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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경주기행' 떠난 이연, 그렇게 또 한 뼘 더 성장
프로레슬러 선수 출신의 셋째 동주 役 맡아 열연
"배우로서의 자세 많이 배워…죽음에 관한 시선도 달라졌죠"


배우 이연이 영화 '경주기행'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연이 영화 '경주기행'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자신이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성장, 배우 이연이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다. 그리고 이를 충족한 '경주기행'을 떠난 그는 역량을 마음껏 펼치면서 새로운 얼굴을 꺼냈고, 그 과정에서 뜻깊고 유의미한 변화를 겪으며 배우이자 한 사람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이연은 영화 '경주기행'(감독 김미조) 개봉을 앞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작품에서 프로레슬러 선수 출신의 셋째 동주 역을 맡은 그는 "오래 기다린 만큼 설레고 기대도 크다. 관객들과 만나는 무대인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6일 스크린에 걸린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을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으로, 데뷔작 '갈매기'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이연과 김미조 감독의 첫 만남은 코로나19 시절 진행된 전주국제영화제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 '경주기행'을 받은 그는 스케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고사했었다고. 하지만 포기를 몰랐던 김 감독은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이연이 동주를 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장문의 글을 보내며 다시 한번 출연을 제안했고, 예정된 일정에 변동이 생기면서 이를 소화할 수 있게 된 이연은 그렇게 동주가 됐다.

"우선 시나리오가 좋았고 김미조 감독님의 적극성도 도움이 됐어요. 제가 출연을 결정할 때는 이정은 선배님과 언니들이 다 캐스팅이 다 돼 있는 상태였고 원래 하기로 했던 작품이 딜레이되면서 스케줄도 가능하게 됐어요. '경주기행'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이연은 프로레슬러 선수 출신의 셋째 동주 역을 맡아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연은 프로레슬러 선수 출신의 셋째 동주 역을 맡아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극 중 동주는 집안의 기둥인 첫째 장주(공효진 분)와 똑 부러진 둘째 영주(박소담 분) 그리고 귀여운 막내 사이에서 어떻게든 사랑받기 위해 매 순간 온몸으로 부딪혀 살아온 인물이다. 다혈질 행동파이자 늘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부상으로 프로레슬링을 접은 후에도 차고 넘치는 에너지로 이번 가족 복수 계획에서 몸 쓰는 일을 전담한다.

그야말로 앞뒤 재지 않고 일단 뛰어들고 보는 동주를 만난 이연은 걸음걸이와 굽은 어깨 등 기본자세에 변화를 주는 것부터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해석이 들어간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프로레슬링이 더 잘되고 있는 만큼, 동주도 그 문화를 입고 있는 친구로 만들기 위해 일본에 가서 재패니즈샤기컷을 하는 등의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또한 이연은 두 달 동안 액션 스쿨을 다니면서 기본기를 다지고 고강도 훈련을 소화하면서 프로레슬링 기술을 익혔다고. 그 결과 그는 상대에게 기술을 거는 대부분의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보는 이들이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감독님은 동주가 거침없고 망설임 없었으면 좋겠다는 정도만 이야기하셨는데 시나리오 속 대사나 행동으로 동주가 어떤 인물인지 잘 표현돼 있어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어렵지 않았어요. 기술을 거는 장면은 저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에너지가 뚝 떨어질 것 같았어요. 카메라에 감정과 액션의 밸런스가 온전히 담기길 바라서 제가 하겠다고 했고 그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머리는 레퍼런스를 감독님께 보내드렸더니 좋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프로레슬링을 보러 간 김에 헤어컷도 하고 왔죠(웃음)."

실제로 외동딸인 만큼 주변에 형제나 자매가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주에게 다가간 이연이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기에 자신 때문에 동생이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을 품고 있음에도 가족의 관심이 고픈 인물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이연은
이연은 "시나리오가 좋았고 김미조 감독님의 적극성도 도움이 됐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동주가 되게 거칠고 막무가내 같지만 막내 일에 부채감을 꺼내기는 무서웠을 거예요. 이를 자격지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일과 관련해서 가족들도 조금은 자신에게 티 낸다고 오해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자신보다 더 고통스러울 엄마 앞에서 죄책감을 꺼내기보다 내 탓이 아닌 척 표현하면서 더 씩씩하고 앞장서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이렇게 행동하려고 하는 것처럼 결을 쌓았어요."

그동안 넷플릭스 '소년심판' '약한영웅 Class 1' '길복순' 등을 통해 독특한 에너지와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이연은 이번에도 자신만의 색깔로 스크린을 장악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나에게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했고 동주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던 가운데, 영화를 본 기자도 이연이 아닌 다른 배우를 쉽게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통통 튀는 인물을 완성한 그의 활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독보적인 개성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자신의 입지를 다진 이연이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자신감을 장착할 수 있는 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궁금해졌다. 이에 그는 "배우이자 사람으로서 저의 경험에 되게 중요한 사람이라서 성장할 수 있는 작품에 매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리고 특기가 섞여 있는 역할에 자신감이 생겨요. 연기가 어려운 이유가 연기도 연기이지만 직업이 있기 때문에 그 캐릭터가 제 성향과 잘 맞으면 준비할 때 속도가 붙는 것 같아요. 이를 빠르게 준비하면서 다른 걸 디테일하게 잡을 시간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직업이 생소하면 이걸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힘들어요. 그런 지점에서 동주는 저에게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았고 해볼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이연은
이연은 "선배님들과 대화하면서 배우로서의 자세를 많이 배웠고 이를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차분하고 성숙한 시선을 갖게 만들어 주셨다"고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한 지점을 언급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한 지점은 무엇일까. 이연은 "정은 선배의 연기생활 뿐만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선택들이 좋은 영감이 됐다. 또한 공효진 박소담 변요한 선배님과 대화하면서 배우로서의 자세를 많이 배웠고 이를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차분하고 성숙한 시선을 갖게 만들어 주셨다"고 강조했다.

'경주기행'은 범인을 죽이기 위한 네 모녀의 고군분투기를 통해 동생의 사고 속에서 갖게 된 저마다의 아픔을 꺼내고 자신이 힘들다는 이유로 혹은 마주하기 무서워서 외면했던 가족들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며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웃음 포인트가 확실하지만 상실의 아픔을 가슴 한편에 묻고 그럼에도 살아 나가야 하는 남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힘도 묵직하다.

"가족보다 죽음에 관한 시선이 조금 달라졌어요. 아직 제 주변에 정말 소중한 사람이 하늘나라에 간 경험이 없어서 장례식장을 가도 슬픔을 공감하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경주가 마음에 많이 남으면서 (영원한 이별을) 아주 간접적이고 조금은 직접적이게 경험했고 앞으로는 조금 더 다른 마음가짐으로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개봉 전 진행된 시사회를 통해 좋은 반응을 들었다는 이연은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관객 수 120만 명은 무조건 넘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얼마 전에 감독님이 영화에 나오는 경찰차 번호판이 0826이라는 걸 보내주시면서 '저희 개봉일은 2년 전에 정해졌던 것'이라고 하시더라. 그 앞에 번호가 998이다. 998만 명은 정말 꿈의 숫자인데 그렇게 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광화문에 극 중 프로레슬러인 퍼플 마그마 분장을 하고 가겠다"고 각오도 다졌다.

jiyoon-103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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