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체 규제 외엔 마땅한 대책 없어…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생성형 AI를 활용한 음악을 두고 창작자의 반감이 점점 커지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틸라 그라운드에서 열린 '페트 드 뮈지크+ 2026' 콘퍼런스에서는 꽤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세션의 패널로 참석한 프로듀서 알렉스 칼슨(Alex Karlsson)과 살폿 뮤직그룹 창립자 정창윤 대표 사이에 작은 설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발단은 생성형 AI였다. 이날 생성형 AI는 콘퍼런스의 의제로 선정되지 않았지만 정창윤 대표가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 음악을 예시로 언급하자 알렉스 칼슨이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장청윤 대표는 "사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음악에 특별한 생각이 없다. 아직 시대의 흐름을 지켜보고 싶다. 어쨌든 누군가에게 도움은 되기 때문이다. 어떤 규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잘 활용할 뿐이다"라고 생성형 AI음악에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알렉스 칼슨은 "생성형 AI 음악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저작권이 그렇다. 생성형 AI를 사용해 만든 곡을 그대로 부르는 것도 문제지만 저작권 보호가 안 된다. 내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곡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 사용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생성형 AI를 음악에 사용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면이 있다. 제작 과정이 생략되고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음악 창작자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라고 반박 의견을 밝혔다.
이후 진행을 맡은 앰플리파이드 정효원 대표가 "사실 오늘 생성형 AI 음악을 의제로 포함할까 생각했지만 이를 의제로 하면 밤새 이야기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제외했다"며 급히 화제를 변경해 더욱 깊은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보여준 반응은 생성형 AI 음악을 향한 업계의 시선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알렉스 칼슨이 지적한 대로 생성형 AI 음악은 현재 온전히 법적 테두리에 있지 않다. AI로 만든 음악의 관련 규정이나 저작권 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을뿐더러 AI로 만든 음악을 제대로 판별할 기술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음악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스포티파이나 유튜브뮤직 등 해외 음악 플랫폼은 AI를 사용해 제작한 음악이라는 것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도 3월부터 신규 저작권 신고자에게 '자신의 저작물이 AI를 활용하지 않았고 인간의 창작적 기여로만 이뤄졌다'고 확인 및 보증하는 동의서를 받고 있다.
동의서 작성을 거부해도 저작물 신고 접수는 가능하지만 저작권 등록은 보류된다. 또 동의서에는 신고가 허위로 밝혀질 경우 법적 책임을 부담하고 저작권료 지급 보류와 저작물 삭제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와 규제들은 모두 '개인의 자율'에 의지할 뿐 이를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 음악 프로듀서 A씨는 "예를 들어 생성형 AI를 사용해 음악을 10곡을 뽑은 후 마음에 드는 구간만 골라서 편곡하고 이를 직접 악기로 연주해 녹음하면 이것이 AI를 사용했는지를 알 수 없다"며 "지금의 규제나 대책들은 사실상 각자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작자들이 생성형 AI 음악에 부정적 반응과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관련 규정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다. 그 근간에는 상실감이 자리한다.
버튼 몇 개만으로 순식간에 음악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 음악은 자연스레 비용과 시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니며 사람이 직접 제작하는 것과 효율성에서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자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쌓은 노력이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제로 지금은 정말 많은 음악 제작자들이 생성형 AI를 사용해 음악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하면 제작비와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요즘에는 제작자가 창작자에게 어떤 곡을 받으면 AI를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편곡하고 이렇게 수정해 달라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 경우는 나은 편이다. 어쨌든 기본이 되는 원곡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만든 곡과 생성형 AI를 사용해 뚝딱 만든 음악이 별 차이 없다고 하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한다"며 "결국 창작자도 좋든 싫든 그냥 AI를 사용해 음악을 만드는 선택을 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AI를 사용하더라도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쌓은 노력과 경험이 허사라는 기분이 드니 반감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의 우려는 국내 주요 권리자단체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 등 6개 권리자단체는 지난 2월 'K-음악권리자단체 상생위원회(이하 상생위원회)'를 설립하고 AI 시대 음악 저작권 질서 재편을 위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상생위원회는 AI 음악 식별 프로그램 도입을 비롯해 AI 저작권법 개정 연구용역, AI 징수규정 개정 연구용역 등을 진행해 AI 시대에도 창작자의 권리가 정확히 관리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 생성 음악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적 체계를 구축되면 상생위원회는 작곡과 실연 분야 검증을 추진하고 기술 고도화에 따라 작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A씨는 검증 기술 도입의 속도가 늦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현재 AI를 사용한 음악이 이미 음악 플랫폼에 등록돼 유통되고 있다. 만약 지난해 빌보드처럼 (※2025년 11월 AI 가수 브레이킹 러스트가 발표한 'Walk My Walk(워크 마이 워크)'가 빌보드 컨트리 차트 1위에 오른 일) AI곡이 국내에서도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일이 벌어지면 AI생성 음악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이미 과도기를 이용해 AI가 만든 곡을 적당히 편곡해서 바이럴 마케팅을 돌려 수익을 얻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실효성 있는 대책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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