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악 관련 '사회적 합의' 필요성 커져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AI 음악이 주요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담론의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관련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월 2일 자 유튜브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에서는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1위에 올랐다. 머무르는 이 곡을 자신이 작사·작곡·편곡했으며 생성형 AI 서비스인 수노(Suno)를 사용해 보컬을 생성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AI가 생성한 곡이 각종 콘텐츠의 BGM으로 사용되거나 음원 플랫폼에 등록된 사례는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만든 음악이 국내 주요 차트 정상에 오른 사례는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이전에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지난 5월 조선힙합의 '마음의 숲'이 써클 BGM차트 1위, 7월 웨이브 콜의 '넌 내 맘을 빼앗았고 난 온종일 생각하지'가 카카오뮤직 실시간 1위, 일본의 AI 프로듀서 M.사스케(Sasuke)의 'GG EZ(지지 이지)'가 애플뮤직 한국 R&B/Soul 차트 1위 등을 차지한 바 있으나, 국내에서 약 4680만 명이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는(월간 1140억분, 와이즈앱 리테일 집계 2025년 1월~11월 평균 기준) 앱인 유튜브에서의 1위는 무게감이 다르다.
AI곡의 정상 등극은 특정 콘텐츠나 프로그램 등을 계기로 갑자기 이뤄진 것도 아니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6월 23일 발매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8월 17일 자(집계기간 8월 7~13일) 유튜브 주간 인기곡 차트 65위에 진입했고, 3주 연속 순위를 끌어올리며 최신 차트(집계 기간 8월 21~27일)에서는 30위에 자리하고 있다.
또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이전에 주목받았던 조선힙합의 '마음의 숲'도 4월 9일 발표 이후 꾸준히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최신 주간 인기곡 차트 38위,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즉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나 '마음의 숲'의 인기는 사람들이 AI 음악을 별개의 콘텐츠로 인식하거나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동일한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음악 플랫폼 디저(DEEZER)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리서치 기관 입소스(Ipsos)와 손잡고 8개국 900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설문 참여자에게 두 곡의 AI 음악과 한 곡의 사람이 만든 음악을 들려준 후 AI가 생성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97%가 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AI 음악의 완성도가 사실상 일반 청취자가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재미있는 점은 이 다음이다. 설문 참여자 66%는 호기심에라도 100% AI가 생성한 음악을 적어도 한 번은 들어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음에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가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과 사람이 만든 음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는 사람들이 AI 음악 자체보다 'AI가 생성한 음악이라는 것을 감추는 행위'에 더 반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실제로 응답자의 80%는 '100% AI가 생성한 음악은 청취자에게 명확하게 표시돼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물론 이 설문 조사는 '100% AI가 생성한 음악'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명확한 표기가 병행된다면 AI 음악이라고 해서 청취 자체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의 유튜브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 1위와 '마음의 숲'의 꾸준한 인기가 이를 방증한다.
이는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의 사례가 지금은 특별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흔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디저의 발표에 따르면 6월 하루 평균 약 9만 곡의 AI 음악이 등록됐으며, 피크 시점에는 AI 곡이 전체 등록 음악의 절반을 넘었다.
물론 이 음악의 대부분은 'AI 슬롭(Slop, 저품질 AI 콘텐츠)'으로 분류돼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규모의 법칙'에 따라 수가 늘어날수록 성공하는 곡의 수도 확연히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100% AI 생성곡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창작자의 손길이 더해진 음악'까지 포함하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AI 음악의 저작권이나 권리, 이해관계를 두고 명확한 저작권법을 제정한 국가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한 AI 음악이 늘어날수록 AI 음악 창작자와 기존 창작자들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논쟁과 분란의 불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정책이나 법령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합의'라도 서두르려는 이유다.
김인호 YG PLUS 음악사업부문 부문리더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큐브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MWM 콘퍼런스'에서 "AI 음악의 청취가 많아질수록 기존 창작자의 수익이 감소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두 모여 각각의 이해관계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정부와 협회가 판을 만들고 각 분야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모여 세부 조항을 만들어 이를 준수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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