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별로 차별적 비용 청구도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구독자 160만 명을 보유한 헤어 디자이너 겸 유튜브 크리에이터 기우쌤은 2020년 3월 미용과 학생들에게 '헤어 디자이너의 예상 월수입'을 물어본 적이 있다.
학생들이 예상하는 헤어 디자이너의 평균 월급은 최저 300만 원에서 최고 3000만 원까지 다양하게 나왔으나 가장 많이 언급된 금액은 '1000만 원 내외'였다.
또 이어 '자신은 얼마를 벌 수 있을 것 같나'라는 물음에는 가장 낮게 말한 금액이 800만 원일 정도로 대부분 1000만 원 이상을 예상했고, 3000만 원 이상 벌 수 있다고 자신한 학생도 다수였다. 심지어 1억 원이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이후 기우쌤은 현역 헤어 디자이너들과 통화하며 실제 평균 월급이 300만 원 전후에 그친다는 현실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긴했지만,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금전 감각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을 만도 하다. 아무리 학생이고 금전 감각이 없다고 해도 아무런 근거 없이 저런 금액을 말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예상한 월 평균 수입은 얼핏 중구난방처럼 보여도 월 1000만 원 내외에 가장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학생들도 먼저 업계에 자리 잡은 선배 중 누군가가 '그 정도 금액을 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
더군다나 이 영상이 공개된 것은 6년 전인 2020년 3월이다. 당시 학생들이 예상한 '월 1000만 원 수익'을 실제로 거둔 디자이너나 스타일리스트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보다도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버는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그 '먼저 자리 잡은 선배'는 십중팔구 일명 '연예인 미용실'로 불리는 유명 헤어 메이크업숍에서 근무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K팝 기획사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이하 '헤메스') 비용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이다.

한 K팝 제작자 A씨는 3일 <더팩트>에 "케이스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 수천만 원 이상 버는 스타일리스트나 디자이너도 제법 많은 것으로 안다"며 "솔직히 ('헤메스' 비용 때문에) 화가 날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K팝 기획사들이 '헤메스' 비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음악방송이나 영상 콘텐츠 출연이 잦은 K팝 그룹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이용 빈도가 높고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임에도 가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헤메스' 비용은 정확한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다. 일례로 헤어디자인과 메이크업은 미용실마다 가격 책정의 기준이 존재하지만 업체와 디자이너에 따라 액수 차이가 천차만별이고 지방이나 해외 출장의 경우 금액이 급격히 상승한다.
A씨는 "사실 미용실에 직접 가서 헤어나 메이크업을 받는 것은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문제는 출장이다. 보통 메인 디자이너와 보조 디자이너 2인 1조로 팀을 이뤄 멤버 2~3명을 담당하는 식인데, 국내 일반 출장의 경우 팀당 일일 50만 원 내외, 해외 출장의 경우 일일 수백만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것도 대략적인 금액이고 실제로는 업체나 조건에 따라 액수 차이가 너무 크다. 최근에 알아본 곳의 해외 출장 비용은 300만 원 수준이었다"며 "멤버가 많은 그룹이면 1주일 활동하는 데에 '헤메스' 비용만 수천만 원씩 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이 비용만 지급하면 기획사 입장에서도 불만이 없다. 하지만 출장에는 여러 가지 추가 조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2박 3일의 출장 중 실제 근무하는 날은 하루뿐이라도, 일하지 않는 날도 절반의 보수를 책정해 총 이틀 치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계약조건 외에 발생하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출장을 예로 들면 '헤메스' 비용과 별개로 항공기와 숙소는 당연하고 막상 현지에 가서 이들만 빼놓고 식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식사나 음료, 간식 등도 모두 회사에서 사주게 된다"며 "심지어 출국과 귀국 때 공항을 오고 가는 택시비까지 우리에게 청구한다. 솔직히 어떨 때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헤메스' 스태프가 오히려 아티스트보다도 더 많은 돈을 가져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벤트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예를 들어 5인조 그룹이 2000만 원 중 부대 비용을 제하고 남는 돈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조건으로 해외 팬 사인회를 간다고 치면, '헤메스' 스태프 이들에게 드는 비용이 아무리 못해도 1000만 원 이상인 경우가 많다"며 "그외 공제할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남은 1000만 원을 모두 수익으로 가져간다고 해도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5대5로 나누고 멤버에게 정산하면 각각 100만 원씩 가져가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B씨는 "물론 상황을 극단적으로 가정하긴 했지만 실제로 유사한 사례가 많다"며 "당장 많은 중소 기획사가 아티스트에게 정산은 못해줘도 헤어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리스트 비용은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헤메스' 업체들이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에 더 가혹한 가격 정책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중소 기획사와 대형 기획사를 두루 경험한 가요 관계자 C씨는 "예를 들어 '헤메스' 업체에서 제시한 일일 비용이 500만 원이라고 쳤을 때 중소 기획사는 협상을 잘해서 가격을 깎는다고 해도 1~20만 원이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는 대뜸 300만 원 아니면 하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려도 숍에서 받아들인다. 유명 기획사나 아티스트의 스태프로 참여하면 자기들 마케팅용으로 쓰기 좋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C씨는 "물론 대형 기획사는 소속 아티스트가 많으니 더 많은 일감을 안정적으로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에서 입은 손해를 중소 기획사에게 뽑아내 메꾸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좋든 싫든 결국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신곡이 나오고 프로모션 활동을 시작하면 아티스트는 거의 매일 '헤메스'를 받아야하고, 아티스트가 연차가 쌓이면 선호하는 특정 디자이너나 스타일리스트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리 비싸다고 느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K팝 그룹 제작하는 데에 100억 원이 든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 중소 기획사의 경우 그보다 훨씬 적은 자금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체감상 제작비의 10% 정도가 헤어 메이크업 등 외부 스태프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억 원을 가지고 10억 원을 쓰는 것과 1억 원을 가지고 1000만 원을 쓰는 것은 당연히 차이가 있다. 현재 '헤메스' 구조는 대부분의 K팝 기획사 경영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개최한 '음악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여러 기획사가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대출 등을 건의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에 못지않게 헤어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리스트 업계의 정찰제 시행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작비를 정확히 계산하고 시작할 수 있다"며 "당장 바뀌는 것이 어렵더라도 정부와 유관기관이 이런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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