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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마음 바꾼 류승룡이 '비광'으로 얻은 것
거친 부성애를 지닌 아빠 중구 役 맡아 하지원과 호흡
"배우로서 도전 의식 생긴 작품…편지 써준 감독님께도 감사하죠"


배우 류승룡이 영화 '비광'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레이그램
배우 류승룡이 영화 '비광'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레이그램

[더팩트|박지윤 기자] 처음에는 고사했었다. 하지만 감독으로부터 진심 가득한 편지를 받고 시나리오를 자세히 들여다봤고 마음을 바꿨다. 그 결과 그는 새로운 얼굴을 성공적으로 꺼냈고 좋은 감독과 동료들을 만났으며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비광'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은 배우 류승룡의 이야기다.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 개봉을 앞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류승룡은 "오랜만에 날 것 같으면서도 밀도 있는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며 기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2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은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 분)와 남미(하지원 분)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미쓰백'(2018)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지원 감독의 신작이다.

류승룡은 전직 야구선수이자 거친 부성애를 지닌 아빠 중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플레이그램
류승룡은 전직 야구선수이자 거친 부성애를 지닌 아빠 중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플레이그램

그동안 영화 '7번방의 선물' '염력' 등에서 K-아빠를 소화했던 류승룡은 스스로 비슷한 얼굴을 꺼내는 것을 막고자 이러한 결의 인물을 잠시 피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비광'을 만났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정독하지 않고 고사했으나 이지원 감독의 진심이 담긴 편지 5장을 받고 마음을 바꿨다고.

"편지에 '그런 내용이 아니다. 이건 좀 다르다'는 글이 적혀 있었어요. 이걸 보고 '비광'을 제대로 읽어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게 아니더라고요. 그동안 일을 하면서 작품을 찍는 동안 무언가를 배우고 얻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지점에서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도전 의식이 생겼고 감독님께도 감사해서 출연을 결심했죠."

전직 야구선수이자 거친 부성애를 지닌 아빠 중구로 분한 류승룡은 운동과 식이조절을 병행한 체중 관리를 통해 인물의 20대부터 40대 초중반까지를 표현했고 문신 분장을 감행하며 파격적인 외적 비주얼을 완성한다. 또한 그는 거칠고 투박한 부성애라는 감정의 밀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터뜨리면서 새로운 아버지의 얼굴을 꺼낸다.

다만 중구에게 동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남미와 결혼한 상황에서 과거 만났던 연인의 유서와 함께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딸이다. 영화에는 이들의 시간이 촘촘하게 담기지 않은 만큼, 중구를 연기하게 된 류승룡이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과 과거 서사를 어떻게 구축했을지 궁금했다.

류승룡은
류승룡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도전 의식이 생겼고 감독님께도 감사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플레이그램

"처음부터 계획하고 바랐던 게 아닌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경험해 보지 못해서 잘 안 잡히더라고요. 플래시백 중에 중구가 10만 원을 주고 아이에게 라면을 사 오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도망가길 바랐는데 걔가 돌아와서 까치발을 들고 라면을 끓여요. 그 뒷모습이 중구를 붙잡았던 것 같아요. 오죽하면 나같이 못난 사람한테 왔을까, 내가 아이의 큰 우산이 돼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생경하고 원망스러우면서도 측은지심 같은 것들이 중구를 움직인 거죠."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부터 이지원 감독을 향한 굳건한 신뢰를 내비쳤던 류승룡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이 감독은 어땠을까.

"대충이 없더라고요. 그날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최선을 다해요. 그래서 신뢰할 수 있었죠. 뭔가를 하면 끝을 보는 감정이 세더라고요. 호락호락 넘어가는 법이 없고 하나하나 다 컨펌하셨는데 영화를 보니까 이런 게 다 녹아있더라고요. 정말 최선을 다하고 모든 걸 쏟아부은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또한 이번 작품에서 부부로 만나 처음 호흡을 맞춘 하지원을 두고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배우"라며 파격 변신을 꾀한 그의 도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지원 감독님은 예쁜 배우를 망가트리는 걸 잘하세요. 배우로서 날 것과 밑바닥을 꺼내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이를 굉장히 덤덤하게 수용하고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모습을 봤어요. 연기할 때도 솔직하게 반응하면서 리액션이 좋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뭘 시작하면 끝까지 하더라고요. 유튜브도 10년은 할 것 같아요(웃음)."

류승룡은 '비광'을
류승룡은 '비광'을 "한국판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라고 정의하며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플레이그램

다만 '비광'은 2021년 촬영을 마치고 관객들과 만나기까지 약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서 걱정과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시간의 흐름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드러나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류승룡은 "'비광'보다 더 먼저 찍은 '정가네'가 연말에 개봉할 것 같다. 그래서 안심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이를 바라보는 솔직한 마음을 꺼내 보였다.

"물론 찍은 지 시간이 지났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여러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게 됐어요. 그럼에도 이 시간이 무색하지 않게 모두가 같은 목적과 갈망을 갖고 지금까지 끈끈하게 하나가 돼서 지내고 있어요. 시사회 날 감독님과 하지원은 끌어안고 울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저희가 정말 진심으로 찍었다는 걸 다시금 느꼈죠."

지난해 종영한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제62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대상을 거머쥐며 배우로서 잊지 못할 커리어를 추가한 류승룡은 딱 하루 동안 기쁨을 만끽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비광'을 들고 관객들을 찾은 그는 디즈니+ '무빙' 시즌2 촬영에 돌입했고 10월 영화 '정가네'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내며 열일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꾸준히 다양한 캐릭터와 여러 장르의 작품에 뛰어들며 여러 인생캐와 인생작을 탄생시킨 류승룡은 늘 흥행성보다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행보라고 스스로 바라봤다. 그러면서 '비광'을 두고 "CG와 AI의 도움을 받는 작품이 계속 늘어나겠지만 이의 도움을 덜 받는 것에 관심이 더 생기고 해보고 싶어졌다. 유행도 돌고 도는 만큼 이야기가 정말 좋다면 다시 이런 작품을 할 것 같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저희 영화는 한국판 집으로 가는 이야기예요. 중구에게 야구란 뭐냐고 물었을 때 집으로 돌아가야 끝나는 게임이라고 답하는데 이 작품의 로그 라인을 한 줄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소중한 집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이를 깨려는 여러 요인이 있잖아요. 각자의 사정과 전사, 아픔이 있고 오해도 있지만 켜켜이 쌓이는 보이지 않는 진심들이 있어요. 이를 좀 들여다보자는 이야기가 담긴 영화예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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