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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액션 힘들어 엄마 앞에서 엉엉…그래도 끌려요"

[김가연 기자] "'7광구'에서 강렬한 액션 장면을 촬영하고 너무 힘들어서 집에 와서 울었어요. 제가 촬영 후에 힘들어 하니 엄마가 이제 멜로만 하라고 하세요. 하지만 잠깐 쉬고 나면 액션이 또 생각나지 않을까요?"

하지원(33). 그는 브레이크가 없는 배우다. 영화 '해운대'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주인공이 됐고, SBS TV '시크릿가든'으로 시청률과 연기력을 동시에 잡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그는 좀처럼 쉬는 법이 없다. 끊임없이 작품을 찾고 캐릭터를 좇는다. 특히 여배우는 한번도 하기 힘들다는 액션 연기만 골라 한다.

'7광구'도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다. 또 액션이다. 이번에는 어떤 캐릭터보다 세고 폭발력이 강하다. 강렬하고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는 차해준이 마음 속에 콕 박혀 시나리오에 그냥 손이 가고 말았다.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하지만 차해준이 머릿속에서 맴돈다며 눈물을 보이는 진짜 배우 하지원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힌 '7광구'의 특이점은 3D다. 5년의 과정을 거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영화다. 3D의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스태프는 한 장면을 완성하는 데만 3번의 촬영을 했다. 배우들은 아무것도 없는 그린 매트에서 연기했고 괴수 영화지만 실제하지 않기에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마음속에 괴수를 그리며 한 땀 한 땀 완성해 갔다.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콘티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을 하면서 찍을 수는 있었어요. 분명 저한테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재밌게 촬영했어요. '7광구'는 괴수를 모티브로 했지만 괴물을 저희가 볼 순 없잖아요? (웃음) 하지만 실제 촬영에선 현장에 서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몸에 진액을 바르면서 리얼리티를 살렸어요."

'7광구'는 처음부터 3D로 기획된 영화가 아니다. 영화를 진행 하던 중 바뀌었다. 하지만 하지원은 우려보다는 신났다. 입체감이 살고 사실성을 높여 관객들과 한 호흡으로 연기한다는 것이 좋았다. 3D나 4D로 애니메이션을 자주 관람하기에 그에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

"제 얼굴을 입체감 있게 3D로 보니 더 만족스러웠어요(웃음). 배우들도 그렇지만 현장 스태프가 정말 많이 고생하셨어요.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거든요. 괴수와 배우의 공간 활용, 조명의 위치 선정 등 보이지도 않는 것까지 생각하면서 찍어야 하니 카메라와 조명 감독님의 비중이 컸죠. 괴수가 몸에 닿고 바람에 날리는 것까지 계산하면서 촬영하셨어요.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웠어요."

'7광구' 속 차해준은 내외면이 모두 강렬한 캐릭터다. 매일 석유 묻힌 작업복만 입는 그에게 여성스러운 면모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도 힘들다. 또 석유 시추선이라는 장소 자체도 차해준을 강인하게 만들었다. 화려한 몸놀림과 연장 다루기, 남자보다 더 잘 타는 바이크 실력을 키우며 하지원을 그렇게 또 자신을 버렸다.

"영화에서 해준의 역이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많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성성을 절제해야 하기에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모두 다 완벽하게 고쳤죠. 예쁜 여자보다는 강인하고 멋진 여자로 비쳐지길 바래서 현장의 남자 배우나 스태프의 조언을 들으며 남성화됐어요. 특히 후반은 대사 없이 진행되기에 외적인 캐릭터가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필요한 작업이었죠."

