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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탐사보도] '하룻밤에 1백만원'…노래방 남성 도우미 '급증'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남성 도우미들이 점점 늘고 있다. /배정한 기자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남성 도우미들이 점점 늘고 있다. /배정한 기자


[특별취재팀] 청소년들도 즐겨 찾는 노래방에 어느 순간 ‘노래방 도우미’ 등장이 당연시되고 있다. 호스트바나 룸살롱보다 저렴한 비용에 이성과 즐길 수 있는 노래방 도우미는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밤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유흥가 노래방은 휴게시설인 주택가 노래연습장과 달리 술을 팔고 도우미를 부를 수 있는 1종 유흥업소로 신고를 한 뒤 손님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노래방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주택가 노래방과 달리 유흥가 노래방은 술을 팔고 도우미를 부를 수 있어 '도우미 문화'는 점점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남성 도우미들이 여성 도우미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출한 청소년들부터 대학생, 낮에는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노래방 도우미로 활동하는 남성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적은 비용에 화끈한 서비스’를 자랑한다는 노래방 남자 도우미 실태를 <더팩트> 취재진이 직접 들여다봤다.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전화 한 통이면 ‘십분 안에 대기’

어버이날인 8일 오후 광진구 화양동 건대입구역 부근 먹자골목에 도착하자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젊은이들로 거리가 북적거렸다. 요즘 젊은이들이 주로 찾은 유흥가답게 형형색색의 네온사인들이 화려하게 빛났다. 학교 인근이 화려한 유흥거리로 변하는 것은 잠깐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검은색 승합차인 스타렉스에서 내리는 열댓명의 남성들이었다. 이들이 내려 들어간 곳은 여느 노래방과 다름없는 평범한 노래방이었다. 하지만 10분 정도 지나자 이 중 절반이 노래방을 빠져나와 담배를 피운 뒤 다시 차에 올라타고 사라졌다.

오후 9시가 다 돼 기자들은 남성도우미가 나온다는 한 노래방을 찾았다. 노래방에 들어가 카운터에 있는 주인에게 “도우미 4명을 불러달라”고 이야기하자 카운터에 있던 주인은 자연스럽게 방으로 안내하며 “조금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십 분이면 도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룸에 들어온 노래방 남성 도우미들이 번호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룸에 들어온 노래방 남성 도우미들이 번호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노래방 안으로 들어가자 내부는 고급 술집처럼 인테리어에 공을 들여 신경을 쓴 게 역력했다. 넓은 테이블에 15명은 들어가도 충분할 만한 방이었다. 방으로 안내한 노래방 주인은 “도우미 한 명당 1시간에 3만5000원이며 양주도 함께 시켜야 한다”고 웃으며 강조했다. 남성 도우미를 찾는 손님이 많냐는 질문에는 “요즘 남성 고객들만큼 여성 고객들도 도우미를 많이 찾는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30분 후, 남자 도우미가 도착했다. 방에 6명이 줄지어 들어 온 도우미들은 왼쪽 남성부터 “1번 승민이에요”라며 차례대로 각자의 개성을 살리며 본인을 소개했다. 등 근육을 자랑하는 이에게 보여줄 수 있느냐는 요청하자 “조금 있다 따로 보여 드리겠다”며 능숙하게 응수하며 윙크를 했다.

남자 도우미들을 데리고 온 매니저만 방에 다시 들어와 “보통 활동 시간이 밤 10~11시다. 너무 일찍 부르셔서 6명밖에 준비하지 못했다”며 “마음에 드는 번호를 말씀하시면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애들을 바로 데려오겠다”고 선택을 권했다.





매니저는 순서대로 원하는 남성을 자리에 앉힌 뒤 사라졌다.
매니저는 순서대로 원하는 남성을 자리에 앉힌 뒤 사라졌다.

선택한 번호대로 기자들 옆자리에 앉은 남성들은 익숙하게 기자들 가까이 다가앉아 이름과 나이를 다시 소개했다. 도우미로 들어온 A(26)씨는 “손님들의 나이대에 따라서 변화를 준다. 여성 고객들은 연상을 선호할 때가 많아 손님을 보고 나이대를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스킨십도 자연스러웠다. 앉자마자 취재기자의 손을 잡은 A씨는 “친해지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하며 기자 입에 과일을 넣어주는 등 훈훈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그는 “원래 이런 데 오면 이렇게 하는 거다. 듣고 싶은 노래 있으면 신청하라”라며 기자를 리드했고, 곧 앞으로 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남성 도우미가 신청곡을 받아 능숙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남성 도우미가 신청곡을 받아 능숙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룻밤에 50만원부터 100원까지 … 30대 주부가 ‘단골’

음주가무로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남성 도우미들은 게임을 제안했다. B(28)씨는 “지금부터 19금 게임을 진행하겠다. 야하지 않으면 술을 마셔야 한다. 왕게임에 걸리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도우미들은 다른 손님들에 대해 말하며 가격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을 배우 지망생이라고 밝힌 C(27)씨는 “가장 많이 찾는 고객 연령대는 30대 주부다. 지난번에 왔던 사람들은 5만원권을 술잔 밑에 깔아놓은 뒤, 가장 먼저 술을 마시는 사람이 돈을 가져가는 게임을 했다”고 이야기하며 은근히 팁을 요구했다.

