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노선' 만들고 있다는 평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그룹 아이들(i-dle)의 소연이 '솔로 가수'로는 트렌드를 역행하는 음악으로 의외의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소연은 지난 7일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정규앨범 '끝내주는 인생'을 발표하고 컴백 활동을 시작했다. 타이틀곡 '퇴사할게여'를 비롯해 총 8곡이 수록된 이 앨범에서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복고'다.
실제로 타이틀곡 '퇴사할게여'는 노골적으로 2000년대 초반 분위기를 보여준다. 당장 '퇴사할게여' 뮤직비디오는 녹색 덮개가 깔린 책상과 CRT 모니터, 각종 아날로그 장비들로 가득한 사무실에서 시작해 부채춤, 2002 월드컵 응원, 플레이스테이션2 등을 즐기던 사람이 모여 플래시몹을 펼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에 소연은 당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마돈나를 떠올리게 하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다. 이 정도면 모르는 사람에게 '20년 전 뮤직비디오'라고 말해도 속을 만한 수준이다.
압권은 음악 그 자체다. '퇴사할게여'는 2005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익스(Ex)의 '안녕하세요'를 인터폴레이션(기존 곡의 일부 요소를 차용하는 것)한 곡으로, 그 원형을 크게 손대지 않고 2005년 분위기를 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퇴사할게여'는 최근 K팝의 트렌드로 꼽히는 3분 이내의 짧은 러닝타임이나 하이라이트 파트가 촘촘히 배치된 곡 구성, 글로벌 청취자를 위한 영어 위주의 가사 등과는 거리가 먼 곡이다.

'퇴사할게여'의 러닝타임은 3분 30초에 달하고 영어 가사라고는 'It was a romantic day(잇 워스 어 로맨틱 데이)' 한 줄이 전부다. 또 곡 구성 역시 전형적인 A-B-C-A-B-C-D-C의 반복 구조를 따른다.
즉 '퇴사할게여'는 현재 K팝 트렌드를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곡인 셈이다.
물론 8곡이 담긴 정규앨범인 만큼 수록곡에는 'STAR(스타)'나 'icebluerabbit(아이스큐브래빗)', 'Bankroll(뱅크롤)' 등 최신 트렌드와 그에 따른 작법을 보여주는 곡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더 눈이 가는 쪽은 '퇴사할게여'와 '그냥 사랑하면 안 될까'처럼 '그 시절'을 오마주한 곡이다. 그리고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끝내주는 인생'과 '퇴사할게여'는 소연의 철저한 기획에 의해 탄생한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먼저 소연은 '퇴사할게여'가 익스의 '안녕하세요'를 차용했지만, 프로모션 단계에서 이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발매 이후 '비슷하다'는 평이 쏟아졌고, 소연은 그 이후에야 인터폴레이션 사실을 알렸다.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소연은 첫 컴백무대를 다른 곳도 아닌 EBS '스페이스 공감'으로 정했다. 과거에도 K팝 그룹이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컴백 첫 무대를 '스페이스 공감'으로 정하고 새 앨범 전곡을 공개한 사례는 소연 이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이 역시 '지금의 K팝 문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도가 느껴진다.

소연의 이런 '의도적인 역행'은 '아이들 소연'이 아닌 '소연이라는 솔로 아티스트'를 브랜딩하기 위한 영리한 기획이라는 평이다.
한 K팝 제작자 A씨는 "'끝내주는 인생'은 소연이 의도적으로 아이들과 다른 색을 선택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며 "팀에서 보여줘야 하는 음악과 솔로 보여줘야 하는 음악은 다르다. 이 고민을 많이 한 앨범"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여기서 소연은 단순히 '아이들과 다른 음악'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나만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지금 유행하는 K팝 문법을 따르지 않고 2000년대 가요 스타일을 힙하게 풀어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소연의 '기획력'에 주목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퇴사할게여'는 40대 이상도 쉽게 들을 수 있고, 1020 세대에게는 오히려 새롭게 들리는 음악으로 완성됐다"며 "아마 '퇴사할게여'의 콘셉트와 분위기, 비주얼 등은 물론 마케팅 방법까지 모두 처음부터 소연의 머릿속에서 구상이 돼 있었을 거다.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일 수 있을까를 알고 음악을 한다. 정말 똑똑하다"고 칭찬했다.
끝으로 A씨는 소연의 '끝내주는 인생'과 '퇴사할게여'를 두고 "일부러 K팝 신의 흐름을 역행하려는 앨범이다. '솔로 가수 소연'은 확실히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연의 '이 유쾌한 역행'이 과연 K팝 신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laugardagr@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