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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호프'에 담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
'곡성' 이후 10년 만의 신작…제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돼
"각자의 상황 속에서 저마다 희망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길"


나홍진 감독이 영화 '호프'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이 영화 '호프'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작비,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만남,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그 자체로 부담이 따르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나홍진 감독이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믿으며 뚝심 있게 나아간 그는 자신의 취향과 철학 그리고 도전이 진하게 담긴 '호프'로 10년 만에 돌아왔고 바람대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 '호프' 개봉을 앞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이날 그는 10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소감과 2018년에 초고를 완성한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꺼내며 취재진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날 열렸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기사를 찾아보지 않을 것"이라던 나 감독은 먼저 "(리뷰를) 찾아봤다"고 솔직하게 답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영화를 한 번 보고 어떻게 그렇게들 쓰시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감사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오는 15일 스크린에 걸리는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작품은 '추격자' '황해' '곡성' 등을 통해 완성도 높은 미장센과 독창적인 연출력을 보여준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으로 대체 불가한 라인업을 완성해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힘입어 '호프'는 제7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아쉽게도 수상의 기쁨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나 감독은 '추격자' '황해' '곡성'에 이어 또 한 번 칸영화제와 인연을 이어 나가게 됐고, 2022년 이후 4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가 되며 업계의 자존심도 회복시켰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렇게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개봉 직전까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호프'와 나홍진 감독이다. 이에 그는 "작품을 내놓기 전에 당연히 부담이 있다"면서도 이것이 곧 집요하게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답했다.

"저는 조심성이 많아서 객석에 있는 한 분 한 분을 다 어렵게 생각해요. 저도 관객으로서 영화를 볼 때 필름메이커가 누구냐에 따라 영향을 받거든요. 특정 필름메이커의 작품이 상영되기 전에는 되게 긴장하고 다른 태도로 보는데 관객들이 제 영화를 그렇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죠. 제가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요. 항상 힘들고 긴장되지만 이게 제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니까요."

무엇보다 '호프'는 한국 영화 중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작비(약 700억 원)와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영화계가 침체됨에 따라 큰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선택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꽤 파격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이 나 감독에게도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집요하게 밀고 나가는 행보를 보여줬다.

"'곡성'을 끝내고 폭스랑 전속계약이 돼 있어서 미국을 오가면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때 '이 시장에 심각하게 큰 변화가 올 것 같다'고 생각했고 이런 예감을 갖고 '호프'를 시작했어요. 외국 기자들이 '한국 영화는 어떻게 한 편에 다양한 장르를 버무리냐'고 말하는데 이걸 좀 장르 쪽으로 축을 옮긴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내수시장만 고려해서 시대가 저문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고 외국에서 수익을 발생시키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아서 수준을 높이려고 했거든요.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이게 더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간 거죠."

나홍진 감독은
나홍진 감독은 "15년 전에 외국 여행을 갔다가 마주친 작은 동네에서의 기억과 감상을 수첩에 20장 정도 메모하고 그림을 그려놨다. 이게 이 영화의 시작점이 됐다"고 회상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1980년대에 외계인이 나타난다는 신선한 설정을 바탕으로 루마니아·제주·합천·해남 등 여러 배경에서 Sci-fi와 액션 그리고 스릴러를 버무리면서 눈을 뗄 수 없는 시퀀스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펼쳐낸다. 이를 본 기자는 한 문장으로 감상평을 쉽게 정리할 수는 없지만 지금껏 본 적 없는 한국 영화임은 틀림없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에 2018년 초고를 완성하기 전인, 이 이야기의 출발점 자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15년 전에 외국 여행을 갔다가 작은 동네를 마주쳤는데 희한하더라고요. 사람 하나 안 지나다니는데 집마다 토템과 조각상들이 가득 세워져 있었어요. 인적까지 없어서 너무 무서웠고 근처 마을회관으로 보이는 건물에 들어갔는데 할아버지 한 명이 있더라고요. 저를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저녁이 되니까 노인들이 모였는데 그날의 기억과 감상을 수첩에 20장 정도 메모하고 그림을 그려놨어요. 이게 이 영화의 시초였죠. 이후 시나리오를 디벨롭하면서 점차 다른 은유들로 반영됐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다가 이러한 소재에 외계인을 더해 이야기를 발전시키게 된 걸까. '곡성'을 통해 자신이 일상에서 바라보고 집중하게 되는 일들을 초자연적인 부분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그 이상의 것을 고민하다가 우주적인 지점에 도달하게 된 것이라고. 나 감독은 "어떤 피사체를 통해서 이를 영상화시키고 구체화시킬까를 고민하다가 외계인이 떠올랐다. 의도대로 디자인된다면 영상도 마음대로 나올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호프'는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연기한 캐릭터들과 함께 각기 다른 비주얼의 외계인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그리고 이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크리처들의 비주얼을 위해서만 약 3년을 쏟아부었다는 나홍진 감독이다.

"타블로이드지에 나왔던 전통적인 디자인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트렌드가 있고 국내에 이런 디자인을 하는 분들이 있는 줄 몰라서 외국 분들과 작업했는데 그때 많은 설명을 들으면서 변화를 겪고 진화시키며 우여곡절 끝에 완성하게 됐어요."

나홍진 감독은
나홍진 감독은 "관객들도 각자의 처한 상황 속에서 저마다 희망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영화를 보고 자신의 상황에서 뒤돌아보길 바란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도 가장 크게 호불호가 나뉘고 있는 CG에 관해서 "(완성된 디자인이) 들어갔다고 해서 그대로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대낮에 역동적으로 움직이면 모션블로우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배우들이 뛰는 장면도 얼굴이 잘 안 보인다. 크리처도 합성해야 되다 보니까 디자인에 명확하게 드러나는 샷이 몇 개 없어지게 된 거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시간을 겪었다.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일반적으로 인간과 외계인이 대결하는 구도라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더 몰입하게 되는데, '호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황에서 인간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혹은 이성적인 선택을 했더라면 외계인들도 상반된 리액션을 보여주지 않았을까라는 이상한 여운을 심어준다. 그리고 이는 나 감독의 치밀한 설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60분 동안 범석이와 같은 입장에서 외계인을 쫓고 쫓기는 경험을 해본 다음에 성기(조인성 분)를 통해 외계인을 만나면서 관객들은 진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정보를 가진 채로 이야기를 즐기게 돼요. 이 사이에 피식피식 혹은 크게 웃을 수 있는 장치들을 두면서 죄의식을 심어놓는 거죠. 이후에 동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관객들은 어떤 마음으로 볼지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호프'다. 나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저마다의 절실한 목적과 희망이 있다. 그리고 여러 목적과 희망이 비극을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희망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마치 제게 영화가 그 희망인 것처럼 관객들도 각자의 처한 상황 속에서 저마다 희망하는 것들을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의미를 짚었다.

jiyoon-103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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