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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해운대 '헌팅족', "목적? 원나잇이죠"

  • 사회 | 2015-08-05 05:00
"같이 노실래요?" 두 남성이 1일 오전 2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여성들에게 다가가 이른바 '헌팅'을 하고 있다./부산=신진환 기자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여름 휴가철 바캉스족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휴가철이면 하루 수십만 명이 찾는 곳이다 보니 그만큼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더팩트>는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1일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아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가수 조용필 씨의 노랫말이 자꾸 떠오른다. 젊은 남성들이 또래의 여성들에게 다가가 이른바 '헌팅'하는 모습이 가사와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뭇 남성들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와 다를 바 없었다. 이들의 목적은 '한여름의 불장난'이다.

홍모(27·경산시) 씨는 친구들과 헌팅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이미 몇 차례 여성들에게 '퇴짜'를 맞은 이들은 백사장 주변을 분주히 돌아다니며 작업(?)을 건다.

"몇 명 오셨어요? 같이 노실래요? 저희가 1·2·3차 풀코스로 모시면서 재밌게 해드릴게."

홍 씨 일행은 헌팅 때 'Yes'를 외칠 수 있는 여성들을 주로 공략한다고 한다. 이들은 대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거나 문신한 여성, 화려한 화장과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대상이라고 한다. 또 친구들끼리 있지만 서로 휴대전화만을 보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성은 십중팔구 헌팅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홍 씨 일행이 여성들에게 공들이는 이유와 목적은 하나다. 그는 "여자랑 놀면 재밌고 외로워서"라고 말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들은 홍 씨에게 야유를 보낸다. 채모(27) 씨는 "남자라 잘 알 것 아니냐"고 되물으면서 "솔직히 뜨거운 하룻밤을 위한 것"이라고 속내를 내비친다. 그러면서 "아마 여기서 헌팅하는 남자들 목적은 다 똑같다"고 주장한다.

"몇 명 오셨어요?" 두 남성이 여성을 둘러싸고 헌팅을 하고 있다./부산=이성락 기자

1일 오전 2시. 늦은 시각에도 '여름 피서 1번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룬 시민들, 주말의 여유를 느끼기 위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남녀 대부분이 한껏 멋을 부리고 '새로운 인연'을 찾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날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어딜 가더라도 헌팅 장면이 눈에 띈다. 한 남성은 "해운대에서 이틀 머물 예정인데 함께 추억을 만들 여성이 있다면 더 좋겠어서 헌팅을 하고 있다"며 "깊은 관계로 이어지면 대박"이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이미 백사장에는 즉석 만남이 성사된 젊은 남녀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서로 자기소개하고 게임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헌팅을 기다리는듯한 여성들도 있다. 일부 여성은 짙은 화장과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며 남성들을 끌어모으기는 듯하다. 더불어 백사장과 다소 어울리지 않은 짧은 치마와 하이힐로 자신의 맵시를 뽐낸다. 여성들은 일면식 없는 남성들의 구애를 마다치 않는 눈치다.

진해에서 온 권모(20) 씨는 "유머 있고 잘생기면 (처음 보는 남성과) 같이 놀 수 있다"고 수줍게 말한다. 남자가 왜 헌팅하겠느냐 묻자 한참을 생각하면서 머뭇거린다. 이윽고 "잠자리?!"라면서 친구와 서로를 때리며 깔깔대고 웃는다.

'즐겁구나!' 헌팅으로 만난 젊은 남녀들이 술을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부산=이성락 기자
'즐겁구나!' 헌팅으로 만난 젊은 남녀들이 술을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부산=이성락 기자

한 여성은 서로 모르던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 속칭 '원나잇 스탠드'도 가능하다고 한다.

"남자 친구와 헤어져 외롭다"는 조모(26) 씨는 "헌팅으로 유명한 해운대에 남자와 놀기 위해 찾는 여자도 은근히 있다"며 "하룻밤 놀고 깔끔하게 헤어질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면서 주변을 살핀다.

'원나잇'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서로 끌림이 있고 말이 잘 통하고 거기다 잘 생기고 능력 있다면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원래 전 쿨해요"라고 당당히 말한다.

휴가 시즌이 끝나는 8, 9월이 되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중절수술을 택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 싶다. 이 시대 청춘들의 자유분방한 성(性) 관념의 단면이 아닐까 싶다.

한편 결혼정보회사 '바로연'이 미혼남녀 2113명(남 1061·여 1052)을 대상으로 '원나잇' 경험을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1%가 '원나잇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57.7%)이 여성(36.6%) 보다 더 많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남녀 485명을 대상으로 '휴가지에서 이성에게 다가간 목적'을 설문 조사한 결과 남성 응답자는 '원나잇'(39.6%), 여성들은 '대화 상대가 필요해서'(37.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남성 응답자의 37.2%와 여성 응답자의 29.5%가 '진지한 만남을 위해 이성에게 다가갔다'고 답했다.

[더팩트ㅣ부산=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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