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BIFAN, '플랫폼 기획전: 숏폼 시네마' 신설

[더팩트|박지윤 기자] 극장판 등장부터 영화제 부문 신설까지, 숏폼이 짧게 소비되는 콘텐츠를 넘어 영화 산업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키워드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먼저 '방과후 퇴마클럽: 소녀들의 밤'(감독 정주)과 '와인드업: 더 무비'(감독 김성호)는 각각 지난 25일과 오는 7월 2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피프티피프티와 NCT(엔시티) 멤버 제노, 재민이라는 아이돌을 주연으로 내세운 글로벌 K팝 숏폼 플랫폼 킷츠 프리미엄 숏폼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공개된 후에 새로운 재미를 추가해 스크린에 걸리게 됐다는 것이다.
'방과후 퇴마클럽: 소녀들의 밤'은 학교의 지박령을 퇴치하기 위해 뭉친 엉뚱발랄 여고생 5인방이 펼치는 하이틴 오컬트 코미디로, 피프티피프티(키나 문샤넬 예원 하나 아테나)의 첫 연기 도전작이었던 숏폼 '방과후 퇴마클럽'을 극장판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지난 5월 공개된 '방과후 퇴마클럽'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영화·미드폼 시리즈·숏폼 드라마 버전이 함께 기획된 콘텐츠로, 피프티피프티의 네 번째 미니앨범 'Imperfect-I'mperfect(임퍼펙트-아임퍼펙트)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개개인의 성격과 개성을 살린 설정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세로형 숏폼 드라마를 가로형으로 가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교 괴담 속 귀신들의 전사를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내며 새로운 서사를 추가하고 이를 실사와 결합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숏폼 '와인드업'의 극장판인 '와인드업: 더 무비'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는 고교 야구 투수 우진(제노 분)과 그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전학생 태희(재민 분)의 반짝이고 순수한 우정을 그리는 스포츠 성장 드라마다.
앞서 '와인드업'은 지난 1월 공개된 후 소셜미디어 채널 및 앱 내 누적 조회수 등을 포함해 약 3000만 뷰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개봉을 앞둔 '와인드업: 더 무비'도 세로형을 가로형으로 새롭게 가공하면서 차별화된 영상미와 몰입감을 자신했다.

오는 7월 2일 개막하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위에 언급된 두 편의 작품과 함께 '아버지의 집밥'(감독 이준익), '사랑하는 죽음'(감독 이원석)이 이름을 올린 '판타스케이프' 섹션에 속한 '플랫폼 기획전: 숏폼 시네마'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는 최근 한국 영상 산업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숏폼 영화 4편이 상영되는 섹션이다. 숏폼에 도전하는 영화계 연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OTT와 AI(인공지능) 영화 등 새로운 매체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포용해 온 BIFAN도 숏폼을 다루며 영화제의 영토를 한 뼘 더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이번 BIFAN에서 최초 상영되는 '아버지의 집밥'과 '사랑하는 죽음'은 숏폼 콘텐츠의 문법을 유지한 세로 형태로 스크린에 걸린다. 가로 화면의 완성본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온 극장에서 버티컬 포맷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관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와 함께 영화의 형식적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를 두고 BIFAN은 기자간담회에서 "극장에서 관객들이 세로 버전을 얼마나 몰입도 있게 볼 수 있을지 저희도 궁금하다. 최근에 영화감독들이 숏폼 형식에 도전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이라고 바라봤다.
그런가 하면 올해 '만약에 우리'를 시작으로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군체'까지 연타석 흥행에 성공한 배급사 쇼박스는 지난해 12월 숏폼 드라마 '브라이덜샤워: 사라진 신부'와 '망돌이 된 최애가 귀신 붙어 찾아왔다!' 제작에 착수하며 해당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 릴숏(ReelShort)과 콘텐츠 공동 제작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숏폼 콘텐츠 시장 공략에 나선다.
릴숏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며 7000만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보유한 글로벌 숏폼 드라마 플랫폼이다. 이와 손잡은 쇼박스는 인기 IP(지식재산권)를 원작으로 한 숏폼 드라마를 공동 제작하고, 향후에는 오리지널 숏폼 콘텐츠 제작까지 협업 범위를 확대해 나가며 다각화된 K콘텐츠 시장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해 쇼박스 관계자는 <더팩트>에 "영화 산업에서 숏폼을 단지 부가 콘텐츠가 아니라 새로운 IP 개발의 장이자 글로벌 시장 활용의 기회로 보게 됐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 숏폼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뒤에 한국에서도 시장이 활성화되며 해외 숏폼 플랫폼과 국내 기업들의 협업이 늘고 있다. 쇼박스가 글로벌 릴숏과 콘텐츠 공동 제작 계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한국영화 역대 흥행 3위를 기록 중인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은 지난 2월 '애 아빠는 남사친'을 공개하며 숏폼 시장에 뛰어들었고, ENA는 숏드라마 감독 서바이벌 '디렉터스 아레나'를 론칭하며 짧은 러닝타임 안에 강렬한 이야기와 몰입도 높은 연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차세대 창작자를 발굴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전개와 즉각적인 갈등의 해결 그리고 반전까지 밀도 높은 구성으로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형 화면을 띄는 게 특징인 숏폼은 기존의 장편 콘텐츠와는 다른 리듬을 장착했고, 즉각적인 만족과 효율적인 콘텐츠 소비를 추구하는 최근 미디어 이용 행태와 맞물리며 예상보다 더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알아서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 환경이 구축되며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성장하며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숏폼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의 사이클이 기존 콘텐츠들보다 더욱 빨라졌고 상대적으로 제작 진입 장벽도 낮기에 관객과 창작자 모두의 주목을 받는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2021년 60조 원에서 시작한 글로벌 숏폼 시장이 2026년 187조 원에 육박했다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켓의 결과는 숏폼이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서 영상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계 관계자도 "상대적으로 기존 영화와 드라마 대비 압축적인 예산과 리스크 안에서 제작되는 만큼 소재나 장르에서 과감해질 수 있어 콘텐츠 산업 내 새로운 니즈를 발굴하는 데에도 유용한 면이 있다" 며 "신인 배우들과 크리에이터들을 기용하는 것에도 부담이 적어 산업의 인재풀을 확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바라봤다.
신선하고 좋은 IP라면 숏폼 시장에서 기존 레거시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여지고 있고 적극적으로 영화계의 문도 두드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얼마나 더 영향력을 확대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쇼박스 관계자는 "보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신선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숏폼 콘텐츠를 원천 IP로 삼아 각 플랫폼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재편한 드라마 혹은 극장용 영화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지점에서 영화 산업에서도 숏폼 콘텐츠와 연계된 기획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게 될 것이고 영화, 드라마, 도서, 체험형 전시, 게임 등에 이어 숏폼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소비될 수 있는 IP를 발굴해 내는 일이 산업의 주된 숙제라고 본다. 포트폴리오 확장이나 IP 산업 내 수익 안정성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IP 확장을 목표로 본다면 기획 제작 론칭까지 사이클이 매우 빠른 숏폼과 길게는 수년간 기획과 제작을 이어가는 영화의 생애 주기가 다른 만큼 더 유념해야 할 지점도 있다고 본다"며 "숏폼 장의 빠른 소비 속도도 영화 산업에서의 IP 활용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자극적인 이야기 구조로 빠르게 반응을 얻고 지나가는 콘텐츠들 말고도 장기적인 확장성을 가진 IP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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