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장수도 주목…12월 2일 극장 개봉

[더팩트ㅣ부산=김샛별 기자] 제31회 부산영화제(BIFF)에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정가네'(감독 김지현)의 오픈 토크가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지현 감독을 비롯해 배우 류승룡 박해준 옹성우 이상희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가네'는 30년간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살아온 형제 만수(류승룡 분)와 병수(박해준 분)가 마을을 덮친 전염병 위기 속에서 송아지 장수를 지키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다.
김지현 감독은 작품에 관해 "가족이란 게 같이 있으면 지지고 볶고 싸우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고 서로의 곁을 지킨다는 숭고함이 있지 않나. 그런 의미를 잔잔하게 담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영화는 마냥 잔잔하지만은 않다. 김 감독은 "생각보다 액션과 스펙터클한 장면이 많다. 겨울 내내 추격전을 찍으면서 촬영했다"며 "처음에는 '정가네 목장'이라는 제목도 생각했지만, 정적인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목장이라는 목가적인 단어로 작품을 국한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트에서 보여지는 가족의 모습과 분위기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부분이 우리 영화의 근본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에는 돌아오게 되는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의 장면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류승룡은 극 중 동생에게만큼은 무뚝뚝한 형 만수 역을 맡았다. 그는 "무뚝뚝하지만 깊고 우직한 진심을 담고 형답게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영화를 직접 봤다는 류승룡은 "풍성한 수염이 눈에 띄는데 내 수염이다. 배우들은 5년 후에 찍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류승룡에 대해 "재밌고 위트 있는 부분과 묵직하고 진중한 부분이 공존하는 배우다. 다양한 모습을 소화해 왔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대사가 많지 않고 과묵하지만 그 사람 자체가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준은 형에게만큼은 까칠한 동생 병수로 분했다. 그는 "병수는 여러 가지를 많이 담고 있는 재미있는 캐릭터"라며 "한 번도 1등을 해보지 못했고 항상 형의 그늘에 있었던 사람이다. 형을 존경하면서도 형으로 인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일도 잘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은데 형 하나 때문에 열등감을 가진 골칫덩어리다. 촬영 현장에서도 마음껏 철딱서니 없이 임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박해준의 매력을 "똘끼"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미 이유 없는 반항 같은 색깔이 배우 안에 있었다. 그 모습을 꺼낼 수 있는 착장을 함께 디자인했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옹성우는 두 형제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횡산군 신입 수의사 정훈 역을 맡았다. 마을의 유일한 외부인인 만큼 관객과 함께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인물이다.
옹성우는 "유일한 외부인으로 마을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인물이다. 그래서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함께 신선한 광경을 보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또한 작품에 관해 "대본을 읽을 때부터 동화를 읽는 느낌이었다. 흙냄새도 나고 따뜻하고 구수하고 그리운 느낌이 있었다. 나도 이 마을의 주민이 되고 싶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옹성우를 "우리 영화의 한 마리 송아지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를 시도했다. 밝은 에너지가 필요했는데 옹성우가 잘 소화해줬다"며 "만수와 병수, 경은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데 현장에서도 밝은 에너지로 그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이상희는 만수와 병수의 여동생 경은 역으로 형제 사이에 활력을 더한다. 그는 "두 오빠를 애정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애정한다. 삼각형 같은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끊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관계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상희를 "믿고 쓰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어떤 대사를 표현해야 할 때 어려움이 따르는 부분이 있는데, 이상희에게 그 말이 가면 놀라운 센스로 질감이 풍부해져서 돌아오는 현장을 많이 느꼈다"며 "믿고 쓰는 배우로 또 다른 작업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오픈토크에서는 극 중 송아지 장수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류승룡은 "요즘 AI가 많이 나오지 않나. 그러나 저희 작품 속 장수는 촬영할 때쯤 태어난 진짜 아기 소다. 저희는 장수를 보고 선물 같은 아이라고 표현했다. 웬만한 배우보다 훨씬 낫다"고 전했다.
박해준 또한 "감독님이 배우들이 나올 때보다 장수가 나올 때를 더 좋아하더라. 모니터를 어루만지는 걸 보면서 '내가 소보다 못한 놈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 감독은 장수의 근황도 전했다. 그는 "촬영이 끝난 뒤 다시 돌아가게 됐는데 장수를 키우는 사장님과 아들이 왔다. 소의 원래 수명보다 더 길게 살고 있고, 이름처럼 장수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작품 속 인상적인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류승룡은 "그렇게 싸우던 만수와 병수가 올누드로 부둥켜안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에 박해준은 "둘이 안는 장면 외에도 선배님이 단독으로 벗는 장면도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어 "추운 날 몸에서 열이 나면서 김이 나는 이미지 자체가 너무 멋있었다"며 "물론 선배님은 고생하셨겠지만 과감하게 던지고 끼얹고 했던 모습이 보기만 해도 좋은 그림으로 탄생했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정가네'가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남길 바라는지 묻자 "따뜻함을 넘어서 뜨거운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모두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 않나. 작품을 보면서 가족을 비롯해 내 근처에 있는 모든 '동행'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해준은 "두 형제가 시골에서 소를 키우는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스펙터클하고 긴장감도 쫀쫀하다.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12월 2일에도 많이 보러 와 달라"고 당부했다.
류승룡은 "저희가 정말 오랫동안 설레며 기다린 작품이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말로 할 수 없는 갈등을 소가 해결해 주는 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름다운 시와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꼭 보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마음에 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지현 감독은 "여러 맛도 있는 영화다. 브로맨스부터 귀엽고 소중한 존재, 재미와 의미까지 담겼다"며 "여러분이 영화관에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우직하게 만든 '정가네'에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가네'는 오는 12월 2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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