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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부산 여중생 폭행 사고, '착한 사마리아인'은 없었다

  • 사회 | 2017-09-07 00:00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고가 있던 당일 폭력에 가담한 가해 여중생은 피해 여중생의 머리채를 잡고 부산시 사상구 엄궁동의 한 패스트푸드(빨간원) 인근 대로변을 누볐다. /네이버로드뷰 캡처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고가 있던 당일 폭력에 가담한 가해 여중생은 피해 여중생의 머리채를 잡고 부산시 사상구 엄궁동의 한 패스트푸드(빨간원) 인근 대로변을 누볐다. /네이버로드뷰 캡처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파장이 거세다. 14살밖에 안 된 여중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행 정도나 방법이 잔인하다. 밤이 아닌 오전 시간에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목격자가 없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피해 여중생 C양이 끌려다닌 대로는 평일에도 사람과 차량의 이동량이 많은 곳이다.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가는 C양에게 손을 내밀 '착한 사마리아인'이 단 한 명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더팩트> 취재 결과, 부산 10대 여중생 폭행 사건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일 오후 9시쯤 부산 사상구의 한 공장 인근 골목에서 A양(14)과 B양(14)은 피해 여중생 C양(14)을 1시간 40분가량 공사 자재와 의자 유리병 등으로 100여 차례 폭행했다. 피해 여중생은 뒷머리 3곳과 입안 2곳이 찢어져 다량의 피를 흘린 상태로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해 여중생은 피투성이가 된 피해 여중생의 모습을 촬영해 선배에게 전송했고, 이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사건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목격자들의 추가적인 진술도 쏟아졌다. 가해자 A양은 피해자 C양에게 자신과 일행이 보는 앞에서 "남학생을 불러다 줄 테니 성관계를 하면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C양은 이런 요구를 거절했고, 여기에 격분한 가해 여중생은 "피 냄새 나니까 좋다", "왜 옷에 피를 튀기냐" 등을 말을 하며 더 심하게 폭행했다.

또한 가해 여중생들은 두 달 전부터 C양에 대한 상습 폭행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가해 여중생은 C양을 노래방으로 데려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고, 피투성이가 된 C양에게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노래방을 빠져나오게 했다. 경찰은 가해 여중생들의 이런 행위를 보복폭행으로 보고 A양과 B양에게 특수 상해 혐의뿐만 아니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폭행 혐의까지 인정했다. 보복폭행의 경우 형벌의 상한선이 없어 특수 상해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관련해 숱한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피해 여중생 어머니의 말이 인상적이다.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는 "딸이 집단폭행을 당하기 전 친구와 부산 사상구 엄궁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며 "음식을 먹던 중 가해자들이 들이닥쳐 '닥치고 나와'라며 딸을 데리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피해 여학생이 집단 폭행 당일 사람과 차량 통행량이 많은 대로변에서 머리채를 잡힌 채 폭행을 당했지만 이를 신고한 시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피해 여학생이 집단 폭행 당일 사람과 차량 통행량이 많은 대로변에서 머리채를 잡힌 채 폭행을 당했지만 이를 신고한 시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피해 여중생 어머니는 머리채를 잡힌 채 딸이 대로변에서 300m 떨어진 5분 거리의 골목까지 끌려 갔고, 이 과정에서 가해 여중생들의 폭행도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있었던 피해 여중생 C양의 친구 D양은 "사람들이 수근거리기는 했지만 아무도 신고를 안했다"고 말했다. 집단폭행 당일 피해 여중생 C양을 제외하고 또래 여중생 5명이 현장에 있었고, D양은 이 5명 중 한 명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 사하경찰서 관계자에게 사건이 발생한 시각 폭행 신고가 접수됐는지 물었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6일 오후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건 당일 엄궁동 패스트푸드 인근에서 폭행신고가 접수됐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112 신고 접수 등이 취합됐을 것으로 보이는 부산시지방경찰청에도 문의했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더팩트>에 "1일 오후시간대 부산 사상구 엄궁동에서 '여성이 머리채를 잡히고 끌려가고 있다' 등의 신고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민들의 신고가 없었다는 설명인 셈이다. 만약 착한 사마리아인의 용기가 있었다면 14세 소녀의 참혹한 폭행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 사하경찰서는 6일 "가해 여중생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면서 "특가법상 보복상해 혐의 등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4월과 5월부터 절도와 폭행으로 보호관촬 중이던 가해 여중생 A양과 B양은 현재 소년원에 위탁된 상태며 이들에 대한 구속여부는 7일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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