 '소행성 충돌설'이 떠돌 당시 성명서를 내고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한 바 있다. 당시 존 칼슨 나사 천문 고고학 센터 소장은 "니바루나 행성X가 진짜라면 천문학자들은 적어도 10년 간 그것을 추적해 왔을 것이고 육안으로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라면서 "니비루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구를 멸망시킬 만큼 큰 소행성이 다가 온다면 육안으로 보여야 하는데 2012년은 물론 현재까지도 발견된 게 없다.

1990년대 노스트라다무스의 2000년 멸망설을 필두로 마야 달력으로 불거진 2012년 종말론 등 종말론의 역사가 주목 받고 있다. /픽사베이
1990년대 노스트라다무스의 2000년 멸망설을 필두로 마야 달력으로 불거진 2012년 종말론 등 종말론의 역사가 주목 받고 있다. /픽사베이

◆ '노스트라다무스→Y2K→마야 달력→소행성 충돌' 종말론의 역사

지구종말론은 하루이틀된 이야기가 아니다. 종말론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지며 기승을 부린 건 1990년대부터다. 1992년 무렵 국내에서도 특정 종교집단이 '하느님의 심판' '휴거' 등 지구종말을 운운하며 사람들을 현혹해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2000년이 가까워오면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바탕으로 지구멸망설이 들불처럼 번졌다. 여기에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 또는 'Y2k'로 불리는 컴퓨터 연도 이식 오류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1999년 지구가 갑자기 멸망한다"는 종말론은 세기말 공포로 자리잡기도 했다.

Y2k는 컴퓨터가 서기 2000년을 1900년과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오류로 '원자력 발전소 오작동이 일어나 전력이 끊기거나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난다', '신용카드와 은행 전산망이 마비돼 금융 시스템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 '첨단 무기 오작동으로 핵전쟁이 발발한다' 등 다양한 종말 시나리오들이 제기됐다.

우려와 달리 컴퓨터는 2000년 1월1일을 무리없이 인식했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빗나갔다. 이후 2012년 또다시 종말론이 고개를 들었다. 2012년 종말론의 핵심은 마약 달력이다. 기원전 3114년 8월13일부터 시작한 마야달력의 마지막 날이 2012년 12월21일 즈음이어서 이 시기를 지나면 세상에는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인류도 모두 멸망한다는 주장이다. 2012년 멸망설은 마야 달력의 의미를 오해한 터무니 없는 헛소문에 불과했다.

과거 고문서를 바탕으로 한 터무니없는 종말론 이외에도 과학적 근거를 들먹이며 그럴싸하게 포장된 종말론도 있다. 예를 들면 '소행성이 곧 충돌할 것이다', '지구 지축이나 자기장이 갑자기 뒤바뀐다', '행성 직력이 일어나 지구에 홍수와 지진 등이 밀어닥칠 것이다', '태양의 흑점이 대거 폭발해 중성미자가 지구를 달굴 것이다' 등이다.

영화 '2012'는 태양의 흑점 폭발에서 나온 중성미자가 지구 핵을 달궈 대재앙이 일어난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질량과 입자가 아주 미미해 물체와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 또한 태양 폭발과 중성미자가 큰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중성미자가 설령 대량으로 방출된다고 해도 거의 모두 지구를 통과하지 핵을 달구는 일은 없다.
또한 지구의 N극과 S극이 갑자기 바뀌는 이른바 '지구자기 역전 현상'으로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구 역사를 통틀어 수천년에 걸쳐 진행된 지구자기 역전 현상이 단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갑자기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종말은 과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 있다. 과거 중생대 말 공룡 멸종의 이유가 약 6억5000만년 전에 멕시코 유카탄 반도 근처에 대형 소행성이 떨어진 때문이라는 추정은 소행성 충돌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멸망은 적어도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천문연맹(IAU)와 NASA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연구소는 철저하게 지구근접물체를 관측, 감시하고 있다. 또 지구와 충돌 확률 등을 계산해 공개하고 있다. 소행성 충돌 가능성을 0%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해 지구가 멸망할 가능성은 없다. 더욱이 행성X가 다가와 9월23일 지구가 멸망할 가능성은 0%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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