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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TV] "고통 속에 추억 핀다"…장기 프로젝트, 사서 고생하는 까닭 (이유)

[ 나지연·서보현기자]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로 괴로움이 다하면 즐거운 것이 온다는 뜻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장기 프로젝트가 그렇다.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고 나면 추억이란 달콤한 열매가 따라온다.

장기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사서 하는 고생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라 배우는 과정이 어렵다. 시간도 마찬가지. 단기 아이템과 병행하는 분량이라 개인 스케줄을 빼야하는 희생이 따른다. 제작진 역시 평소보다 편집과 촬영에 2배 이상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리얼 버라이어티는 장기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는다. 사서 고생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연기자의 경우 장기 프로젝트가 자기 개발을 위한 아이템이 되고, 연출자는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여 한계를 뛰어넘는 예능을 만들 수 있다.

고통은 짧고, 추억이 길다는 장기 프로젝트. 사서 고생하는 까닭을 짚어봤다.

◆ 사서 고생하는 장기 프로젝트

장기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끝까지 난관이다. 우선 아이템이 그렇다. 미션 성향이 강해 레슬링이나 합창, 벼농사 등 불가능할 듯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다. 과제가 어려우니 배우는 과정 역시 험난하긴 마찬가지다. 시간·체력·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스케줄 조정이다. 장기 아이템은 단기와 병행된다. 멤버들은 남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한 예로 '무한도전'은 한 달 중 꼬박 20일을 한 장기 프로젝트 촬영을 위해 소진하기도 했다. 개인 스케줄이 끝나는 새벽시간이 주로 활용됐다.

체력적인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멤버들이 무언가를 처음 배우는 과정이 포함된다. 그 중 에어로빅이나 레슬링 등 힘을 요하는 작업이 많다. 멤버간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서로 합을 맞추려 체력을 또 요하게 된다.

재정적인 어려움과도 맞서야 한다. 장기 프로젝트는 평소보다 2~3배의 촬영비 부담이 든다. '1박 2일'이 준비 중인 남극 프로젝트의 경우 새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는데 상당한 돈을 투입하기도 했다. 실패 가능성을 안은 상태에서 많은 돈을 쓰기란 쉽지 않다.

기술적 장애물도 있다. 장기 프로젝트는 긴만큼 촬영 테이프 분량도 많다. 이를 추려서 편집하는 과정은 힘들 수 밖에 없다. 어떤 장면을 살리고, 어떤 장면을 과감히 버릴지 판단하고 기승전결에 맞춰 재미있게 조합하냐가 성공의 관건이라 제작진도 힘들다.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다른 사람이 스케쥴표를 보고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동시에 많은 일을 해나가야 한다"라면서 "일주일이 꼬박 걸릴 정도로 체력적으로나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제작진이나 연기자들에게 장기 프로젝트가 결코 편한 미션은 아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연기자 "자기 개발을 위한 수단"

이런 고통 속에서도 멤버들이 장기 프로젝트에 도전해 나가는 이유는 충분히 있다. 그 중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자기 개발이다. 그 때 그 때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단기 아이템과 달리 장기 프로젝트는 많은 노력과 기본기를 요한다. 이 때문에 멤버들은 후천적 연습을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노력은 자신의 발전 토대로 작용하게 되다.

장기 프로젝트는 1년에 2~3개가 진행된다. 하지만 멤버 본인이 잘 하는 것만 할 수 는 없다. 각각 아이템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 따라서 연기자들은 미션 아이템 성공을 위해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한다. 예를 들면 벼농사나 에어로빅, 합창, 등반, 레슬링 등 몸을 사용하는 일들이다. 이는 배움의 장이 된다.

준비성도 높아졌다. 장기 프로젝트에선 어떤 아이템을 소화해야 할 지 모른다. 때문에 멤버들은 각자 춤이나 노래, 아이템 회의를 위해 최신 트렌드를 미리 연습하고 한다. 5년 전 몸치였던 노홍철이 이제 왠만한 댄스는 소화하게 된 것도 꾸준한 준비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어디서나 써먹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이자 기본기가 됐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멤버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그 감동과 과정이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 그래서 준비를 철저히 하다보면 본인에게 하나의 장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렇게 바뀌다보니 예능도 노동집약적일 수 있다는 인식도 심어줬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 연출자 "완성도 높여 예능 발전"

연출자들도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 그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은 예능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를 통해 소모적인 TV프로그램이란 지적을 받던 리얼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했다는 것도 보람 중에 하나다. 시청자와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제작진들에게도 장기 프로젝트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장기 프로젝트의 시초는 '무한도전'이다. 4~5년 전 처음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에 김태호 PD가 목표로 했던 것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사전 제작의 개념이었다. 미리 길게 준비하면 단타 아이템보다 더 공을 들일 수 있고, 방향을 미리 설정할 수 있어 지금까지 보여 준 말장난 식의 에피소드와 차별을 둘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비슷비슷하던 예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는 것도 큰 보람이다. 장기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리얼 버라이어티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 아닌 '감동'도 함께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란 인식이 생겼다. 감동 코드가 더해지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는 더 넓어졌다. 그리고 이 결과에 따라 프로그램별로 차별화와 우선 순위가 갈렸다.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는 "시청자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단순히 웃기기만 하면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감동이든 공감이든 추억이든지 있어야 시청자가 몰입한다. 장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달라진 패러다임에 적합하다. 소소한 재미를 주면서도 감동과 공감을 줄 수 있다. 이런 패턴에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은 만족한다"고 밝혔다.

<글=나지연·서보현기자, 사진=MBC·KBS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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