소위 말하는 ‘2차’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 일부 도우미들은 2차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D(22)씨는 “누나가 원하면 당연히 나간다”며 기자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남자 도우미들은 2차는 본인들이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하룻밤에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50만원까지 받아봤다”며 “보통은 나가면 70~80만원씩 받는다. 실제 1시간 금액은 소개비 1만원을 떼고 2만5000원이지만, 팁과 2차까지 더하면 수입이 꽤 된다. 매일 나오지 않아도 회사에서 월급 받는 것보다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었다. B씨는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당연히 모른다”고 말하며 “용돈을 벌기 위해 가끔 이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한 지는 1년 좀 안 됐다”고 답했다.

C씨는 “대부분 길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다는 이야기에 노래방 도우미를 시작하거나 알음알음으로 들어온다. 학비를 버는 학생들이나 기러기 아빠들이 용돈벌이로 일을 하기도 한다. 2차도 나가면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10배 이상을 번다”고 설명했다.

물론 고충도 많다고 털어놨다. 흔히 남성 고객들이 여성 도우미들에게 짓궂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성 도우미를 부르는 20~30대 여성들도 황당하고 해괴망측한 요구를 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D씨는 “2차 아닌 노래방 안에서 노골적인 스킨십을 원하거나 욕설을 하는 일도 있다. 옷을 벗으라고 하는 손님도 있다. 낮 12시까지 함께 있어달라고 얘기해 밤새도록 한 방에 있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소위 신고식을 하라며 아랫도리를 모두 벗게 하는 손님을 잊을 수 없다며 혀를 내두르는 도우미도 있었다.





예정된 시간이 끝난 노래방 도우미들이 다시 차에 오르고 있다.
예정된 시간이 끝난 노래방 도우미들이 다시 차에 오르고 있다.

◆ 단속 사각지대…대학가 성행하는 남성 도우미

최근 이처럼 남성 도우미들이 성행하는 것은 불황 탓이 크다. 이미 오래전부터 남성 도우미들은 종로와 강남 등지에서 암암리에 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호스트바를 찾는 대신 저렴하고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남성 도우미를 찾는 여성들이 많아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도우미들 역시 호스트바나 유사 업소에서 일을 하다 노래방 도우미로 옮겨오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며 학생들을 유혹하는 중년의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단속사각지대에 놓인 것도 이들이 거리낌없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흔히 '노래방'이라고 알려진 노래연습장은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술을 판매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 휴게시설이다. 하지만 무늬만 간판을 노래방이나 노래주점으로 달고 유흥·단란주점 업종 신고를 하면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노래방과 단란주점 등은 관련법과 규정에 큰 차이가 있다. 노래만 할 수 있는 노래연습장(음악산업진흥법)과 주류와 노래만 되는 단란주점(식품위생법), 술 판매와 조리, 유흥종사자 고용 등이 가능한 한 이른바 유흥주점(룸살롱) 등으로 구분돼 있다.

실제로 무늬만 노래방인 곳에서는 합법적인 도우미들이 쏟아져 나온다. 노래방은 음악산업진흥법을 적용해 '영리를 목적으로 노래연습장에서 접객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지만,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으면 노래방 간판을 달고 술을 팔고 도우미를 고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말로 도우미를 유혹하는 노래방도 많다. 손님들도 구분이 쉽지 않다. 뒤늦게 계산할 때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무늬만 노래방인 경우엔 술값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도우미 고용이 허용된 유흥주점에서도 남성 도우미들은 처벌이 애매하다. 본래 관련법에 따르면 1종 유흥업소는 부녀자를 고용해 유흥접대를 할 수 있으나 이를 '부녀자'로 제한해 남성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은 위법이다. 하지만 관련 법에는 부녀자만 있을 뿐 '남성 도우미'를 확실히 금지하는 법은 없어 남자 도우미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

때문에 경찰들 역시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들은 남성 도우미 신고가 들어와도 제대로된 처벌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광고물 부착에 대한 처벌만 내릴 수 있을 뿐이다. 이에 잇달아 관련법 제정에 대한 건의가 이어지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남성 도우미 고용을 금지하는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을 국무회의에 건의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황진희·오세희 기자, 박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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