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제는 선택 아닌 제작 도구

AI는 이제 콘텐츠 산업에서도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됐다. 기획과 번역, 후반작업을 넘어 영상 제작까지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제작 부담이 커진 K콘텐츠 시장에서 AI는 새로운 제작 도구로 주목받는 한편, 창작의 영역을 어디까지 맡길 수 있을지를 두고 다양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AI는 과연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AI가 바꾸고 있는 제작 현장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치솟는 인건비와 제작비 압박 등 최근 여러모로 부침을 겪고 있는 K콘텐츠 산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화제성 유발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숏폼 콘텐츠부터 지상파 드라마까지, AI는 실제 영상 제작 과정 깊숙한 곳에 스며들며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를 모은 사례는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김부장'은 주인공 김부장(소지섭 분)의 과거를 담은 약 3분 분량의 액션 시퀀스를 생성형 AI 기술로 구현했다. 건물 폭파와 차량 추격전, 차량 전복, 수중 장면 등 실제 촬영이라면 대규모 로케이션과 특수촬영, VFX 작업이 필요한 장면들이다.
단순히 일부 배경을 보정한 수준이 아니다. AI 영상의 불안 요소로 손꼽혔던 인물의 일관성 유지 부분에서도 인물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등 자유롭게 구사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AI가 이제는 콘텐츠 제작의 보조 기술을 넘어 실질적인 제작 공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같은 변화는 비단 지상파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곳은 숏폼 콘텐츠 제작 현장이다. 1~2주 안팎의 짧은 제작 일정과 제한된 예산 속에서 AI는 이미 중요한 제작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실제 촬영 비용이 많이 드는 차량 군집 장면이나 해외 도심, 대규모 군중, 특수 공간 등은 AI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수십 대의 차량을 섭외하거나 별도 세트를 제작하지 않아도 AI를 통해 원하는 장면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경 제작 역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로케이션이나 대형 세트 제작이 필요했던 장면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구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실과 유사한 공간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만큼 제작비와 제작 기간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반 작업에서도 AI 활용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영상 노이즈 제거와 색보정, 객체 제거, 리터칭 등 반복 작업은 AI가 상당 부분 맡고 있다. 사람이 몇 시간, 길게는 수일이 걸리던 작업을 단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작업 효율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글로벌 공개를 전제로 하는 OTT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자막과 더빙 분야도 변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다국어 자막 생성과 음성 합성 기술이 제작 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 관계자는 "일부 제작사들은 번역 초안 작성에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획 단계는 가장 먼저 AI를 활용하고 있는 분야다.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거나 레퍼런스를 정리 등 간단 업무 위주로 시작해 최근에는 콘티 초안을 제작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종 판단과 창작은 사람이 맡지만, 준비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역할을 AI가 담당하는 셈이다.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제작 환경 변화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콘텐츠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투자 시장은 이전보다 위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OTT 플랫폼의 투자 기조는 신중해졌고, 제작사들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더 높은 완성도를 요구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제작 효율을 높일 수 있는 AI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영상의 저작권 문제를 비롯해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 창작성의 범위, 배우와 스태프의 일자리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현장의 분위기는 분명하다.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보다 반복 작업을 줄이고 제작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는 콘텐츠 산업의 미래 기술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드라마와 숏폼, 후반 작업까지 AI는 이미 K콘텐츠 제작 현장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AI를 사용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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