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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추적 ③ 시멘트 암매장] 또 다른 의혹들, '우발 vs 계획'

  • 사회 | 2015-05-28 05:25

"지속적인 폭행 있었다" '시멘트 암매장 사건' 피해자 김모(26) 씨의 유족 측은 피의자 이모(26) 씨가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는 점과 더불어 계획 살인 가능성, 시체 유기 장소, 자살 시도, 공범 여부 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유족 제공

'시멘트 암매장 사건'을 둘러싼 의혹들

이른바 '시멘트 암매장 사건' 피의자 이모(26) 씨가 자신의 혐의(살인 및 시체유기)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피해자 김모(26) 씨의 유족 측에서는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 측에서 제기한 의혹은 ▲ 계획 살인 가능성 ▲ 시체 유기 장소 ▲ 폭행과 협박 ▲ 자살 시도 ▲ 자수 의도 ▲공범 여부 등이다. <더팩트>는 유족, 김 씨의 친구, 경찰,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이 의혹들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 의혹 하나. 살해 그리고 시멘트 암매장, 계획된 것인가.

"내 딸을 여기에" 26일 현장검증을 위해 딸의 시신이 유기된 충북 제천 야산을 찾은 피해자 어머니./충북 제천=오경희 기자

지난 2일 오후 김 씨를 살해한 이 씨는 5일 신림역 인근에서 승합차를 렌트하고 삽과 시멘트 등을 구입해 충북 제천으로 향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음 날(6일) 이 씨는 물색해둔 충북 제천의 야산에 구덩이를 파고 시멘트와 물을 부어서 깔고 그 위에 비닐과 이불을 감싸 시신이 들어있던 여행 가방을 넣은 뒤 시멘트와 흙으로 덮었다.

문제는 살인 행위 그 자체에 대한 판단이다. 이 씨가 우발적으로 김 씨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계획적인 살인이었다면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죗값을 치러야 한다. 유족 측이 주목하는 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유족 측은 이 씨가 치밀한 계획을 세워 살인 및 시체 유기를 진행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계명대학교 윤우석 경찰행정학 교수는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살인자 누구나 시체 유기에 대해서는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시체를 유기하는 과정에 치밀함과 계획성이 엿보인다고 해서 살인을 저지를 당시까지 모두가 계획적이었다고 볼 순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의 정황을 보면 우발적인 살인에 가깝다"고 밝혔다.

다만 만약 '계획적인 살인을 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원래 폭력이 잦았다는 점, 시멘트 등 도구를 미리 차 트렁크에 실어놨다는 점 등이 성립이 된다면 살인을 계획적으로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설명했다.

◆ 의혹 둘. 충북 제천을 시체 유기 장소로 택한 까닭

'왜 하필 충북 제천을' 피의자 이 씨는 살해 후 시체 유기 장소로 충북 제천 야산을 택했다. 이곳은 이 씨가 살던 신사동 오피스텔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다./다음 지도 갈무리
'왜 하필 충북 제천을' 피의자 이 씨는 살해 후 시체 유기 장소로 충북 제천 야산을 택했다. 이곳은 이 씨가 살던 신사동 오피스텔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다./다음 지도 갈무리

이 씨는 살인 후 왜 충북 제천 야산을 시체 유기 장소로 택했을까. 이 씨가 살던 신사동 오피스텔에서 충북 제천까지는 차로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거리로 따진다면 약 160km 떨어진 장소다.

충북 제천경찰서 관계자는 시체 유기 장소에 대해 "여기는 인적이 드물어 소리를 질러야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종일 밭에서 곡괭이 질을 해도 사람이 드나듦을 알 수 없는 곳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취재진도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야산 속이었다.

윤 교수는 "살인자는 유기 장소로 자신이 알고 있는 장소를 택하는 습성이 있다. 잘 아는 지역이나 사물 등으로 유기를 계획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체 유기 장소에 대해 "명당에 묻어주고 싶었다"고 밝혔으며 "예전에 여자 친구 김 씨와 함께 이곳을 와본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 의혹 셋. 지속적인 폭행? 왜 주변에 알리지 못했나.

