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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현장] 인천아시안게임 앞두고 혈세만 낭비 '다문화 특화 거리'

  • 사회 | 2014-05-03 08:30

2일 오후 인천 서구의 완공을 눈 앞에 둔 아시아드 주 경기장을 찾았다. 아시아드 주 경기장 주변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인천=김아름 인턴기자
2일 오후 인천 서구의 완공을 눈 앞에 둔 아시아드 주 경기장을 찾았다. 아시아드 주 경기장 주변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인천=김아름 인턴기자

[더팩트|인천=김아름 인턴기자]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제17회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인천시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경기장 주변 경관 개선과 시설 교체 등을 마무리 짓는 공사가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14 인천아시안경기대회의 개막식이 치러질 주 경기장의 완공을 앞두고 인천 서구청은 지난 2012년 주 경기장 인근 경관 개선과 함께 '다문화 특화 거리' 조성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2일 <더팩트>은 지난해 10월 조성된 '다문화 특화 거리'와 주 경기장 주변 경관 개선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아보고자 인천 서구 아시아드 주 경기장 주변을 찾았다.

이날 찾은 아시아드 주 경기장 주변은 공사에 쓰고 남은 자재들과 폐기물들이 치워지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경기장 주변에 심어진 나무는 가지에 몇몇 잎사귀만 달린 채 줄지어 있어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잠시라도 피할 곳이 부족해 보였다. 더욱이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의 열기는 더위를 몰고 오는 듯했다.

◆ '다문화 특화 거리' 처음 듣는데요?…해당 구청 공무원들도 모르는 거리

인천 서구청이 '2014년 아시안경기'를 앞두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문화 특화 거리'를 조성했다. 그러나 해당 구청 직원들 조차 특화 거리 위치를 모르고 있다./ 김아름 인턴기자
인천 서구청이 '2014년 아시안경기'를 앞두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문화 특화 거리'를 조성했다. 그러나 해당 구청 직원들 조차 특화 거리 위치를 모르고 있다./ 김아름 인턴기자

문제는 야심차게 준비한 '다문화 특화 거리'가 지역 주민은 물론 해당 구청 공무원들에게 조차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한 세금이 쏟아졌음에도 '다문화 특화 거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주 경기장 주변 어느 곳에도 '다문화 특화 거리'와 관련된 안내를 나타내는 문구도 없었으며 표지판 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주 경기장 주변 화단을 정리 중인 자원봉사자에게 '다문화 특화 거리가 어디있느냐'고 묻자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모른다. 저기 공사 발주처 담당자에게 가서 물어봐라"고 한 남성을 가리켰다. 자원봉사자가 가리킨 공사 관계자에게 다가가 재차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관계자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다문화 특화 거리) 듣긴 했으나 위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아마 길 건너 저 방향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답했다. 관계자가 일러준 곳은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주택가였다. 주택가 곳곳을 누비며 '특화 거리'를 찾기 위해 물어봤으나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운전자(52)는 "20년째 (인천 서구에서) 택시기사를 하면서 '다문화 특화 거리'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곧 있을 아시안게임을 생각하면 조성돼 있을 가능성은 예상되지만 한번도 방문한 외지인이나 관광객이 언급한 적이 없다"고 어리둥절했다. 또 "지자체의 해당 부서에서 홍보도 하고 있지 않아 지역 주민조차 모르고 있는데 설사 관광객이나 외지인이 방문했다 하더라도 알 수 있겠느냐"며 "(인천시는) 말만 앞세우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다"고 핀잔했다.

또 서구청 주변 편의점 점주 역시 "다문화 특화 거리?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서구청) 공무원에게 묻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문화 특화 거리'를 계획·추진한 해당 서구청내 일부 공무원들도 사업 계획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방문객이 많이 찾는 민원담당 공무원에게 다가가 '서구 다문화 특화 거리가 어디에 있느냐'고 질문하자 "다문화 거리? 전혀 들어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특화 거리)를 조성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들은 바 없느냐'고 되묻자 "아예 (다문화 특화 거리를) 처음 듣는 소리다"고 말하며 함께 있던 동료 공무원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해당 구청 공무원의 이 같은 태도에 도시디자인팀 관계자는 "외진 곳에 있어 모른다면 이해할 수 있는데, 점심시간에 그 길을 지나면서 모른다는 것은 관심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담당 구청 직원이 모른다는 것에 몸 둘 바를 모를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해당 구청) 직원들에게 전달해 모든 직원이 잘 알도록 할 것이며 지역 주민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 서구의 '다문화 특화 거리'는 이렇다 할 특징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괜한 혈세만 낭비한 탁상 행론이라고 비난했다./ 김아름 인턴기자
인천 서구의 '다문화 특화 거리'는 이렇다 할 특징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괜한 혈세만 낭비한 탁상 행론이라고 비난했다./ 김아름 인턴기자

◆ 아시안게임 앞두고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에 '혈세만 줄줄?'

'다문화 특화 거리'에 대해 알고 있는 일부 주민은 '특화 거리' 조성에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은 좁아진 도로에 불만을 내비쳤다. 한 식당 주인은 "어딜 봐서 이곳이 관광객을 위한 '특화 거리'로 보이느냐"며 "관광객은 커녕 지역 주민들도 찾지 않는데 과연 아시안게임 기간에 사람들이 찾을 지도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공무원들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진행해 멀쩡한 도로를 좁히면서 되려 불편만 가중됐다"고 지자체 행정 실태를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은 "(연이어) 2단계 조성을 위해 공사 중인데 주차 공간이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불평하며 "사실 관할 구청 직원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 목적이라고 말했지만 1단계 조성된 곳만 봐도 9억여 원의 예산이 들어갈 만한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더팩트>이 '다문화 특화 거리'를 둘러보니 이렇다 할 뚜렷한 특징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저 인근 아파트 담장에 각 나라 국기와 국가 특징이 나타난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이 전부였다. 또 아파트 뒷 골목길은 '맛고을길'이라 해 화단 등 경관만 꾸며져 있을 뿐 음식점들만 즐비했다.

구는 2014 아시안경기대회 주 경기장을 서구에 준공하면서 인근 주변의 경관 개선을 위해 지난해 10월 서곶로~승학로 250m 구간을 '다문화 특화 거리'로 조성했다. 왕복 4차선이었던 도로를 2차선으로 좁히며 인도 폭을 넓혔고 가로수도 새로 심었다. 또 인근 아파트 담장에 각 나라의 국기와 국가 사진을 게시하는 등 '다문화 갤러리'도 꾸몄다. 이 사업 예산에 8억 9000여만 원(국비 4억 원, 시비 2억 2500만 원, 구비 2억 6800만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혈세만 줄줄 새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역 주민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서구는 현재 '다문화 특화 거리' 2단계 450m 구간 조성에도 30억 원(정부, 시 각각 15억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서구청 도시디자인팀 관계자는 "처음 '다문화 특화 거리' 사업을 계획했을 때 지역주민과 마찰이 심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 주민 입장에서) 지금 당장 피부로 느끼는 불편한 점이 있으니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다. 그러나 '특화거리' 공간이 주차 공간도 아니며 도로가 망가지는 등 열악하고 낙후된 만큼 이번 조성을 계기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분명 앞으로 지역 주민도 만족할 것이라고 여긴다"며 "아시안경기 기간에 많은 관광객과 외지인이 친근하게 찾을 수 있도록 '다문화 특화 거리'에서 '아시안어울거리'로 명칭도 바꿀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구청에 따르면 올해 9월 14일에 개최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준공식이 오는 7일 주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beautif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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