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반포1동=이철영·문병희·서민지·남용희 기자] 전 국민을 상대로 '숨바꼭질'을 하던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잠적 22일 만에 드디어 서울 사무실에서 취재진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22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를 불과 3일 앞둔 19일 오후 우병우 전 수석은 서울 서초구 반포1동에 자리한 가족회사 '정강'에서 일행과 함께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10시간 동안 청문회를 대비하며 예행연습을 하는 등 '묘책'을 찾는 듯한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답답한 우병우, 금연 사무실서 담배 피우며 10시간 대책회의
우병우 전 수석은 이날 오후 2시께 텅 빈 곳으로 알려진 '정강' 건물에 지난달 25일 의경 전역한 '코너링이 좋은' 아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7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차 청문회 증인출석 요구서를 강남 자택으로 송달했지만, 집을 비우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지 22일 만이다. 법률자문가로 보이는 40대 남성 및 아들과 함께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10시간 동안 저녁도 거른 채 장시간 대책을 숙의하던 우 전 수석은 답답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 듯 금연시설인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 22일 잠적? 외모는 꼿꼿한 그대로
우 전 수석은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신출귀몰한 잠행으로 부산 강릉 등에서 일부 시민에 의해 목격됐다는 제보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잠적 후 실체가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우병우 전 수석은 지난달 초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당시와 외모에서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잠적 기간 동안 수척해지지도, 그렇다고 행색이 초라하지도 않은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청문회 불출석으로 전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약 2000만 원의 현상금까지 내걸리는 등 조롱의 대상이었던 우 전 수석은 평소 꼿꼿한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우 전 수석은 법률자문가(변호사)로 보이는 40대 중후반의 남성 지인 및 아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장시간 대책을 숙의했다. 이 사무실은 지난달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때 이미 텅텅 비워진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우 전 수석은 사무실에서 아들 그리고 이 지인과 함께 서류를 들고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간혹 제스처를 하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 듯 금연시설인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에따라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저녁도 거르며 '코너링' 아들과 청문회 '열공'
'정강' 건물에 들어간 이후 약 10시간 동안 5층 사무실에 머문 우 전 수석은 단 한 번도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위한 외부에서의 음식물 반입도 없었다. 보안에 철저히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건물 유리창에는 커튼을 쳤다. 전등 불빛에 의해 희미한 사람의 모습만 확인이 가능했다. 다만,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뭔가를 가져간 것이 변화의 전부였다.
우 전 수석과 이들의 장시간 대책 회의는 오는 22일 예고된 청문회 출석을 철저히 대비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상 '우병우 청문회'로 예고된 5차 청문회는 그동안 불출석으로 인해 국민의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위원들의 매서운 질문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 전 수석 역시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대비하고 있는 모습니다. 우 전 수석은 서울대 재학시절 합격한 이른바 '소년등과(少年登科)'의 주인공이다. 이후 검찰과 변호사 그리고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쳤다. 자타공인 법률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청문회는 검찰 조사와 엄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우 전 수석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1월 6일 검찰 출석 당시 보였던 꼿꼿한 태도가 더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 국민이 생중계로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꼿꼿한 우 전 수석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우 전 수석은 국회의 청문회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불출석 사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국민은 이런 우 전 수석의 모습에 분노했고, 급기야 현상수배를 걸기까지 했다.
이런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우 전 수석은 지난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업무와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은 관행과 원칙을 지키느라 지난 7일 2차 청문회에 나가지 못했다"면서 "국회의 거듭된 요구를 존중해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우 전 수석에게 내걸렸던 현상수배나 현상금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우 전 수석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또한, 청문회에서 자신을 향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이미 예상할 것으로 짐작된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에서 벌어질 상황을 미리 예견한 듯 아들 그리고 지인과 늦은 밤까지 묻고 답하는 청문회 예행연습을 이어갔다. 그들의 행동으로 볼 때 예상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모든 예행연습이 끝난 듯 자정이 다 된 시각, 우 전 수석과 함께 있었던 40대 중후반의 남성이 먼저 주차장 차량 통행로를 이용해 건물을 먼저 빠져나왔다. 그리고 약 15분 후 우 전 수석과 그의 아들이 차량을 이용해 건물에서 나왔다.
◆압구정 자택 아닌 장모집으로 귀가
우 전 수석의 차량은 압구정동 자택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는 국조특위가 본인과 함께 증인 출석을 요구한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의 집으로 자정을 넘긴 시각 귀가했다. 김 회장의 집은 그동안 우 전 수석이 기거했을 곳으로 추정됐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 7일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김 회장의 주소지로 우 전 수석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국회 경위들이 빈손으로 돌아갔던 곳이기도 하다.
◆ 10시간 예행연습, 청문회 결과는?
현재 우 전 수석은 청와대 입성에 최순실의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장모 김 회장이 최 씨와의 친분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외에도 정윤회 문건 문제와 최 씨의 국정농단을 민정수석 당시 알면서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직무유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이틀 후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다. 본인이 직접 약속했으니 나오지 않을 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청문회에서 최 씨를 모르쇠로 일관한 모습을 그대로 재연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과연 우 전 수석도 김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청문회장에서 "최 씨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상=이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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