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보현·이현경기자] "비슷한 캐릭터라는 말 듣고 싶지 않다" vs "어색하지 않게 내 몸에 캐릭터를 맞추고 싶다"
29일 오후 2시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SBS-TV '대물' 제작발표회. 고현정, 권상우, 차인표, 이수경의 조합의 '대물'은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뽑히는 드라마다. 화려한 출연진 뿐 아니라 인기 연재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이다.
또 신선한 캐릭터도 '대물'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실제로 4명의 출연진은 캐릭터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역대 드라마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캐릭터라는 것. 고현정은 여성 대통령이라는 생소한 캐릭터를, 권상우는 괴짜 기질을 가진 검사 역할을 맡은 것에 즐거워했다. 차인표와 이수경도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에 비해 한층 강렬해진 연기를 선보이는 것에 설렘을 드러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출연진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캐릭터였다. 고현정은 전작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또 권상우는 뺑소니 의혹과 검사 캐릭터와의 충돌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또 차인표는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어려워했고 이수경은 180도 변신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고현정, 권상우, 차인표, 이수경은 '대물'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4명의 출연진이 '대물'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를 살펴봤다.

◆ 고현정 "답습 아닌 다양한 모습 보여주겠다"
캐릭터의 중복. 고현정의 취약점이다. '대물'에서 그는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 역할을 맡았다. 할 말 다하는 당찬 성격에, 강한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터다. 캐릭터의 특성만 보면 그의 전작인 '선덕여왕' 미실과 상당부분 비슷하다. 제 2의 미실이 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캐릭터 뿐 아니라 연기 패턴도 미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렬한 눈빛 연기와 똑 떨어지는 말투가 그렇다. 고현정은 "안그래도 고민이 많다. 내가 또 눈썹을 올리는 것 같아 걱정이 됐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긴장이 최고의 약이었다. 캐릭터의 익숙함을 긴장감으로 리셋하고 있다는 것. 고현정은 "방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면서 "극 중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늘 긴장하고 있다. 모니터를 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크도 한다. 익숙하다고 해서 방심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에피소드에 캐릭터를 녹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고현정은 "내일 상황을 알 수 없는 캐릭터다. 남편이 죽은 후에도 밥을 먹고 자식이랑 웃는 날도 있다"면서 "이런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충실하면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권상우 "연기로 평가 받겠다"
권상우의 과제는 캐릭터의 괴리를 푸는 것이다. 극 중 그는 엉뚱하지만 정의로운 검사 역을 맡았다. 문제는 권상우와 정의로운 검사 캐릭터가 100%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드라마 촬영 직전 뺑소니 의혹으로 도덕성에 흠집이 갔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고민이 많다. 자진 하차를 생각했을 정도로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권상우는 "사실 가장 괴로운 사람은 나다"라며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기 때문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작품에 누가 될까 힘들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권상우가 캐릭터 괴리를 피하기 위해 택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검사라는 직업보다 극 중 인물의 성격에 포인트를 줬다. 그는 "극 중 캐릭터에게 검사라는 지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진지한 캐릭터 속에 유일하게 코미디를 보이는 캐릭터다. 재미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후 권상우는 이미지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배우 이미지를 다시 찾겠다는 것. 그는 "연기자이기 때문에 매을 받는 칭찬을 받든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좋은 연기로 내 마음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 차인표 "현실적인 캐릭터 보이겠다"
차인표의 경우 캐릭터 표현에 애를 먹었다. 그는 '대물'에서 가장 정치색이 강한 캐릭터를 맡았다. 가장 정치인스러운 말투, 행동, 표정이 필요한 인물이다. 동시에 현실 속 특정 인물 연상을 피하기 위해 현실과 거리감도 줘야 했다.
전·현직 정치인 중 모델을 찾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그 중 그가 참고한 인물은 故 노무현 대통령.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았다. 차인표는 차인표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모니터했는데 극 중 캐릭터와는 맞지 않았다"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결국 특정 모델을 삼기 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를 한데 취합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이 쉬는 날에 국무총리를 비롯한 주요 장관들의 청문회가 열렸다"면서 "많은 국회위원이 나와 여러 모습을 보여줘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차인표는 드라마와 현실 구분을 뚜렷히 했다. 그동안 정계에서 러브콜을 수차례 받은 것을 염두한 모습. 그는 "비례대표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 고사해왔다"며 "정치인은 국민을 섬기는 자인데 나는 아직까지 국민을 사랑하면서 섬길 준비가 안 돼 있다. 국민을 섬기는 국회의원 모습은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정치 참여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 이수경 "부담 줄이고 자신감 키우겠다"
이수경은 변신에 대한 어려움이 크다. 그는 '대물'에서 팜므파탈 역할을 맡았다. 복수를 위해 상대방을 몰락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는 인물. 지금까지 보인 청순가련 혹은 천방지축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한 성격의 캐릭터다.
캐릭터 적응이 가장 시급하다. 본인 스스로도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이수경은 "내게는 굉장히 새로운 시도다. 지금까는 한 역할과 너무 다르다"라며 "아직까지는 분량을 많이 못찍어 어렵다. 5~6부쯤 진행되면 편안해 질 것 같다"고 힘들어 했다.
지금으로서는 자신감 극복이 1순위다. 캐릭터를 제 몸에 맞춰야 한다. 이수경은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인 것 같다"며 "고현정이 '자신감을 가지고 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소신껏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팜므파탈 캐릭터를 위해 외적인 모습도 신경을 쓰는 편이다. 웃는 얼굴이 아닌 차가운 표정을 짓는 등 외모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수경은 "웃을 때 착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독하게 보일까 고민이 많았다. 외모적으로도 강하게 보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글=서보현·이현경기자,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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