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장편·숏폼 상영…확장성에 집중한 제30회 BIFAN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부산국제영화제 외에도 매년 전국을 무대로 각기 다른 규모와 성격의 작품을 소개하는 수많은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더팩트>는 이를 살펴보고 현재 대중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직접 즐겨봤다. 더 나아가 곧 개막하는 두 개의 축제가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들어보며 영화제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아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여러 작품을 스크린에 거는 걸 넘어 관객과 창작자가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바로 영화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OTT 확산으로 콘텐츠 소비 방식이 급변하면서 이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자신의 역할과 존재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막을 앞둔 영화제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면서도 정체성을 지키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생존을 넘어 진화를 모색하는 이 과정은 결국 영화제가 지닌 본연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먼저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오는 18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막한다. 이는 한국 영화계를 이끌 신인 감독과 배우들의 등용문이자 국내 유일의 장르 단편 영화 축제로, 2021년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잠정 중단됐다가 지난해 4년 만에 성공적인 재개를 알렸다.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엄숙함보다는 힙하고 쿨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감독이 만들어가는 영화제'라는 취지를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상근 집행위원장은 <더팩트>에 "'미쟝센단편영화제에 가면 재밌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브랜딩이 잘 돼 있다고 자부한다. 자칭 한국 최고의 단편영화제인 만큼 브랜드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지금의 색을 지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본선 진출 작품의 수다. 이번 출품 공모에 총 1667편이 접수된 가운데 44편이 선정됐다. 그동안 60여 편 안팎이 본선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선정 규모가 현저하게 줄어든 셈이다.
이에 이상근 집행위원장은 "매년 편수를 맞추기 위해 기준을 조정하지 않고 영화제가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을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해 왔다. 올해도 각 작품을 면밀히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영화제에서 정말 보고 싶은 작품만 엄중히 골라 달라'고 심사 기준을 높인 결과"라며 "이를 받고 저희도 살짝 당황했지만 편수가 준 만큼 더 내실 있는 운영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고 영화제의 유연성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고 지난해와 달라진 지점을 언급했다.
대표 프로그램은 사회적 관점을 다룬 드라마 '고양이를 부탁해'부터 로맨스·멜로 '질투는 나의 힘', 코미디 '품행제로', 공포·판타지 '기담', 액션·스릴러 '인정사정 볼 것 없다'까지 5개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편에서 시작해 장편 작업으로 이어지는 창작자들의 여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토크, 현업의 리더들과 산업을 논하는 딥 포커스도 진행된다.
영화제를 사랑하는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원천인 건 분명하지만, 운영비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이러한 지점에서 순탄치 않은 과정을 꽤 겪었지만 메인 후원사인 넷플릭스, 미디어파트너인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후원사의 협력으로 무사히 막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이상근 집행위원장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굳이 먼 길을 찾아와 함께 영화제를 즐기는 일은 혼자 무언가를 볼 때는 얻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며 "소수에게 한시적으로 공개되는 보석처럼 빛나는 영화를 발견할 때의 기쁨, '넌 못 봤겠지만 난 봤지'라고 말할 수 있는 스킬 획득, 언젠가 위대해질 감독의 처음을 만나고 성장을 지켜볼 수도 있다. 영화제에서만 살 수 있는 유니크한 굿즈들도 있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이어 오는 7월 2일부터 12일까지 부천시 일대에서 열리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새 슬로건 'NEW ERA NEW SKIN(뉴 에라 뉴 스킨)'을 내걸고 양적·질적 확장성에 집중한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상영 편수 및 회차와 해외 게스트 규모를 대폭 늘리며 30회 다운 스케일을 갖추고, 최근 한국 영상 산업에서 급부상한 숏폼(짧은 형식의 콘텐츠)을 선보이며 매체적 영토를 한 뼘 더 넓힌다. 또한 AI 섹션에서는 단편을 넘어 장편을 상영하고 교육–제작–상영–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AI 영화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부천 AI 콘텐츠 서밋'을 출범하며 글로벌 AI 영화산업의 허브로 도약한다.
여기에 관객 친화형 라운지 'FunFun 오락실', 공포·SF·판타지·드라마·코미디·전쟁·액션·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장·단편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지역 친화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동네 영화관'이 새롭게 마련된다. 이를 비롯해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페스티벌과 지역 상인들과 연계한 지역상생마켓, 배리어프리 상영, 영화와 공연을 결합한 필름 콘서트 등도 진행하며 모두에게 포용적인 영화 축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관계자는 "올해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관객과 창작자가 더욱 밀도 있게 만나는 장을 마련하며 영화제만의 정체성과 축제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며 "프로그램 이벤트를 대폭 늘려 영화제 현장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만남을 확대하며 장르 문화를 함께 향유하고 교류하는 축제의 공간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말했듯이 영상 및 영화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특히 OTT 플랫폼이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만큼 극장은 새로운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창작 세계를 지키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XR과 전시 형태의 미래형 관람 방식을 제시한다. 또한 숏폼으로 제작된 세로 형태 영화 두 편과 숏폼 드라마를 재편집해 가로 형태 2편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극장이라는 전통적인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새롭고 신선한 기획을 시도할 수 있음을 보여줄 예정이다.
관계자는 "뉴미디어 프로그램의 올해 테마를 '우주적 시네마'로 정하고 가상과 현실, 시공간을 초월하는 '2026 비욘드 리얼리티'를 개최한다.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한 단순한 영화 관람 경험을 너머 작품 내부를 유영하고 서사에 직접 참여하는 미래형 영화를 체험할 수 있다"며 "또 AI 기술의 등장은 영화 창작에 있어 위기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기술은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가장 경제적인 도구이자 영상 산업의 강력한 보조 엔진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렇게 수많은 영화제는 창작 생태계의 최전선에서 든든한 버팀목이자 등용문의 역할을 하기 위해 제한된 재원 안에서 프로그램의 질과 규모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상업적 흥행만으로는 소개되기 어려운 독립·예술영화와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창구이자 지역 문화 활성화와 국제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면서 말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상업적 유통망에서 만나기 어려운 소규모 작품들과 특정 주제만으로는 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기 쉽지 않은 영화인들에게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영화제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이상근 집행위원장은 "영화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겉으로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 안에서는 무수히 많은 실험이 이뤄져 왔다"며 "상업적 성공이 목적인 영화의 몫도 분명히 있지만 새로운 문법과 형식을 실험하고 도전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건 영화제의 일조도 분명 있다고 생각하고 그 다양한 시도들이 모여 결국 영화라는 매체 전체의 폭을 비롯해 문화의 다양성을 넓힌다고 믿는다"고 영화제의 가치를 되새겼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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