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인천=신진환 기자] "아이고…."
3일 오전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가좌역을 빠져나온 뒤 맞이방에서 2번 출구 계단을 봤을 때 30대 초반인 기자는 잠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림잡아 40m 이상 길게 뻗어있는 계단을 바라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속에 계단을 오르기도 전에 다리에 힘이 빠졌다.
최근 한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천(지하철) 2호선 미쳤다'는 제목으로 올린 사진 속 장소이기도 한 이곳은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속칭 '헬(지옥·Hell) 계단'으로 불리면서 이용자들 원성이 높다. "아파트 6층 높이의 지하철 출입계단이다"는 누리꾼들 비아냥이 왜 나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인천지하철 2호선이 장애우 편의 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천가좌역 '헬 계단'도 불만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약자들은 계단을 오르 내리는 것 자체를 생각할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무작정 초시계를 켜고 2번 출구 계단을 성큼성큼 내디뎠다. 계단의 폭이 좁다는 느낌이 든다. 성인 남성이 2명이 나란히 걸을 정도다. 평소와 다름없는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을 때 외부에 거의 다다른 한 여성이 '막판 스퍼트'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손을 무릎에 대고 꾸역꾸역 계단을 밟아 올라간다. 다 올라가더니 자신이 걸어온 계단을 '쓱' 한번 쳐다보고 제 갈 길을 간다.
계단 중후반쯤 올랐을 때 허벅지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통증이 느껴진다. 이윽고 밖을 목전에 뒀을 때는 아픔이 상당했고 모든 계단을 올랐을 때 아린 느낌이 강했다. 30대 성인 남성이 한 번도 쉬지 않고 평범한 속도로 93개의 계단을 오르는 데 1분 16초가 걸렸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1번 출구 앞에 섰다. 계단이 2번 출구보다 더 많아 보인다. 전과 같은 방식으로 다시 계단을 밟아 나갔다. 중간쯤에 고등학생쯤으로 추정되는 남성 3명이 보인다. 한 남성은 계단을 오르면서 "으아악~"하며 괴성과 함께 욕설도 연발한다. 옆에 있던 사내들 역시 부침이 있어 보인다. 그래도 깔깔대면서 '정상'을 정복했다.
124개의 계단을 밟고 외부로 빠져나오니 땀이 맺힌다. 초시계는 1분 30초가 찍혀 있다. 단숨에 올라오려면 상당한 체력이 요구된다. 노약자나 임신부는 계단으로 출입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때마침 인천 석남동에 사는 문모(45·여) 씨도 숨을 헐떡이며 마지막 계단을 밟는다. 문 씨는 "힘들 거라 예상하고 운동 삼아 계단으로 올라왔는데, 생각보다 정말 힘드네요. 아무래도 저처럼 운동 목적으로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몸이 불편하거나 노인분들을 위해서라도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계단만 찍힌 사진이 올라왔지만, 확인 결과 인천가좌역 모든 출구(1·2번) 바로 옆에는 각 2기의 승강기가 있다. 엘리베이터는 17인승인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각 출구에서 한 번에 34명만 '헬 계단'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시민들 대부분은 승강기를 이용해 역을 빠져나갔다.
휴가철임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역 이용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각 출구 옆에는 아파트와 빌라 등 주거단지와 공장 등이 있다.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경우 불편을 감수하고 계단을 이용해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역 관계자에 따르면 각 출구 계단의 길이가 50~55m 정도이고, 맞이방에서 지상까지 수직으로 22m이다.
역 관계자는 "역사 위에 경인고속도로가 있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기에는 각 출입구의 폭이 좁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까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적은 편이지만,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민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총 공사비 2조2492억 원을 들여 지난달 30일 개통한 인천지하철 2호선은 운행 첫날부터 단전 사고와 통신 장애 등으로 모두 6차례 전동차량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전에도 전동차량 출입문이 고장나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