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극의 솔직함과 풍부함 간직한 작품"

[더팩트 | 문채영 기자] 배우 정진영이 '아버지의 집밥'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무려 데뷔 39년 만에 그가 처음으로 직접 선택한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가 '아버지의 집밥'을 특히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작품이 가진 따뜻함 때문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작품을 자신의 커리어 제일 윗줄에 올린 정진영이다.
정진영은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미팅룸에서 <더팩트>와 만나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감독 이준익)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집안의 절대 권력자 하응 역을 맡았던 그는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9일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 '아버지의 집밥'은 40년간 삼시세끼 집밥만 찾던 아버지 하응(정진영 분)이 '요리백지증(요리하는 법을 잊는 가상의 병)'에 걸린 아내 순애(이정은 분)를 대신해 생애 처음 부엌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아버지의 집밥'은 본래 약 2-3분가량의 짧은 에피소드 61개로 제작된 레진스낵의 숏드라마다.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플랫폼 기획전: 숏폼 시네마'에 초청된 것을 계기로 약 2시간 30분 분량의 세로형 영화로도 편집돼 숏드라마 최초로 극장에 걸렸다.
드라마 영화 등 긴 호흡의 작품에서 약 39년 동안 활약해 온 정진영에게 숏드라마라는 장르가 처음부터 편했던 것은 아니다. 낯선 만큼 직접 숏드라마 작품에서 연기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를 빠르게 숏드라마 세계로 이끈 이는 다름 아닌 이준익 감독이다.
정진영은 2000년대 초반 이준익 감독의 '전세 배우'라는 별명이 있었을 정도로 '황산벌' '왕의 남자' '님은 먼 곳에' 등 오랜 시간 다양한 작품을 함께 해왔다. 그는 "이준익 감독과는 가끔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사이다. 신뢰하는 감독"이라며 "이번 '아버지의 집밥'도 전화로 대뜸 '숏드라마'라고 설명하더니 출연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준익 감독과는 매니저를 거칠 것도 없어요. 메신저로 대본을 주고받아요. 이번 '아버지의 집밥' 역시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라 당연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하지만 그보다 대본을 보고 나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는 만나기 쉽지 않은 이야기거든요."

'아버지의 집밥'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작품이었다. 정진영은 "'아버지의 집밥'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는데 관객들이 작품을 끝까지 다 보더라. 도중에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관객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난 후 뒤풀이 자리에서부터 극장 개봉 계획이 세워졌다.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배우와 제작진은 작품의 극장 상영을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때문에 더 감격스럽다는 정진영은 "'아버지의 집밥'은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다. 명백한 숏드라마"라며 "이야기가 좋아서 우리끼리는 '저예산 영화였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곤 했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기적 같은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진영은 '아버지의 집밥'이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모습을 보고 난 후의 소감도 털어놨다. 그는 "이야기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새롭게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출연했음에도 안 보였던 것들이 다시 보인다"고 감탄했다.

극 중 정진영은 40년간 집안의 절대 권력자로 살아오며 평생 아내가 해준 밥상을 받아온 남편 하응 역을 맡았다. 가부장적이던 그때 그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는 인물이다. 이에 정진영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자신했다.
"우리 작품은 아내가 해주는 '집밥'을 당연한 보상이라고 여기는 동시에 평생 열심히 일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각자 상황이 달라도 다들 '내 이야기'라며 감정을 이입할 수 있죠. 오밀조밀한 이야기들이 가슴에 툭툭 와닿을 거예요."
그 역시 하응을 연기하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정진영은 "나도 집에서는 아버지다. 아내와의 첫 만남이 생각나기도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지?'라는 생각이 오버랩되기도 했다"며 "'지금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아내 순애 역을 연기했던 이정은과의 호흡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준익 감독과 함께했던 전작 티빙 시리즈 '욘더'에서 부부 역할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 이미 서로 간에 신뢰가 쌓여 있는 상태였다. 정진영은 이정은을 "대단한 배우"라고 말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정은과의 부부 연기는 전혀 걱정이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오래 함께 산 부부의 느낌이 나왔거든요. 호흡이 잘 맞으면 배우는 상대방의 연기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어요. 이번에 '아버지의 집밥'에서는 이정은의 연기를 재밌게 바라보면서 촬영했죠."

이날 정진영은 '집밥의 소중함'을 작품의 핵심 메시지로 꼽았다. 그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집밥'이 당연한 것이 아닌,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거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한다"며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가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집밥'을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칭했다. 정진영은 "그동안 누가 대표작을 물어보면 항상 '모든 작품이 다 똑같다. 어떻게 차별하냐'고 말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아버지의 집밥'이라고 답할 것 같다"며 "그 정도로 이 작품이 좋다"고 말했다.
이렇듯 '아버지의 집밥'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정진영은 작품이 많은 관객에게 닿기를 소망했다. 그는 "가족 이야기로서 솔직함과 풍부함을 지닌 작품이다. 많이 즐겨주시길 바란다"며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겠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집밥'이 극장에 걸리게 돼 기뻐요. 하지만 관객이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겠죠. 결국 관객이 운명적으로 작품을 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의 집밥'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아 그분들의 마음속 깊이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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