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사전제작' 드라마, 16부작 중 4회분 촬영후 올스톱
[더팩트|강일홍 기자] '별에서 온 그대'를 연출하며 한류 PD로 명성을 알린 장태유 감독(46)이 심신미약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주위와 일체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9일 <더팩트> 취재 결과 장태유 PD는 박해진 나나 주연의 '사자'(四子:창세기, 빅토리콘텐츠 제작)를 촬영하면서 제작사와 갈등을 빚은 뒤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여 경기도의 한 신경정신병원에서 1주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지난달 26일 자신이 입원한 병원에서 연출팀 관계자들에게 몇 장의 사진을 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일체 연을 끊고 잠행 중이다. 가까운 지인이 소개한 기도원 등에도 일시 머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제작진과 소통은 끊긴 상황이다.
'사자'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올해 1월부터 첫 촬영에 들어가 4개월간 총 16부작 중 4회분 만을 찍은 가운데 촬영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 5월10일 마지막 촬영한 지 두달째 개점 휴업 중이다.
SBS 드라마국 출신인 장 PD는 '별에서 온 그대' 연출 이후 중국으로 진출, '하지미지' 등 현지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한편씩 찍으며 한류를 주도했고, 이번 작품은 4년 만의 국내 복귀작이기도 하다.
그를 잘 아는 방송계의 한 지인은 "장 감독은 중국 진출 이후 첫 복귀작이란 점에서 이번 작품에 무게를 크게 뒀다.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잘 마무리 해 끝내려고 한 것은 돈 보다는 자존심과 명예가 걸려있기 때문으로 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그런 열의를 보였다. 그런데 모두 포기하고 싶다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장 PD가 외주제작사인 빅토리콘텐츠(이하 빅토리)와 갈등을 빚은 가장 큰 이유는 연출료 미지급이다. 특히 연출 스태프 임금 등 일부 금액은 이후 촬영 중단사태를 빚지 않기 위해 그가 자비로 대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연출 스태프로 장 PD와 호흡을 맞춰온 카메라팀 A씨는 지난 5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장 감독님은 드라마 촬영이 중단된 직후부터 제작사 관계자가 찾아와 압박하는 등 매우 힘들어했다"면서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여 보름전 쯤 병원에서 1주일간 입원치료를 받게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금은 저도 장 감독님과는 연락이 안된다"면서 "카메라, 조명, 편집 등 연출부 몇분이 미지급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고, 얼마전 저는 개인적으로 내용증명을 보내놓은 상태이며, 미지급 분이 당장 해소되더라도 향후 촬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게 제 생각"이라고 의중을 밝혔다.
일부 배우들도 출연료를 받지 못하면서 촬영재개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유일하게 선지급 받은 주연배우 박해진(나나는 후에 지급받음) 외에는 중견배우 박근형 김창완을 포함해 이기우 곽시양 등이 출연료를 정상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리 L모 제작이사는 9일 오후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장태유 감독의 병원 입원 사실은 금시초문"이라면서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생겨 일시 중단하고 있는건 맞지만 현재 촬영팀을 구성중이며 조만간 촬영재개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태유 PD 등 연출팀은 제작비 미지급에 따른 대지급분 반환 및 미지급분 해소 등을 이유로 빅토리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한 상황이다. 반면 제작사는 이들이 연출에 복귀를 하지 않을 경우 '업무방해' 등 법적으로 문제삼을 방침이어서 쌍방 모두 소송전을 예고하며 골이 깊어진 상태다.
무술을 맡아온 B씨는 "그동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일들이 있었지만 일단 무술팀은 이달 2일자로 미지급분을 모두 입금받았다"면서 "그러나 촬영이 재개되더라도 제작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무너진 신뢰'를 언급했다.
이 드라마는 지난 1월11일 첫 촬영 이후 5월10일까지 4개월동안(촬영일 34일) 불과 4회분(전체 16작 중 25%)에 그쳤다. 갈등을 빚으며 원활한 촬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향후 촬영재개 시점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연내 제작을 완성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당초 올 하반기인 11월 방영이 목표였다.
이 드라마가 촬영 중단 등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은 공동제작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애초 '사자'는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MMS)가 단독으로 드라마를 기획(원작 판권소유)한 뒤 지난해 8월 빅토리와 손을 잡고 공동제작사로 출발했다. MMS는 박해진 소속사인 마운틴무브먼트엔터테인먼트(MME) 자회사다.
하지만 양사간 지분 및 제작비 수급 등의 문제로 올 1월23일 공동제작 관계를 공식 파기했다. 이후 빅토리는 새로운 외주제작사 L사 및 S사 등과 잇달아 접촉했고, 이 역시 제작비 상계 등에서 이견이 생겨 불발됐다. L사와는 실제 제작사 양도합의서까지 작성했지만 계약금 지급 기한을 넘기며 자동 파기됐다. 촬영재개를 위한 또다른 제작사의 추가제작비 투입 및 참여여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악재가 계속되면서 방송 편성도 번번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촬영 초기 SBS, MBC 등과 편성이 거론됐지만 불발됐고, 지난 4월 기사화된 '종편채널 TV조선과 편성논의중'이라는 보도 역시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얘기로 흐지부지 됐다.
드라마 제작사인 빅토리 L모 이사는 "우리가 다시 제작을 맡은게 불과 열흘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SBS 드라마국 출신인 이모 PD로의 교체설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해당사항은 아니다, 좀더 구체적인 부분은 홍보쪽에 물어보는게 낫겠다"고 말을 아꼈다.
빅토리 홍보 담당자인 J씨는 "엄청난 자본과 인력, 시간이 투입되는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아무런 갈등없이 진행된다는건 쉽지 않다"면서 "촬영이 중단됐던 건 여러 복잡한 상황이 겹치면서 불거진 불가피한 일이었으며 촬영을 재개하기 위해 지금 전사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배우와 스태프 등 미지급분에 대해 그는 "일부 미지급이 있었던 것은 맞다. 확인해본 결과 연출 스태프의 경우 장 감독을 포함해 현재는 90% 이상, 배우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현재는 상당 부분이 해소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사자'는 어머니의 의문사를 파헤치던 한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인간을 하나 둘 만나면서 더 큰 음모에 휘말리는 판타지 로맨스 추리 드라마다. 박해진 나나 곽시양 이기우 김창완 박근형 등 명품배우 군단이 참여해 촬영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박해진은 MMS의 모회사인 MME 대표배우로 극 중 문명 문화재단 이사 겸 대기업 비서실장 강일훈을 비롯해 1인 4역을 소화해 시선을 끌었다. 상대 역인 나나는 밝고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지만 남모를 슬픔을 지닌 여린 역으로 일훈과 운명적인 인연을 엮어가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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