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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는?] '박근혜 주홍글씨' 이영선 "새 삶 시작, 그 길은 아니었다"(단독 인터뷰)

  • 단독/이슈 | 2018-12-28 16:12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최근 <더팩트> 취재진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본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신촌=이덕인 기자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최근 <더팩트> 취재진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본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신촌=이덕인 기자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사람이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세간의 관심에서 잊히는 일들이 많습니다. 한때 뉴스를 뜨겁게 달구던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더팩트>는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나 이슈메이커의 '이슈 그 후' 상황을 '지금 그는?'이란 코너를 통해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신앙·전공·경험 접목, '선교안전'서 새 길

[더팩트ㅣ신촌=허주열·이원석 기자] "30초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30초가 흐른 뒤에야 얼굴에 미소를 띠며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지난 24일 서울시 서대문구 모처에서 <더팩트>와 두 번째 만난 이영선(39) 전 청와대 행정관은 여전히 자신을 향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기도로 마음을 다잡고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이 전 행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도를 대학교 1학년 때까지 했어요. 특기생으로 대학 경호학과(경호 안전)에 들어갔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되었고 이후 경호과 학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밟았어요. 군대는 ROTC 장교로 다녀왔고, 경호 분야 실무 경험도 많이 쌓기 위해 노력했죠. 일부 언론에선 제가 경호 전문가가 아니라 유도선수 출신이라고 하는데, 사실 조금만 취재를 해 봐도 알 수 있는 사항인데 다분히 의도적인 거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더팩트>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과거의 일에 대해 모든 것이 본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이 전 행정관은 <더팩트>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과거의 일에 대해 모든 것이 본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지난 7월 한 매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진료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7년 6월 1심에서 징역 1년 선고 받고 구속된 뒤 같은 해 11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나온 이 전 행정관의 한국선교안전센터 설립 및 활동 소식을 전하며 "대학에서 경호가 아닌 유도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로 6개월가량 수감생활을 했고, 사법적 처벌을 모두 받고 다시 사회로 나온 그를 못 마땅히 여기는 시선이 다분히 담긴 대목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기엔 이 전 행정관은 아직 젊다. 더구나 지난 6개월간 해온 신앙과 관련한 활동은 본인과 가족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할 말도 많은 듯했다.

지난 18일과 24일 <더팩트>가 만난 이 전 행정관은 사법적 처분까지 받게 한 과거의 일을 후회했고, 모든 것이 본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회로 다시 나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회개의 길을 걷고 있었다.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던 그는 취재진의 지속적인 요청과 설득에 "계속 피하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만나겠다"고 했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전 행정관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의 모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덕인 기자
이 전 행정관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의 모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덕인 기자

이 전 행정관은 신앙 활동에 대해 155일간 수감생활을 하며 자신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모태신앙인이었지만,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부족한지 절감했고,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으며, 함께 수학한 지인들과 다시 사회로 나갔을 때 할 일을 고민하다 지금의 길을 찾았다고 했다.

"수감 기간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전공이 안전이다 보니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편인데, 1심 선고 전날 주변에선 '설마 구속까지 되겠느냐'는 얘기가 많았지만, 대비해야 할 것 같았어요. 저녁에 가족이 잘 때 편지를 쓰고, 조금씩 모아놨던 비상금도 함께 봉투에 담아 선고받으러 가는 날 동료에게 '혹시나 못 나오면 이걸 집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당시 동료는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구속됐죠."

이 전 행정관의 상담을 맡았던 교도관에 따르면 통상 처음 수감되면 2주 정도는 정신없이 지나가고, 이후 점점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한다. '왜 내가 여기 있는가', '왜 밖의 가족, 지인들은 나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나' 등의 생각에 화가 나고, 이 시기를 잘 버텨야 수감생활을 무사히 잘 넘길 수 있다.

이 전 행정관이 <더팩트> 취재진에게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 전 행정관이 <더팩트> 취재진에게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운동선수, 경호관, 장교 생활 등을 통해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을 많이 겪었고, 신앙도 있었던 그에게 3~4개월쯤 지났을 때부터 이 시기가 왔다.