영화 속 하지원의 액션 신은 어떤 영화보다 압도적이다. 구르고 넘어지고 깨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백미는 역시 오토바이 신. 하지원은 영화를 위해 오토바이 자격증까지 땄다. 시추선에서 나고 자란 해준이 기댈 수 있는 장난감은 오토바이였기에 어설픈 운전 실력으로 어림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어설프게 보이기 싫었어요. 관객도 해준과 동화돼 오토바이 타는 그 자체가 익숙하게 보이고 싶었죠. 또 혹시 촬영할 때 위급한 상황이 나오면 안되잖아요. 몸에 익어서 완전히 흡수하고 싶었어요. 자격증을 따고 오토바이를 타고 투어도 다녔는데(웃음). 바이크에 깔린 적도 있어요. 동선이 맞지 않아서 오토바이가 절 눌렀죠. 스태프가 놀라서 달려와 꺼내 주셨어요."

인터뷰가 중반에 이르렀을때 하지원은 신나게 차해준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힘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듯 숨을 멈췄다. 영화가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는 그. 특히 마지막에 혼자 괴물과 사투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싸워야 하는데 리액션을 하는 대상이 없다 보니 무척 힘들었어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계속 상상하니 실제 괴물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아마 해준은 마지막에 오기와 악만 남았을 것 같았어요. 해준이 그러니 저도 현장에서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끝까지 버텼죠. 몸 상태도 최악이었어요. 결국 촬영 후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하지원은 연달아 액션 장르만 고집했다. 그래서 이젠 '액션녀'라는 호칭도 썩 잘 어울린다. 그의 노력과 열정에 현장에선 하지원에 대한 칭찬이 이어진다. 시사회 후 동료들의 축하 메시지도 이어졌다. 차태현은 하지원 때문에 오히려 남자 배우들은 어떤 액션을 해도 돋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농담 섞인 인사를 했다.

"저는 액션이 아니라 작품과 시나리오, 캐릭터 이 세가지가 좋아서 한 건데 부모님은 싫어하세요.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엄마 앞에서 우는데 엄마가 힘들면 멜로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멜로도 물론 정말 하고 싶어요. 깊은 내면의 감정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바로 선택할 것 같아요."

하지원은 독했다. 대답은 조근조근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어갔지만 그의 목소리엔 어느 때보다 힘이 넘쳤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영화에 대한 신뢰가 그를 만들었다. 스스로도 독하게 빠져 연기하고 싶다는 그는 대선배 안성기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선 선배라는 생각을 버렸다.

"안성기 선배님과 세 번째 작품을 같이 했는데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지금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됐죠. 연기하면서는 선배님이란 생각은 안해요. 주눅이 들 것 같아 눈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똑바로 (눈을)맞췄죠. 선배님이 잘 받아 주셔서 후배지만 마음껏 연기했어요. 정말 좋은 선배라 닮고 싶은데 저는 아직 후배들을 다독여 줄 수 있는 선배는 아닌가 봐요. 무척 어려워요.(웃음)"

그는 장르의 경계가 없다. 독보적인 액션 여왕 자리에 오르기까지 멜로와 코미디, 공포물을 넘나들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역시 독한 하지원이었기에 가능했다. 몸을 많이 쓰거나 힘든 장면이 있는 것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 아니었다. 영화가 주는 행복. 그것이 가장 컸다.

"영화 최종 결정은 제가 하지만 주위 사람들과 의논을 많이 하는 편이예요. 여러가지가 맞아 떨어져야 하지만 제 의지가 물론 1순위예요. 신인 때는 회사에서 시켜서 한 작품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액션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젠 몸을 굳이 쓰지 않아도 울림이 있는 영화를 선택하고 싶네요."

그 흔한 휴가조차 다녀와 보지 않았을 만큼 영화에 빠진 하지원. 인터뷰 말미, 이 배우의 마지막 꿈이 궁금했다. 하지원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담담하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편이예요. 내가 하고 있는 것만 열심히 집중하는 것이죠. 몇 십년후에 이렇게 되겠다는 큰 그림은 있지만 순간순간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아직 살아 보지 못한 날들이 많잖아요. 더 나이 들면 좀더 여유롭게 보여 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런 날들이 기다려져요."

cream0901@tf.co.kr

<사진=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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