'다정했던 한때' 피의자 이 씨(왼쪽)와 피해자 김 씨는 지난해 4월 부산의 한 어학원에서 각각 수강생과 영어 강사로 처음 만났다./유족 제공
'다정했던 한때' 피의자 이 씨(왼쪽)와 피해자 김 씨는 지난해 4월 부산의 한 어학원에서 각각 수강생과 영어 강사로 처음 만났다./유족 제공

'시멘트 암매장 사건'은 '데이트 폭력'에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사건 이후 김 씨의 오랜 지인은 "교제 후 몇 개월 뒤 김 씨가 이 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피해자 부모에게 털어놨다.

이미정 여성권익연구센터장은 이 사건 뿐만 아니라 '데이트 폭력'의 경우 아는 사람들끼리 행해지는 범죄라 쉽게 인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밀한 관계인 사람들끼리 발생하는 만큼 문제를 제기하기가 심리적으로 어렵다. 일단 피해자 또한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원은 "데이트 폭력의 또 다른 문제점은 다른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한 수용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친밀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툼'정도로 여길 뿐이다. 피해 당사자가 도움을 요청했을지라도 주변 사람들은 그 위험성을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의혹 넷. 자살 시도를 둘러싼 두 가지 시선

'현장검증'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시멘트 암매장 사건' 피의자 이 씨./충북 제천=신진환 기자
'현장검증'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시멘트 암매장 사건' 피의자 이 씨./충북 제천=신진환 기자

이 씨는 자수하기 전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현재 그 자살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살인 후 심한 죄책감을 느낀 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것이다. 살인이라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뒤 느꼈을 심리적 압박이 그 이유다. 또 자신에게로 수사망이 좁혀지자 그 압박감은 더 심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사람이 사람을 죽였는데, 정상적인 심리상태일 리 없다. 자살 의도에 있어서 진실은 이 씨만 알고 있겠지만, 여러 복잡한 과정에서 큰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이 씨의 '연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김 씨의 어머니는 "천하의 나쁜 놈(이 씨)이 자기가 자살하려고 하면 동맥을 끓고 119에 왜 신고를 하느냐. 동맥을 살짝 긋고 119가 올 때까지 손으로 지혈하고 있었다. 이건 '쇼'다"라고 주장한다.

◆ 의혹 다섯. 이 씨가 돌연 자수한 이유는?

'시체 유기 재연' 이 씨는 삽으로 구덩이를 판 다음 시멘트와 물을 부어서 깔고 그 위에 비닐과 이불을 감싸 시신이 들어있던 여행 가방을 넣은 뒤 시멘트와 흙으로 덮었다./충북 제천=오경희 기자
'시체 유기 재연' 이 씨는 삽으로 구덩이를 판 다음 시멘트와 물을 부어서 깔고 그 위에 비닐과 이불을 감싸 시신이 들어있던 여행 가방을 넣은 뒤 시멘트와 흙으로 덮었다./충북 제천=오경희 기자

윤 교수는 범죄자의 심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첫 번째는 죄를 들키고 싶지 않은 심리, 두 번째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심리"

시체 유기 계획을 세웠다는 점,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김 씨의 죽음을 숨기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점 등 이 씨가 범죄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정황이 여럿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는 돌연 자수를 택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이 씨의 자수를 놓고 자살과 마찬가지로 "형량을 줄이기 위한 '쇼'"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나는 잡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뒤 자수를 했다. 절대 잘못을 뉘우쳐 자수한 게 아니다.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이 씨다"라고 호소했다.

◆ 의혹 여섯. 시멘트 암매장, 공범은 없었나.

유족 측은 현장 검증 이전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는 것과 함께 단독 범행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씨 혼자서 시체를 옮기고 시멘트와 물을 부어서 시신을 유기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현재로선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다. 원룸 주변 등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확인한 결과 공범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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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오경희·신진환·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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