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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백룸'은 어떻게 100만 관객을 사로잡았을까
제작사 A24 역대 글로벌 흥행 정상 차지
국내 개봉 21일 만에 100만 명 돌파
인터넷 괴담에서 글로벌 IP로의 성공적인 확장


지난달 27일 국내 스크린에 걸린 '백룸'은 개봉 21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는 '어스' 이후 약 7년 만에 외화 호러·스릴러 장르로서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지난달 27일 국내 스크린에 걸린 '백룸'은 개봉 21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는 '어스' 이후 약 7년 만에 외화 호러·스릴러 장르로서 /(주)바이포엠스튜디오

[더팩트|박지윤 기자]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인터넷 괴담이 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50억 원)가 투입된 영화 '백룸'으로 확장해 전 세계 극장가를 매료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한 작품의 흥행을 넘어 변화한 영화 소비 방식과 새로운 IP(지식재산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베일을 벗은 '백룸'(감독 케인 파슨스)은 개봉 21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넘는 쾌거를 거뒀다. 이로써 작품은 '어스'(2019) 이후 약 7년 만에 탄생한 외화·호러 스릴러 장르 100만 돌파작이 되는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다.

앞서 '백룸'은 북미 개봉 6일 만에 누적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종전 기록인 '마티 슈프림'(9600만 달러)을 꺾고 제작사 A24 역대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개봉 10일 만에 누적 2억 1260만 달러를 기록하며 A24 역대 글로벌 흥행 정상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올해 스무 살이 된 케인 파슨스 감독은 27세에 '크로니클'(2012)을 선보였던 조쉬 트랭크 감독의 기록을 7년이나 앞선 나이로 갈아치우며 역대 최연소 박스오피스 1위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그렇다면 '백룸'은 어떻게 전 세계를 사로잡은데 이어 국내에서도 1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굵직한 기록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케인 파슨스는 백룸 세계에 우연히 떨어진 촬영자의 기록을 발견했다는 설정의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영상을 선보였다. 이후 그는 후속 시리즈를 통해 차원 이동 기술을 연구하는 가상의 기관 A-Sync를 등장시키며 백룸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원인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야기로 탄탄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완성했다.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케인 파슨스는 백룸 세계에 우연히 떨어진 촬영자의 기록을 발견했다는 설정의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영상을 선보였다. 이후 그는 후속 시리즈를 통해 차원 이동 기술을 연구하는 가상의 기관 A-Sync를 등장시키며 백룸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원인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야기로 탄탄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완성했다. /(주)바이포엠스튜디오

먼저 '백룸'은 2019년 해외 커뮤니티 4chan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됐다. 노란 벽지와 형광등이 가득한 텅 빈 공간과 함께 '현실에서 잘못해 노클립(No-clip·현실 세계에서 실수로 벽의 틈새나 공간 밖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되면 백룸에 떨어진다'는 짧은 설명이 게시된 것. 이를 본 수많은 네티즌이 나름의 설정과 세계관을 덧붙이면서 인터넷을 대표하는 도시괴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 2005년생 케인 파슨스는 2015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영상 작업을 시작했고 정규 영화 교육을 거치지 않고 독학으로 애프터 이펙터와 블렌더 3D를 익힌 후 2022년 'The Backrooms (Found Footage)(더 백룸(파운드 푸티지))'를 업로드했다.

당시 케인 파슨스는 백룸 세계에 우연히 떨어진 촬영자의 기록을 발견했다는 설정의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영상을 선보였다. 이후 그는 후속 시리즈를 통해 차원 이동 기술을 연구하는 가상의 기관 A-Sync(에이-싱크)를 등장시키며 백룸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원인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영화 수준의 3D 그래픽과 사실적인 VHS(비디오테이프) 질감 영상 연출이 더해져 몰입도를 높였고 약 9분 분량의 'The Backrooms (Found Footage)'는 8708만 조회수(이하 22일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렇게 케인 파슨스는 인터넷 괴담에 머물렀던 백룸을 노란 벽과 형광등이 가득한 폐쇄적인 공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놓인 듯한 기괴한 무한 공간이라는 독창적이고 탄탄한 세계관으로 확장했다. 이를 통해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백룸'은 흥행 가능성을 갖춘 콘텐츠 IP(지식재산권)로 성장했고 장편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 다음 스텝으로 장편 영화 연출까지 맡으면서 원작의 정체성을 이어가게 된 케인 파슨스다. 그는 가구점을 운영하는 클락(추이텔 에지오포 분)이 우연히 지하에서 발견한 기이한 공간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하고, 클락의 경험을 믿지 않았던 정신과 의사 메리(레나테 레인스베 분)가 실종된 그를 찾기 위해 가구점으로 향했다가 진짜 미지의 공간을 마주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펼쳐냈다.

'백룸'은 노란 벽면과 끝없는 형광등 아래 펼쳐진 기이한 공간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한 클락과 메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국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주)바이포엠스튜디오
'백룸'은 노란 벽면과 끝없는 형광등 아래 펼쳐진 기이한 공간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한 클락과 메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국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인터넷 괴담에서 유튜브 시리즈를 거쳐 영화로 만들어진 만큼 이미 형성돼 있던 팬덤은 개봉 초반부터 극장으로 향했고, 이들이 만든 결말 해석과 세계관 설명 등 관람 이후에 만들어진 여러 콘텐츠는 신규 관객의 관심을 끌어냈다. 여기에 한국 지하철 환승 통로나 심야 무인역의 노란 형광등 복도를 '리얼 백룸'으로 공유하는 게시물도 등장하며 한 편의 영화가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 현상으로 번졌다.

또한 '백룸'의 흥행 배경에는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가 자리한다. 이는 사람이 있어야 할 공간이 비어 있거나 익숙한 장소가 낯설게 느껴지는 경계적 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화는 귀신이나 살인마보다 텅 빈 복도와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벽 그리고 출구 없는 미로 같은 장소 자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내세우며 익숙하지만 어딘가 뒤틀린 듯한 공간으로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작품은 점프 스케어(공포 영화·게임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오며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연출)나 잔혹한 이미지보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과 심리적 압박을 심어놓고, 명확한 답이 아닌 공간의 분위기와 미스터리만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며 보는 이들이 스스로 세계관을 해석하고 상상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걸 넘어 숨겨진 의미를 찾고 분석하고 공유하는 걸 즐기는 젊은 세대의 취향과 맞물리며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CGV 예매 분포 기준에 따르면 20대가 40%로 가장 높았고 10대와 30대가 19%로 뒤를 이으며 2030 세대가 흥행의 중심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별로는 남성 54%, 여성 46%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주말 방문한 상영관에도 10~20대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10대 남성 A 씨는 <더팩트>에 "'백룸'이 개봉하고 나서야 유튜브 콘텐츠를 알게 됐다. 영화에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아서 다소 어렵게 느껴졌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다. 이전에 본 공포 영화들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며 "빨리 내용과 해석을 찾아보고 싶다. 이런 여운이 남으니까 옆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룸'의 흥행은 쉽게 오프라인으로 향하지 않는 젊은 세대라도 직접 경험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작품이라면 기꺼이 극장으로 향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또한 기존 영화 산업이 주로 해외 작품이나 웹툰·웹소설·게임 등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발굴했다면 이제는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출발한 세계관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IP 발굴 가능성도 확인시켜 줬다.

이렇게 창작자가 직접 구축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콘텐츠의 규모를 키워 극장 개봉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가능성을 증명한 '백룸'이 온라인에서 쌓아온 잠재력을 흥행으로 연결하며 새로운 IP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또 어떤 기록을 써 내려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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