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ㅣ 박대웅 기자] 진리와 학문을 탐구하는 상아탑의 전당 대학이 최근 잇따른 성추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해자는 떳떳하게 피해학생에게 탄원서 작성을 요구했고, 피해학생은 주위의 따가운 눈총 속에 '쉬쉬'하고 있다.
이처럼 성(性)추문 사태가 심각함에도 대학의 성희롱 예방 교육은 공공기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성범죄 등에 대한 상담 및 별도 기구 설치도 미미한 수준이다. <더팩트>은 성추문으로 멍든 대학가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우월적 지위 이용 교수의 은밀한 유혹
서울대, 공주대, 서울의 한 사립 K대(현재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며 확정된 판결이 나지 않아 익명 처리). 이들 대학은 최근 교수와 제자간의 부적절한 성추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공통점이 있다.
성추문의 시작을 알린 대학은 한국 최고의 지성들이 자리한다는 국립 서울대다.
지난 1월 음악대학 성악과 박모(49) 교수는 학력위조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프랑스 파리 크레테이(Creteil)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고 밝혔지만 국립음악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는 불법과외·성희롱 의혹으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고3 입시생을 상대로 회당 수백만 원의 불법 고액 과외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제자 A(22)씨에게 "엉덩이에 뽀뽀하고 싶다", "가슴 열고 찍어줘" 등 신체 노출을 요구했다. 피해자는 A씨를 포함한 다수에 달했고, 결국 박 교수는 지난달 1일 직위해제됐다.
국립 공주대 미술교육과 최모(58), 이모(53) 교수는 여제자를 성추행·성희롱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 각각 벌금 800만 원과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이들은 학생들을 불러내 탄원서 작성을 요구해 논란에 휩싸였다.
공주대 미술교육과 성추행·성추행 사건 공동대책위는 19일 성명을 내고 "해당 교수들이 강의실로 들어가 학생을 한명씩 연구실로 불러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 작성을 요구했다"며 "'손만 잡은 게 무슨 성추행이냐. 선처를 요구해 달라'며 탄원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학교 측이 법원의 벌금형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계속 강의를 맡겨 학생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결국 이들 교수는 3월 12일 직위 해제됐다.
이어 최근엔 서울 소재 사립 K대에 다녔던 졸업생은 교수가 학점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성관계를 요구해 수개월 동안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했다. 해당 졸업생은 학내 게시판에 대자보 형식으로 "아버지 연세와 비슷한 교수가 학점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겠다면서 깊은 관계를 요구했고, 성관계까지도 요구했다. 교수라는 신분을 이용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또는 절대 거부하지 못할 방법으로 사람을 옭아매며 궁지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교수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부인했고, 학교 측은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충남대 로스쿨 교수는 학회 회식자리에서 여학생의 가슴, 엉덩이를 만지고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여제자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등 3명의 여학생을 추행했다. 또 지난해 3월 중부대 고모 교수도 여제자를 성추행 했다. 피해 학생은 자신의 SNS에 "교수님이 '다 벗기고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를 올리게 해서 때리고 싶다', '오른쪽 세 번째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다', '특정 부위의 벗은 사진을 보내 달라' 등의 요구를 했다"고 폭로했다.

◆대학,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뒷전?'
남의 일 같은 대학내 성희롱·성폭행이 나의 일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졸업생의 폭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사립 K대의 실제 성희롱·성폭력 대처 요령을 살펴봤다. '피해자 중심', '피해자 보호', '비밀유지'라는 3대 원칙을 내세운 이 대학의 성희롱·성폭력 담당관은 학내에 마련된 프로그램을 따를 것을 조언했다. 현재 이 대학에는 1명의 상담사가 상주하고 있다.
피해자는 방문, 전화, 이메일 등으로 피해를 상담할 수 있다. 이어 피해자에게 비공식적 절차와 공식적 절차 중 선택할 것을 묻는다. 공식절차를 선택한다면 성폭력대책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회에는 부총장을 비롯해 교직원, 학생대표 등이 양성 동수로 구성된다. 이들은 비밀유지 등의 서약을 하고 신고·접수된 사안을 파악, 사건 조사에 착수한 위원회는 신고인과 피신고인 및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한 뒤 심의·의결 기구를 거쳐 성폭력·성희롱 여부를 판단하고 가해자 조치 및 징계를 요구한다.
이후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대학징계위원회를 거쳐 징계한다. 필요한 경우 관련 자료를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하며 철저하게 추후 관리한다. 비공식적 절차를 선택해도 마찬가지다. 사실 확인을 거쳐 학교 측은 당사자 간 합의 및 중재를 주선하며 관리에 나선다.
