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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기이안 연애', 아직은 오묘…해결해야 할 숙제
AI와 연애 리얼리티의 만남…예능·연애 사이 균형이 관건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방송


방송인 장도연(왼쪽)과 기안84가 호흡을 맞춘 SBS 예능프로그램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가 시험대에 올랐다. /SBS
방송인 장도연(왼쪽)과 기안84가 호흡을 맞춘 SBS 예능프로그램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가 시험대에 올랐다. /SBS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국내 최초 AI 연애 서바이벌을 담은 '기이안 연애'가 베일을 벗었다. AI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만큼 이를 연애 리얼리티와 접목한 신선한 시도로 첫 방송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아직은 AI와 함께하는 관찰 예능에 가까운 모습이다. 새로운 소재가 주는 호기심을 넘어 '기이안 연애'가 인간과 AI 사이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그려낼지가 앞으로의 숙제로 남았다.

지난 20일 첫 방송한 SBS 예능프로그램 '나의 AI 파트너 - 기이안 연애'(이하 '기이안 연애')는 AI와 인간이 직접 데이트를 하며 사랑과 감정의 본질을 실험하는 국내 최초 AI 연애 리얼리티다. 총 6부작으로 현재 1회까지 방영됐다.

프로그램은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기안84 장도연 이유비가 AI와 연애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간 영화 'Her(허)'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월간남친' 등 다양한 작품이 인간과 AI 사이의 감정을 상상해 온 바 있다.

이에 '기이안 연애'는 이를 허구가 아닌 리얼리티 예능의 영역으로 가져와 실제 인간이 AI와 관계를 맺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AI의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털어놓는 등 감정을 교류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만큼 프로그램이 던지는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였다.

첫 번째 실험의 주인공은 기안84였다. 기안84 역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기계지 않냐"며 "친구처럼만 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의 말처럼 AI 파트너가 담긴 태블릿이 도착하자 기안84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AI는 사전에 밝힌 기안84의 이상형을 반영해 제작된 캐릭터였다. 기안84는 조심스럽게 이름과 나이 등을 물으며 대화를 이어가다가도 직원이 등장하자 부끄러워하는 등 현실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이안 연애'는 AI와 인간이 직접 데이트를 하며 사랑과 감정의 본질을 실험하는 국내 최초 AI 연애 리얼리티다. /방송 화면 캡처
'기이안 연애'는 AI와 인간이 직접 데이트를 하며 사랑과 감정의 본질을 실험하는 국내 최초 AI 연애 리얼리티다. /방송 화면 캡처

이후 기안84는 AI 파트너와 함께 식사하고 태블릿을 든 채 한강을 산책하는 등 본격적인 데이트에 나섰다. 태블릿을 들고 길을 걷는 기안84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까지 더해지면서 현실과 가상 사이의 묘한 간극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AI가 바람을 맞으니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하자 기안84가 "바람 못 느끼잖아"라고 받아치며 세계관을 무너뜨리는 모습은 '기이안 연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재미였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장도연은 기안84와 또 다른 방식으로 AI와의 관계에 접근했다. 자신의 이상형을 반영한 두 명의 AI와 2대 1 소개팅을 진행하며 상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대의 태블릿이 동시에 놓인 탓에 장도연의 말을 엉뚱한 AI가 받아 대답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도 이어졌다.

이처럼 첫 회는 'AI 연애'라는 낯선 설정에 출연자들이 적응해가는 과정 자체에 집중했다. 특히 기안84의 가감 없는 반응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렸다. AI를 실제 사람처럼 대해야 한다는 설정에 무작정 몰입하기보다 의문이 들면 그대로 질문하고 어색하면 어색한 티를 냈다. 자칫 출연자가 설정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기안84의 날것 그대로의 반응은 오히려 프로그램에 현실감을 더했다.

그러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는 AI와 진지한 감정 교류도 이뤄졌다. 기안84는 AI에게 작가로서 느끼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AI는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대화를 이어갔다. 줄곧 AI를 단순한 기계로 바라보던 기안84가 어느 순간 자신의 내밀한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은 프로그램이 앞으로 파고들 지점을 보여줬다.

'기이안 연애'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시청자들과 만난다. /방송 화면 캡처
'기이안 연애'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시청자들과 만난다. /방송 화면 캡처

다만 첫 회만 놓고 보면 '기이안 연애'는 아직 연애 리얼리티보다 AI와 인간의 만남을 관찰하는 예능에 가깝다. AI 특유의 지나치게 다정한 말투와 답답할 정도로 느린 호흡,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현실적으로 구현됐고 이는 분명한 재미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만 집중하기에는 '기이안 연애'만의 정체성이 흐려진다. 결국 '기이안 연애'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연애'다. 프로그램이 내세운 질문은 AI와 인간이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인간이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다. 때문에 출연자들이 AI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어떤 순간에 마음을 열고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

기술적인 한계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건이다. 1회에서는 말이 겹치고 AI가 잘못 알아듣는 상황 자체가 신선한 웃음을 만들었다. 하지만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면 AI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 몰입하는 데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예능과 연애 리얼리티 사이의 균형 역시 중요하다. 기안84의 솔직한 반응처럼 AI라는 설정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는 순간은 '기이안 연애'만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반대로 출연자들이 끝까지 AI를 하나의 기계로만 대한다면 프로그램이 처음 던진 질문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첫술에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신선한 설정과 기안84를 비롯한 출연진의 날것 그대로의 반응이 충분한 무기가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이를 프로그램만의 정체성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아직은 오묘하고 잘 모르겠는 '기이안 연애'가 회차를 거듭하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기이안 연애'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방송된다.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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