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세희기자] 영화의 얼굴은 포스터다. 한 장의 종이 안에 영화 전체의 이미지와 내용,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잘 만든 포스터 한 장이 영화 흥행을 좌지우지한다'는 영화계 속설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홍보 수단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영화를 알리는 방법은 '포스터'가 유일했다. 지금도 관객의 티켓 구매욕을 자극하는 대상은 여전히 포스터다. 그렇다면 시대마다 어떤 포스터로 눈길을 끌었을까.
1970년대. 영화 포스터는 글자 위주였다.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1980년대는 이해를 도우려 한 눈에 관계도를 파악할 수 있는 포스터를 제작했다. 주연이 중심에, 조연은 배경으로 등장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반면 1990년대는 이미지 포스터가 유행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따와 포스터를 제작해 감성을 자극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포스터에 티켓파워가 있는 스타 배우의 얼굴을 앞세워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1970년대 '을화'부터 2000년대 '초능력자'까지 시대에 따라 달라진 영화 포스터 변천사를 짚어봤다.

◆ 1970년대 - "글자 위주, 내용 설명이 우선"
1970년대 영화 포스터는 글자 반 사람 반이다. 마치 기사의 헤드라인처럼 영화의 주요 장면과 배우를 설명하는 글이 담겨있다. 당시엔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수단과 장소가 따로 없었다. 또한 디자인 기술도 낙후된 탓에 글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을화'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을화'는 포스터 속에 여주인공의 이름과 나이, 처한 상황 등을 기술해 영화 속 일생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 또한 실제 주인공인 여배우 김지미의 이름과 출연 의미를 크게 넣어 잠재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포스터 제작사인 '디자인하다' 관계자는 "1970년대는 디자인 기법이 잘 발달되지 않았다"라면서 "따라서 멋진 포스터보다는 포스터에 삽입된 글자에 충실해 영화를 설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려는 포스터가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1980년대 - "주연은 중앙, 조연은 배경"
1980년대부터는 컬러 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턴 글자보다 인물을 통해 내용을 알리는 홍보 방식이 쓰였다. 특히 등장인물의 관계를 알려줄 수 있도록 영화 속 장면을 따 주연은 중앙에 배치하고, 조연 배우는 배경으로 등장시켜 스토리를 함축했다.
1982년작인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인 최재성과 이보희가 포스터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극 중 키워드인 안성기는 그 뒤에 크게 자리잡아 중요성을 알린다. 나머지 등장 인물들은 그 주변에 작게 배치돼 그 비중을 알 수 있었다.
영화포스터 제작사 '빛나는'의 박시영 실장은 "1980년대의 경우는 포스터 자체를 위한 사진 촬영이 진행되지 않았다"며 "기존 장면을 따 포스터를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 속 내용처럼 주인공이 중심에, 조연들은 그 배경으로 따서 쓰이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밝혔다.

◆ 1990년대 - "이미지 중심, 감성에 호소"
1990년대부턴 이미지 중심의 포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 속 장면 중 주인공들이 전하는 가장 감성적인 장면이 포스터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동시에 관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편지' 역시 분위기 있는 포스터가 사용됐다. 벚꽃길에서 함께 자전거 타는 모습이 담겨있다. 얼굴은 크게 나오게 하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느낌과 이미지를 강조했다. 반대로 스릴러는 검은 배경에 식칼 등을 삽입해 장르적 특성을 살렸다.
영화 포스터 제작사 '디자인하다' 안용태 실장은 "1990년대에는 정서적인 느낌의 포스터를 많이 만들었다"며 "비주얼적인 면도 많지만 분위기나 느낌을 살리는 위주로 진행해 장르의 특징을 보여주고, 더불어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 2000년대 - "주인공 부각, 스타배우로 눈길"
2000년대는 배우의 얼굴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포스터가 유행했다.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클로즈업 샷에 담아 영화 전체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스타의 얼굴이 부각시켜 남심 혹은 여심을 자로잡는 두가지 효과를 노렸다.
최신작인 영화 '초능력자'는 강동원과 고수 두 주연배우의 얼굴을 앞세웠다. 신비로운 눈빛과 어두운 표정을 가진 강동원과 강렬한 눈빛의 고수 얼굴이 대비돼 궁금증을 유발했다. 아울러 인기가 높은 두 사람을 통해 시선을 잡는 역할도 했다.
영화 배급사 '롯데' 관계자는 "최근 관객들은 배우가 포스터에 등장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특히 스타 배우가 등장하는 경우 티켓파워가 그대로 전달돼 클로즈업 샷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고, 배우들의 표정을 통해 연기력도 가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오세희기자, 사진=각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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