"수감 기간 동안 아내는 처가에 가 있었어요. 어린 딸(당시 4세)은 제가 외국에 출장을 간 것으로 알고 있었죠. 왜 내 가족이 저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나.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화가 많이 났어요. 그때부터 하나님과 대화를 시도했는데, 어느 순간 마음속에 '그 누구 때문도 아니고 그냥 너 때문이다', '너의 죄고 이게 너의 연단(鍊鍛, 쇠붙이를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단단하게 함. 어려운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을 굳세게 함)이다' 이런 마음이 생겼어요."

그는 딸의 이야기를 하던 중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전 행정관이 애써 눈물을 참고 있음이 그대로 보였다. 아빠로서 어린 딸에게 설명할 수 없는 빈자리를 줄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과 후회가 느껴졌다.

취재진은 사실 이 전 행정관에게 이 질문을 꼭 하고 싶었다. 국정농단 사태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만약 국정농단 사태가 현재 알려졌다면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나았다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이 전 행정관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질 때 본인의 행보가 알려지지 않고, 차후에 이 문제가 벌어졌다면 어땠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고 했다.

이 전 행정관이 지난해 11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후 법원을 떠나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이 전 행정관이 지난해 11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후 법원을 떠나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사건을 섭리처럼 생각하고자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신앙적 관점에서, 이 길(국정농단 사태)이 하나님이 원한 길이 아니었지 않나, (아내와) 원했던 삶이 이게 아니었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어요. 안 그랬다면 그런 삶을 계속 살지 않았을까. 이게 아니지 않냐는 생각을 했고, 하나님께서 '그 길이 아니다'고 해서 이렇게 됐죠. 이 또한 연단 과정이라 생각해요."

연단은 육체, 인격, 신앙 등을 단련해 성숙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이후 이 전 행정관은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고, 앞으로 할 일을 찾다 선교 안전 일을 선택했다. 센터 설립·운용비용은 함께 활동하는 동료와 십시일반 모아 충당했다.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려 했지만, 후원하겠다는 이가 없었다. 들어오는 것은 없고 나가는 비용만 계속 있다 보니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얼마 전 둘째 딸이 태어났어요. 가장으로서 책임감의 무게는 더해졌는데 현재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센터 활동과 별개로 일자리를 찾았지만, '이영선'이라는 이름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어요. 도움을 주시겠다는 분도 있었지만, 나중에 연락이 안 되거나 실제 도움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반복됐죠."

하지만 이 전 행정관은 지금의 상황도 본인의 연단이라 여기고 감수하겠다고 했다. 또한 지금의 활동을 열심히 하고, 꾸준히 기도하면 언젠가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이 전 행정관이 <더팩트>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활짝 웃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 전 행정관이 <더팩트>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활짝 웃고 있다. /이덕인 기자

"지금까지 지켜주신 이도 하나님, 앞으로의 나의 길을 열어 주실 이도 오직 하나님이라고 생각하며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선교 안전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는 선교 활동과 관련한 '365안전센터', '공제회', '훈련원'도 만들고 싶어요. 살아있는 동안 이를 이룰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 후대에 누군가가 할 수 있도록 길을 닦는 역할이라도 하고 싶어요."

이 전 행정관과 취재진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현재 그가 공개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말 한마디 그리고 단어 사용에도 조심 또 조심스러웠다. 이 전 행정관과 두 번째 만난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취재진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와 함께 악수로 다음을 기약했다.

한편 이 전 청와대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핵심 측근 중 한 명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경호를 담당했고, 이후 지방 방문 때 틈틈이 경호관으로 일했다. 2011년 말부터는 풀타임으로 지근거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경호했고, 최순실 씨 등 보안 손님을 청와대로 출입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며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 등 무면허 의료인을 청와대에 출입시킨 혐의(의료법위반방조) 등으로 기소돼 2017년 6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수감생활을 하다 같은 해 11월 말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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