K대 상담사는 "우리 대학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가이드 라인은 중·상 정도의 수준"이라며 "실제로 이 보다 더 구체적인 매뉴얼을 갖춘 대학도 있지만, 상주 상담직원이 없거나 학내 보건소 또는 총무과 직원이 상담업무를 대신하는 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여성가족부가 주는 '제2회 공공기관 성희롱예방 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성희롱·성폭력 예방 우수대학 사례로 꼽혔던 서울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만큼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서울대 인권센터 성희롱성폭력상담소는 상담에서부터 조사위원회 구성, 조사결과에 따른 구제조치 등의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만, 음대교수의 '못된 손'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
현재 많은 대학은 학내 성희롱 피해 상담 전담 창구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운영실태를 들여다보면 제대로 역학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준 여성가족부가 밝힌 전문대 및 대학 418곳 중 89.7%인 375곳에서 '성희롱 고충상담 전담창구(성희롱·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들 대학 중 15%에 해당하는 61개 대학에서 학내 성범죄 등 상담이 대학에 보고됐다.
성범죄 등 상담 신고가 접수된 61개 대학 중 성희롱·성폭력, 인권 등 상담전담기구가 설치된 대학은 40개소로 65.6%로 나타났다. 또한, 현행 '여성발전기본법' 제17조 2와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매년 1회 이상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희롱 예방 교육참여율 중 대학 기관 종사자의 참여율은 49.9%로 평균 90.4%를 보이는 초·중·고·특수·기타학교는 물론 여타 공공기관(평균 86.1%)에 비해 가장 낮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일종의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범죄로 흔들리는 대학, 성추행·강간 등 성폭력 증가…처벌은 '솜방망이'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성추행·강간 등 성폭력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2013년 7월 말 현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학 내 접수된 성범죄 현황은 성희롱(몰래카메라 포함) 214건(67.3%), 성추행 75건(23.6%), 강간 등 성폭력 29건(9.1%)이다. 특히 성추행과 강간 등 성폭력은 104건 전체 32.7%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범죄 피해의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를 보면 선배·동기가 전체 318건 중 193건(61%)으로 가장 많으며 교수 및 강사 등에 의한 성범죄도 76건 23.9%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처벌 강도는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솜방망이' 처분에 불과했다.
대학 내 접수된 성범죄에 대한 처벌 등 처리 현황을 보면 모두 159건 50%가 권면, 사과, 휴학, 자퇴 등으로 조사됐다. 가해 학생이 학내로 복귀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또한, 교수나 강사, 교직원에 의한 성범죄는 76건 중에서 52건이 감봉, 정직 등으로 처벌되는데 그쳤다. 이 중 해임이나 파면 등 처벌수위가 높은 경우는 4건에 불과했다.

김상희 의원은 "최근 대학 내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교수 및 종사자 대상의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데, 교육 참석률이 50%가 안 되고 있다. 교육 기관이 가장 부진하다"며 "특히 대학생 대상으로는 성폭력 예방교육도 실시해야 하지만 교직원과 학생을 구분해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 내 성희롱 피해 사례를 제대로 구제하고 개선하기 위해 성희롱·성폭력 상담 및 교육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며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280개 대학 중 73곳 26%만 독립된 기관이 마련돼 있고, 그 외에는 학생상담센터나 다른 기관에 부수적인 업무로 편입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예체능 전공의 경우 교수 및 강사와 개별 지도 등 수업의 특수성이 있어 성희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지만 피해사실이 은폐될 수 있어 보완책이 시급하다"면서 "대학 내 성희롱 등 성범죄 발생이나 처리에 대한 규정 미비, 전담 상담기구 유무 등 자구 노력 등을 대학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어 정리
▶성폭력 :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힘의 차이를 이용해 상대방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 좁은 의미로 성폭력 관련법에 따라 가해자를 형사처벌 할 수 있는 강간, 강제추행 등의 범죄행위를 의미.
▶성추행 : 추행이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인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성적행위로 간음 이외의 성적 가해 행위. 강제추행이란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상대방을 추행하는 행위.(기습추행도 포함)
▶성희롱 : 행위자가 성적인 언동 등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이며 일반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의미함.(국가인권위원회법, 여성발전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에 의거해 처리.) 또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 등에서 권력차이로 발생하며 조직 내 징계 및 손해배상이 가능함. 조직 내 인사위원회와 고용노동청,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 주체가 됨.
사건팀 bdu@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