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감독 장진 특유의 웃음을 기대하고 연극 '허탕'을 보러 갔다면 그야말로 허탕했다고 실망할 법하다.
작품마다 익살스러운 웃음을 곳곳에 배치해놓는 것으로 유명한 장진 감독은 직접 연출한 연극 '허탕'에서는 위트 있는 대사와 코믹보다는 충격적인 설정과 결말을 선사한다. 사전에 공연 정보를 알고 가지 못한 관객이라면 작품을 보는 내내 의아해할 수 있다.
물론 작품 속 기발한 상상력과 황당한 설정은 장진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장치로 발휘된다. 영양사가 상주하고, CD로 원하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까지 우아하게 마실 수 있는 7성급 감옥이 배경이다. 남자 죄수 2명이 있는 감옥 안에 임신한 어여쁜 여자 죄수가 들어오게 되고 기막힌 그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감옥과 독특한 인물 설정은 기발하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녹아든 감칠맛 나는 대사는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지만 위트와 코믹을 강조한 내용보다는 세상을 담은 공간이 주는 사회적인 메시지와 명확한 결말 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결말이 여운을 남긴다.
군 복무 시절 이 작품을 썼다는 장진 감독은 90년대 초반에는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맡기는 열린 결말을 추구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이 유행했고, 그 트렌드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결말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극은 인물의 심리묘사에 집중하며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럭셔리한 7성급 감옥에 원하지 않게 들어가 그 공간과 메커니즘에 적응하며 안주하는 인간, 탈출하려는 인간 등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물들은 삶을 옳고 그름이 아닌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다양한 심리상태를 표현한다. 특히 여자 죄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솟구치는 감정의 폭발은 극 초반의 가벼운 터치에서 벗어나는 반전의 매력을 보여준다.
무대 역시 감옥이라는 설정으로 어둡다. 무대 곳곳에 있는 영상화면이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을 다영한 각도에서 비추고 있는데, 이는 마치 관객들이 죄수들을 감시하는 CCTV(폐쇄회로) 역할을 한다.
김원해, 이철민, 김대령, 이세은 등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도 돋보인다.
갇혀진 공간을 통한 인간의 변화되는 심리와 외부 세상을 동경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풍자극 '허탕'은 오는 9월 2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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